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4차 산업혁명과 영성靈性시대(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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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4차 산업혁명과 영성靈性시대(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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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3.20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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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인교구 안양지구 단장중앙훈련 강의록 -

6~7면(특집기고- 4차산업 혁명과 영성시대-소광섭).jpg

IV. 교화방편
널리 중생을 교화하기 위하여서는 상황에 따라 알맞은 방편이 필요하다. 불교의 '법화경''비유품'에 이에 관한 유명한 이야기가 있다. 어떤 나라의 한 마을에 큰 장자가 있었는데 매우 큰 저택에 자녀들과 함께 살고 있었다. 어느 날 이 집에 불이 나서 자신은 나왔는데 자녀들은 불이 붙은 집에서 두려워하지도 않고 장난만 즐기면서 나올 생각을 않고 있었다. 아버지가 아무리 말해도 나오려는 생각조차 없이 그저 즐거운 놀이에 빠져 있을 뿐이었다. 이에 아버지는 방편을 지어 “너희들이 좋아하는 여러가지 장난감과 수레들이 대문 밖에 있으니 빨리 나오는 대로 주겠다.”고 하여 아이들을 구출하였다. 이는 삼계화택에서 불타는 고통도 모른 채 삶을 즐기고 있는 중생을 구제하려는 부처님의 방편을 설명하는 예이다. 이 비유처럼 교화는 그 시대 상황에 맞는 적절한 유인책을 제시하여 중생을 교화의 장으로 먼저 나오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종사님께서 대각하신 후 '증산선생'의 '치성'을 하여 주위 사람들의 관심을 끌게 한 것도 이러한 방편에 속한다 하겠다. 과거 시대에도 실제로 이렇게 하여 성공적인 교화를 이룬 예들이 많다. 한두가지 예를 들어보자.

1. 물질부족 시대 교화방편

한국전쟁 직후 우리나라는 지극히 가난하여 먹고 살기조차 힘들었다. 이때에 교회에 가면 과자도 주고 하여 대부분의 어린이들은 교회에 가서 사탕도 얻어먹고 재미있는 얘기도 들으며 자연스럽게 성경도 배우고 신자로 성장하였다. 오늘날도 가난한 나라나 생활이 힘든 곳에서는 쵸코파이 등을 주면서 신도를 확보해 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와 같이 물질적으로 풍요해진 지역에서는 효율적인 방편이 될 수 없다.

2. 지식부족 시대 교화방편

원불교의 초기 교화의 성공적 모형 중 하나가 야학이었다. 산업화 이전의 우리나라 사람들은 배움의 열기는 컸으나 학교에 갈 수도 없을 만큼 가난한 사람이 많았다. 이 때 교당에서 제공하는 공부의 기회가 청소년들을 교화하는 좋은 방편이 되었다. 교무님들 중에도 원불교 가면 공부할 수 있다고 하여 왔다가 발심을 하게 된 분들이 적지 않다. 옛날부터 스님들이나 천주교 사제는 지적인 측면에서 상류지식인이었고, 일반 신도들은 불경이나 성경도 못 읽어본 무식한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교무님들도 예전에는 지적인 면에서 지역의 리더였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고등 교육을 받아서 교도보다 지적인 면에서 신부님이나 스님, 또는 교무님이 더 우월하다고 할 수 없게 되었다. 따라서 지식을 제공하는 센터로서의 기능은 더 이상 교화의 방편이 될 수 가 없게 되었다.


3. 정보과잉 시대 교화 방편
오늘날은 스마트폰과 유튜브등 SNS로 지식을 배울 기회가 넘치고 정보가 홍수처럼 흐르는 지식과잉 시대로 인류가 지금 막 경험을 시작하는 변화의 시기이다. 과거처럼 먹을 것이 모자라고 지식이 부족하여 문제인 것이 아니라 너무 많이 먹어 다이어트가 주 관심이고 정보가 넘쳐 어떻게 선별하고 관리하느냐가 더 큰 과제인 시대이다.


