한울안 논단 | 21세기 원불교의 젠더문제(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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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울안 논단 | 21세기 원불교의 젠더문제(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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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10.08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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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월(성순) 교도(화정교당, 서울대학교 종교문화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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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교무의 지위를 중심으로'

1. 서론 : 교단의 전통을 바꾸는 문제를 둘러싼 충돌

본 논문에서는 21세기에 들어 한국의 종교교단 중에서도 내외부적으로 젠더문제를 둘러싼 논의가 가장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는 원불교의 사례에 대한 관찰을 통해 여성 교역자의 역할인식과 소수자 문제 등에 대해 진단해보고자 한다. 관찰 대상을 한국 종교 전반으로 확장하기 힘들기 때문에, 본 연구자의 입장에서 비교적 접근하기 쉽고, 소규모의 교단이라 관찰 범위를 정하기에도 용이하며, 현재 한국의 주요 종교교단 중에서 교당의 주임교무 내지 부교무로서 활약하고 있는 여성 교역자 비율이 높다는 점에서 원불교를 연구대상으로 선택했음을 밝힌다.


원불교는 교조인 소태산대종사(少太山大宗師) 박중빈(朴重彬)이 1916년(원기1) 4월 28일에 개교하여 이제 막 백년이 된 한국의 신흥종교교단이다. 원불교는 19세기 말에 활발하게 일어났던 동학이나 증산교 등의 민족종교 계열의 신흥종교 중에서도 비교적 성공적으로 한국사회에 뿌리내린 교단에 속한다.

원불교에서는 개교 백년을 맞이하여 창립 당시와 내외부적 상황이 많이 달라진 점을 고려하여 교단 내의 헌법이라 할 수 있는 교헌을 개정함으로써 시대적 변화를 반영하고자 종법사를 포함한 지도부의 합의를 거쳐 교헌개정 위원회를 조직하게 되었다.


2014년 12월부터 시작된 원불교 교헌개정위원회는 교무와 재가교도를 포함한 몇 개의 분과로 나뉘어 구성되었다. 이 교헌개정위원회는 현재 원불교 교화의 장애요인과 내부적으로 변화 요구가 강한 사안들을 중심으로 각 분과별로 개정 협의를 이끌어내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현 원불교 최고 지도자인 경산종법사에 의해 발의된 이 교헌개정위원회는 시작한 지 일 년 후인 2015년에 다시 종법사와 몇몇 원로(주로 여성교무)들 간의 합의 형식으로 중지되었다.


이렇게 진행된 상황의 배경에 대해 원불교 교단의 지도부에서는 누구도 선명하게 입장이나 이유를 밝히지 않았으며, 구성원 모두 단지 짐작만 할 뿐이었다. 심지어 교헌개정을 위한 협의체가 만들어지고 활동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던 교도들도 있었다. 인터뷰 내용 중에서 위원회의 활동이 멈추게 된 배경에 대한 가장 설득력 있는 추정으로는 아직은 변화가 '시기상조'라는 것이었다. 이는 개정을 위해 협의했던 안건들의 내용이 여러 가지 이유로 지도부 쪽에서 수용하기 힘든 것이었음을 의미할 것이다.

이 논문은 바로 이 지점(지도부와 구성원들 간의 변화에 대한 의견이 불일치한)에서 출발한다. ① 원불교 내부 구성원들이 변화를 바라는 내용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인지. ② 왜 종법사와 몇몇 원로 교무들이 ①의 사안들에 대한 변화를 수용하려 들지 않는지 ③내부의 변화 동력이 이미 거부되었지만, 외부(본 논문에서는 원불교 해외교구)로부터의 요구가 어떤 변화의 기제로 작동할 수 있을지에 대한 얘기를 진행하게 될 것이다.


본문의 각 장은 ①의 내용 중에서도 젠더 이슈에 집중하여 가장 논쟁적인 주제들을 골라서 구성했으며, 4장의 경우에는 교헌개정위원회에서조차도 배제되고 있었던 원불교 내의 '침묵당하는' 소수(여성)들에 대해 특별히 할애했다.


필자 역시도 교무 외에 재가신자와 전문가(법률·회계·종교학 등)를 포함하는 교헌개정위원회의 전문위원으로서 참가했다. 각 분과 별 협의나 공청회 등에 함께 참여하고 논의하면서 갖게 된 문제의식이 본 논문을 시작하는 계기가 된 것이다. 따라서 이 논문은 질적 연구와 참여관찰의 두 가지 방법론을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인터뷰 대상자는 총 25명으로, 교무와 교도, 원불교 기관의 직원 등 내부 구성원들이며, 다차원적인 시각을 반영하기 위해 교당이 속해 있는 지역과 나이, 원불교 입교 기간, 남녀 성별, 개인별 성향까지 모두 고려하여 선별했다. 또한 인터뷰는 비구조화 방식으로 진행하되, 심층적인 견해를 끌어내기 위해 각 개인의 사정(status)에 따라 조금씩 질문의 내용을 달리 했다.


인터뷰 방식은 대면질문 외에도 메일로 질문지와 답지를 주고받는 형식으로도 진행되었다. 대상자 중에 스스로를 드러내지 않은 상태에서 하고 싶은 얘기를 고백하듯 털어놓는 이들도 있었기 때문이다.

원불교 여성교역자의 역할과 의미, 그리고 젠더문제 등을 다룬 기존 연구로는 주로 교단 내부에서 여성교역자이자, 교수인 서경전(남성)·하상의·민성효 ·박혜훈 교무 등이 열정적으로 목소리를 내왔다. 주로 여성교역자의 입장에서 비판하고 진단해왔던 기존 연구들에 비해서 본 논문은 남녀 교역자는 물론, 재가교도들의 시각, 외국인을 비롯한 비교도의 의견까지 심도있게 반영한 질적 연구라는 점에서 차별성을 갖는다.


'변화'를 주제로 논문을 서술하다보니, 주로 다루게 되는 대상이 '변화해야 할 부분'이 되었기 때문에 논문 전체에서 원불교에 대한 비판의식 만이 넘쳐난다. 개교 이후 지금까지 원불교 교단이 이루어 낸 업적들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는 그동안 교단 내외부에서 많이 얘기되어 왔다. 단지 이 논문에서는 한정된 지면에서 주제에 집중하기 위하여 그러한 업적들에 대한 얘기를 생략하고 있을 뿐임을 분명히 밝힌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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