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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의 시천주(侍天主)는 무엇인가?

by 관리자 posted Jun 23,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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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중이 봉기, 반란, 혁명의 주동세력으로 등장하는 것은 어떤 이유 때문일까? 유토피아에 대한 열망이 강렬하면 할수록 디스토피아 또한 참혹하게 펼쳐지는 까닭은 무엇이란 말인가?’ 이런저런 생각으로 머릿속이 뒤엉켜 있던 어느 휴일 아침에, 나는 수운이 경상도 땅에서 남원으로 숨어들어와 8개월간 기거했던
은적암 터에 올랐다. 특히 동학의 「칼노래」, 「 안심가」등 가장 혁명적인 노래를 지었던 수운의 행적과 무슨 관계가 있지 않겠냐는 질문을 던지면서 말이다.


  은적암 터에 오르는 길은 그다지 높지도 경사가 심한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마치 속계에서 법계로 가는 길처럼 우리 일행은 누구 한 명도 이정표를 보지 못했고 약속이나 한 듯 엉뚱한 산길을 헤매었다. 그뿐만 아니라 겨우 산 중턱까지 오르는 동안 뭔지 모를 음산한 기운에 내내 고통스러웠다.


  산에서 내려오면서 이곳이 역사의 굽이에서 치열한 전투가 벌어진 곳이며, 1894년 동학혁명 당시에는 김개남 장군이 전투를 치른 곳으로 민중의 한이 사무친 곳이라는 말을 들었다. 고개가 절로 숙여졌다. 이 산의 기슭에 농민군의 주검이 즐비했을 상상을 하니 모골이 송연했다.


  수운은 20세를 전후해 10여 년 이상 전국을 방랑하며 세태 변화와 인심을 살폈다. 그런 과정에서 임금은 임금답지 못하고 신하는 신하답지 못하며 아비는 아비답지 못하고 자식은 자식답지 못한, 그야말로 인심 풍속이 괴이하기 그지없는 시대와 만났다.


  그러던 수운이 1860년 4월 5일 상제와의 문답을 나누고 주문과 영부를 받는 종교체험을 계기로 무극대도인 동학을 창도한다. 수운은 천사 문답 이후 1년여의 수련을 거친 다음, 본격적인 포교 활동에 들어갔다. 그러나 보수 유림의 본거지인 경상도를 무대로 한 동학 포교는 처음부터 비난과 질시 속에서 전개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 결과 경주를 떠나 아무 연고도 없는 전라도 땅으로 길을 떠나게 되었다. 정처 없는 길이었다. 이렇게 수운이 피신한 장소는 다름 아닌 남원 근처에 있는 선국사의 부속 암자인 은적암이었다.


  은적암에 가기 위해서는 먼저 남원 교룡산성을 지나야 한다. 성내에는 685년(신문왕 5년)에 창건된 선국사가 있다. 선국사 오른쪽 길을 따라 오르다 보면, 관군의 보급물자 보관창고였던 군기 터로 짐작되는 장소가 보인다. 군기 터에서 위로 더 오르면 비로소 수운이 기거했다는 은적암 터가 나온다. 현재는 인적이 드문 탓인지 잡목만 무성한 채 공터로 남아 있다.


  여기에서 수운은 「논학문」을 지었다. 논학문의 본래 이름은 「동학론」으로 동학의 핵심 사상인 ‘시천주(侍天主)’를 해설하고 있는 론(論)이다. “내유신령(內有神靈)하고 외유기화(外有氣化)하며 일세지인(一世之人)이 각지불이자야(各知不移者也)라.” 즉, 안으로 신령함을 가지고 있고, 밖으로 널리 사람들을 감화시키는 작용이 있으며, 온 세상 사람들이 옮기지 못할것임을 철저히 깨닫는 데 있는 것이라고 한다. 이를 박윤철 교무는 “모심의 경지에 있는 사람은 영성과 혁명이 통일된 상태, 자기완성과 이웃사랑이 통일된 상태”라고 말한다.


  이처럼 수운이 창시한 동학은 엄청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그것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한 깊은 통찰 속에서 사상과 태어나기 때문이다. 역시 종교는 시대의 아픔을 치유하고, 세상 곳곳에 희망의 메시지를 전할 사명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은적암의 잡목만 무성한 공터… 오늘 날의 천도교를 보는 느낌이었다. 삶은 사라지고 사상의 옷만 남은 슬픈 현실. 그렇다. 삶이 디스토피아일 때, 민중은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 사진 설명 : 교룡산성은 남원 시가지를 동쪽으로 바라보는 518m의 교룡산 정상과 동쪽 아래로 형성된 계곡에 걸쳐 축조되어 있다. 돌로 쌓은 산성의 둘레는 총 3,120m로 현재 성문터와 옹성 등의 시설이 남아있다.


  원래 백제가 신라의 작전에 대비하여 쌓은 성이라고 전해온다. 백제와 신라가 겨룰 때는 몇 번이나 쌓고 무너졌는지 알 수 없으나, 가깝게는 임진왜란 이듬해에 다시 쌓고 정유재란에 거듭 무너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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