누구에게 무엇을? 이제 교화의 방편을 세우려면 먼저 교화의 대상이 누구이며 이들이 무엇을 원하는가를 파악해야하고 여기에 맞추어 교화를 기획해야 한다. 굶주리던 시대에는 보약이 좋은 약이었지만 요즘은 디톡스(Detox)라고 장을 비우는 방법이 더 요구되는 시대이다. 마찬가지로 정보도 과잉이고 지식도 넘치는 요즘 세태에는 지식과 정보의 디톡스가 필요하다. 생각을 멈추고 마음을 비우는 일이 널리 요구되고 있는데 이것이 바로 명상이고 좌선이며 영성을 키우는 일이다. 그래서 서구에서는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명상에 대한 요구가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서구에서 불교가 전파되는 길은 사람들이 주로 명상을 하는 방법을 통해서 이지 신앙적 측면에서 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설법을 들으려고 서양 사람들이 절에 가는 경향은 매우 드물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교당에 사람 모아놓고 설법을 하는 교화의 패러다임을 재고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한다. 정시에 지정된 건물에서 강좌를 실시하는 것이 교육의 모델이었듯이, 교화도 역시 유사한 형태로 진행되었다. 이것은 과거의 지식부족 시대에 확립된 교육과 교화 방식이다. 그러나 지금 교육은 디지털 교육 형태로 급격히 이동되고 있다. 특히 교양교육은 명강사에 의한 무크 강의가 점차 비중이 높아질 것이며, 사이버를 통한 상시교육 형태로 바뀌고 있다. 마찬가지로 교화도 교당 밖의 사이버 강의의 비중이 점점 늘어갈 것이다. 다시 말해 정시 교당 설법이 아니라 상시 사이버 설법이 유튜브 등을 통해서 전 세계 누구나 들을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여기서 다시 인공지능의 역할이 나오는데, 인공지능에 의한 통역과 번역이 곧 완벽하게 될 것이므로 세계적인 유명 법사의 설법을 스마트폰으로 언제나 어디서나 어느 나라 사람이나 들을 수 있게 된다.


예를 들면 국내에서도 '법륜'스님의 설법이나 '혜민'스님의 명 강연을 쉽게 들을 수 있다. 세계적으로 저명한 3대 영성 지도자인 '달라이라마', '틱 나한'스님, '에카르트 톨레'등의 가르침을 바로 보고 들을 수 있다. 젊은 세대일수록 스마트 폰을 통한 정보접속이 높은 만큼 젊은 세대에게 가까이 가려면 어쨌든 스마트폰을 활용해야 한다.


그러므로 정해진 시간에 교당에서 설법을 하는 교화방식은 인공지능과 지식과잉 시대에 맞지 않는다. 첫째로 사람들이 설법과 같은 지식 전달 방식에 대해서는 구태여 법당에 가서 강의를 들을 필요를 깊이 느끼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청중의 수준이 그만큼 높아지기 때문에 정말 잘 하기 전에는 어지간한 설법에는 감명 받지도 않는다. 둘째로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것은 지식으로 전해지는 법이 아니라 생각의 멈춤과 비움의 훈련 즉 명상이나 좌선, 영성 수련 등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교당은 이런 사람들이 명상이나 좌선 등을 언제나 편할 때 할 수 있도록 상시 명상 센터 역할을 해야 한다. 절은 이점에서 전통적으로 어느 정도 이 역할을 해왔고, 성당도 사람들이 아무 때나 가서 기도하고 묵상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 교당도 사람들이 언제나 와서 좌선 염불 등을 할 수 있도록 열려있어야 한다. 그리고 교도들이 자율적으로 좌선 팀, 염불 팀, 독경 팀, 기도 팀 등 다양한 형태의 영성 관련 수행 팀을 구성하여 교당을 중심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이들의 활동이 SNS 또는 인터넷 방식으로 널리 유포되는 것을 장려해야한다.


끝으로 교당 보다는 교단 전체의 차원에서 이 물질개벽의 시대에 맞추어 교화 패러다임을 바꿀 필요가 있다. 인공지능과 관련된 어휘가 빅데이터이다. 젊은 세대는 스마트폰을 제2의 머리처럼 신체의 일부로 융합된 삶을 살고 있다. 현재 기업 경영의 패러다임이 생산자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는데, 이때 핵심적 역할이 소비자관련 빅데이터 분석이다. 이를 통해 기업은 소비자의 행동 패턴을 분석한 후 사업 기획에 활용한다. 이 빅데이터의 원천은 소비자들이 스마트폰에 남긴 플랫폼 접속, 로그인, 콘텐츠 시청 등의 기록이다. 이 방대한 빅데이터를 분석하는 방법이 인공지능이다. 기업들은 이 분석 자료를 바탕으로 고객의 특성에 맞는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므로 빅데이터의 확보와 분석력이 기업의 경쟁력이 되었다.


이러한 기업의 패러다임 변화는 인공지능 시대 교화의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데 시사 하는 바가 크다. 명상을 원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어디에 분포되어 있는지 빅데이터 분석으로 파악할 수 있어야 하고, 이들에 맞는 맞춤 교화를 어떻게 할 것인지 기획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물질개벽의 꽃인 인공지능을 십분 활용하여 정신개벽을 이끌어 가자는 것이다. 이것은 원불교 원래 정신인 생활불교·현대불교의 정신에 합치하는 적극적 교화요, 널리 중생을 구제하려는 보살의 방편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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