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거운 짐 훨훨 내려놓고 걸음걸음 해원상생 낙도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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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거운 짐 훨훨 내려놓고 걸음걸음 해원상생 낙도하소서
  • 관리자
  • 승인 2018.04.14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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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년은 제주의 많은 양민들이 희생된 4.3사건이 70주년을 맞는 해입니다. 올해는 특히 문재인 대통령께서 4.3 양민 희생자 추념식에서 4.3사건이 “국가 권력에 의한 죄 없는 양민들이 영문도 모른 채 학살을 당했음”을 선언했고, “가족을 잃고도 숨죽여 살아야 했던 희생자 가족들의 지난 삶”을 위로했으며, “제주 4.3의 진실은 어떠한 세력도 부정할 수 없는 분명한 역사적 사실”임을 선포했고, “아직도 제주 4.3의 진실을 외면하는 사람들이 있음”을 시사했으며, 마지막으로 “제주 4.3 사태의 진상규명과 명예회복 그리고 배상과 보상 등에 대해 국회와 협의하며 중단 없이 나아가겠다고 선언”했기에 그 어느 해 보다도 더 의미 깊고 특별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대통령의 추념사를 보면서 그동안 침묵하면서 70년의 세월동안 아픔과 엄청난 폭압에 대해 말도 못하고, 추념식도 제대로 열지 못했던 그 한과 억울함을 속 시원하게 풀어줌으로서 양계의 해원상생의 길로 나아가는 큰 길을 열어 주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우리 재가·출가 교도들이 마음을 모으고 뜻을 합하여 올렸던 제주 4.3 양민 희생자들을 위한 특별 천도재는 그 누구도 돌아보지 않았던 영가들을 위로하고, 영가들이 겪었던 그 아픔과 폭압의 억울한 한을 풀어주고, 해원 상생의 새 시대 새 삶으로 나아가는 음계의 기운을 돌리고 풀어주는데 일조를 했음이 참으로 다행스럽고 또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저는 그동안 많은 양민들이 희생됐었다는 제주 4.3 사건에 대해 피상적으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추념식을 계기로 제주 4.3의 자료들을 좀 더 면밀하게 살펴보며 가슴의 먹먹함과 경악스러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그것은 이 사건이 인간만이 저지를 수 있는 이념의 편협성과 상극의 끝을 보여줬기 때문입니다.


숨어있던 양민들이 들킬까 두려워 자기 아들의 입과 숨통을 손으로 막아 죽게 하였는가 하면, 주로 어린 아이와 노인들이 피하지 못하고 총칼에 사살을 당하고, 어떤 마을은 불바다가 되어 사라지고, 어떤 마을은 남자들이 다 죽어서 무남촌(無男村)이 되는 등 이렇게 죽은 사람이 3만 여명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빨갱이의 가족이라는 말이 두려워 말도 못하고 죽은 듯이 지냈으며, 제주 4.3사건이 일어 난지 30년 후인 1978년에 현기영 작가가 제주도 북제주군 조천면 북촌리에서 벌어진 양민 학살 사건을 다룬 '순이 삼촌'이라는 중편소설을 썼다는 이유만으로 안기부와 보안사에 끌려가 끔직한 고문을 당하고 발간을 취소당했던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제주 4.3 사건 70주년을 맞아 문 대통령께서 양계의 해원상생의 길을 크게 열고, 우리들은 작은 정성이지만 희생자들을 위한 특별 천도재식을 정성스럽게 올려, 종재식을 상생과 평화의 광장인 이곳 광화문에서 갖게 됨은 참으로 의미가 크고, 또 양계와 음계의 기운을 녹여 새 시대로 나아가는 발판을 열었다는 생각을 갖게 됩니다.


대산종사께서는 제주도를 “해동일척제주선(海東一雙濟州船)하니 삼가일가천하평(三家一家天下平), 해동에 한 쌍의 제주선이 있으니, 천하의 모든 종교가 한집안이 되어 천하가 태평하리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제주도는 그냥 제주가 아니라, 오대양 육대주를 제도하는 반야용선이라는 말씀이지요. 그래서 모든 종교가 한 뜻 한 마음이 되어 태평천하를 열어가자는 염원이 담긴 법문입니다.


저도 이번 추념식을 보면서 한 글귀를 적어 보았습니다. “濟州解寃相生源(제주해원상생원) 永天永地開太平(영천영지개태평), 제주가 해원상생의 발원지가 되니 영천영지 태평세계가 열리리로다”


마지막으로 오늘 이 종재식을 통하여 제주 4.3 양민 희생자 영가들께서 모든 한과 억울함을 풀고 해원상생의 큰 길을 열어 가시길 염원 드리면서 소태산 대종사께서 천도의 길로 밝혀주신 성주(聖呪)의 법문을 '해탈의 노래'로 풀어서 영가들의 영로를 위로하고 밝혀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영원한 하늘이여! 영원한 땅이여! 영원한 만물이여! 영원한 그대 주인공들이여! 하늘도 잠들고 땅도 잠들고 만물도 잠들고 그대 영가들도 잠들었다 하네. 새 세상 새 아침 되어 동녘에 새 빛이 열리니 하늘도 깨어나고 땅도 깨어나고 만물도 깨어나고 그대 주인공들도 깨어나니 역력하고 역력하여 눈부시게 찬란하네!


그 가운데 오고 가고 가고 옴이 돌고 돌아 무궁하니 여기도 해원상생 여래지요 저기도 해원상생 여래지라네. 여보게, 정처 없이 떠도는 나그네여! 무거운 짐 훨훨 내려놓고 걸음걸음 해원상생 낙도하고 걸음걸음 해원상생 현경삼아서 해탈하고 해탈하여 새 세상 열어가고 해탈하고 해탈하여 낙원세상 누려보세”


원기 103년 4월 3일
원불교 서울교구장 죽산 황도국 교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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