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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울안칼럼

한울안칼럼 | 양말맨(man)의 특별한 이별법

by 관리자 posted Jan 17,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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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목 김도경 교도 (서울교당, 콘텐츠 디렉터, 출판사 책틈 편집장)

김도경 교도(서울교당).png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짐, 나는 어떤 모습으로 남은 자들에게 기억되고 싶은가

 

  2018년 12월의 첫날, 뉴스 시청 중에 자막 속보가 떴다. ‘아버지 부시 대통령 향년 94세로 사망’속보를 보며 8개월 전인 지난 4월, 바버라 부시 여사가 92세로 사망한 기사가 떠올랐다. 당시 기사에서 시선을 잡아끈 이미지는 미국의 시사만화가 마셜 램지가 바버라 부시 여사의 사망을 애도하며 그린 만화 컷이었다.


  가짜 진주목걸이와 백발의 곱슬머리가 트레이드마크인 바버라 부시 여사는 이웃집 할머니와 같은 푸근하고 소탈한 성품과 편안한 외모로 사랑받아왔다. 그녀가 세상을 떠난 후 애도 물결이 이어지는 가운데 그가 그린 한 장의 만화가 소셜미디어에 올라오자 수많은 이들이 잔잔하고 따뜻한 그의 애도에 위로를 받았다는 기사였다. 만화는 구름과 머리 위 링, 날개를 단 바버라 부시 여사의 표정과 하트 이미지, ‘로빈’이라 소리쳐 부르는 듯한 큼직한 말풍선으로 사후세계의 반가운 만남을 표현한 것임을 가늠할 수 있었다. 바버라 부시를 향해 ‘마마’라고 부르며 힘껏 달려가는 작은 아이의 뒷모습, 과연 로빈은 누구일까 궁금해하며 읽다가 이내 코끝이 찡해졌다.

 

  부시 대통령 부부는 첫 딸이던 로빈을 백혈병으로 잃는 아픔을 겪었다고한다. 바버라 부시의 새하얀 백발이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레 진행되었을 것으로 생각해왔으나 가슴 아픈 사연이 있었다. 부시 여사는 20대 후반 어린 딸, 로빈의 투병 과정을 지켜보며 스트레스로 짧은 기간 동안 머리가 하얗게 탈색되었다. 어린 자녀의 투병과 죽음으로 인한 그 심적 고통과 안타까움이 전해졌다. 딸이 암으로 세상을 떠난 후 어린이 암 연구와 치료법 개발을 물심양면으로 꾸준히 지원하는 활동을 해온 것으로 유명한 부시 여사는 만화 속의 딸, 로빈의 곁에 묻혔다.


  만화가는 생전 바버라의 삶에서 가장 안타까웠을 사연을 추모하며 그녀가 딸과 하늘나라에서 재회하는 행복한 모습을 그리는 것으로 애도한 것이다. 너무 이른 작별을 한 엄마와 딸을 만나게 해주고 싶은 마음은 구름 위에서 서로의 이름을 부르며 두 팔을 활짝 벌려 온몸으로 서로에게 다가가는 모습으로 표현되었다. 문화와 종교를 초월하여 이승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짐을 아쉬워하는 많은 이들에게 큰 위로와 잔잔한 감동을 주었다고 한다.


  며칠 후 또 다른 기사에 마음을 빼앗겼다. 이번엔 바버라 부시 여사의 장례식 사진이었다. 바버라 부시 여사의 장례식에 등장한 남편 조지 H. W. 부시(94) 전대통령의 양말에 전 세계의 시선이 쏠렸다. 평소 독특한 양말 코디로 유명한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은 자신을 ‘양말맨’이라 부를 정도라고 한다. 짙은 회색 양복 바짓단 아래로 드러난 조지 부시의 양말에는 빨강, 노랑, 파랑 등 알록달록한 책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이 양말은 존 크로닌(22)이라는 다운증후군을 앓는 청년 양말 사업가가 선물한 것으로, 부시는 아내의 장례식에 신고 갈 양말을 특별히 부탁했다. 존이 고심해 책을 테마로 한 양말 몇 켤레를 애도 편지와 함께 보냈고, 부시는 생전 문맹 퇴치에 힘썼던 아내 바버라의 활동을 기리는 의미로 장례식 당일 책 그림 양말을 골라 신었다고 전해진다.


  잔잔하고도 특별한 방식으로 아내의 삶과 죽음에 대한 경의를 표현한 남편 조지 부시의 이별법에 뭉클함과 유쾌함이 동시에 전해졌다. 정치적 행보에 대한 견해를 뒤로하고, 73년의 삶을 함께해 온 동반자를 떠나보내는 상실의 슬픔 너머 상대에 대한 깊은 이해와 존중심을 느끼게 한 양말맨, 부시 대통령이 마지막 떠나는 길에는 어떤 양말을 신고 떠났을까.


  문득, 나는 어떤 모습으로 남은 자들에게 기억되고 싶은가. 남은 자들은 어떻게 나를 떠나보낼까를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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