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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교무의‘유림산책’儒林散策 (20) | 박세웅(성호) 교무(원광대학교 마음인문학연구소 HK교수)

가장 빠르고 바른 공부길

by 관리자 posted Jun 30,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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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교무의 유림산책.jpg

 

  나는 학부시절에 마음공부의 성취를 빨리 이루고자하는 욕속심(欲速心)이 많았었다. 나름 혼자 열심히 하다보면 금방 대종사와 같은 성인이 될 것이라고 여겼다. 마침 학부 2학년 때 한 선진을 모시고 산책할 기회가 있었다. 용기를 내서 “어떻게 해야 빨리 견성하고 성인이 될 수 있습니까?”물어보았다. 이에 그 분은 자비로운 음성으로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가장 빠르고, 가장 바른 공부길은 바로 스승을 모시고 하는것이다.”


  어느 날 공자가 태묘에 들어가 매사를 물어보니, 혹자가 이를 보고 “누가 공자를 일러 예를 안다고 하는가? 태묘에 들어가 매사를 물어보는구나.”하고 비아냥거렸다. 공자가 이 말을 듣고 “이것이 바로 예이다.”라고 답한다.(『논어』, 「팔일」) 태묘는 노나라 조상의 사당을 말한다. 공자는 젊어서부터 예를 잘 안다고 소문이 났는데 혹자가 이를 계기로 조롱한 것이다. 주자는 공자가 “이것이 바로 예이다.”라고 말씀한 것은 공경과 삼가 함이 지극한 것이 바로 예를 행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비록 알더라도 또한 묻는 것이 삼가 함이 지극한 것이며, 그 공경함이 이보다 더 큰 것이 없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전후 문장은 없고, 다만 “태묘에 들어가 매사를 물어보았다.”는 말씀만「향당」이라는 곳에 재차 나온다. 모든 주석가들은 같은 말씀이 중복해서 나왔다고 하여 이를 해석하지 않고 지나친다. 과연 같은 말씀일까? 그냥 쉽게 지나칠 수 있는 말씀일까? 왜냐하면 그 태묘에는 바로 공자가 평소 존경하고 그리워했던 주공(周公)이 모셔져 있기 때문이다. 대종사를 비롯한 삼세제불제성이 모셔져 있는 영묘전과 같은 곳이기 때문이다.


  「향당」에서 나오는‘공자가 태묘에 들어가 매사를 물어보았다’는 말은 스승에게 평소 자신의 모든 것을 일일이 보고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종사가 「교당 내왕시 주의사항」에서 ‘상시응용주의사항으로 공부하는 중에 어느 때든지 교당에 오고 보면 그 지낸 일을 일일이 문답하는 데 주의하라. ’는 말씀을 공자는 태묘에 가서 주공에게 했던 것은 아닐까! 주공과 공자 간의 신맥과 법맥이 바로 여기서 이어진다. 어쩌면 공자가 위대한 인류의 스승이 되었던 것은 이처럼 언제나 마음속에 스승을 모시고 살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정산종사는 시자에게 일상의 일 외에는 먼저 자신에게 말하고 처리하라 당부하며, “내가 알고 있어야 기운이 상통하여 그 일이 잘 되어 가나니라.”고 말씀한다. 스승에게 일일이 문답하는 가운데 스승과 한 기운으로 연해져, 자신의 작은 그릇을 벗어나 스승의 큰 경륜을 따라 큰일을 해나갈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스승을 안 모시면 아무리 날고 긴다는 인물일지라도 저열한 인물이 된다고 하셨다. 이는 공부와 사업에서 모두 마찬가지이다.


  대산종사는 지자본위(智者本位)를 설명하시며, “진정으로 내 마음에 스승이 있는가를 깊이 생각하여 보라. 나의 모든 것을 직접 고백할 스승이 없다면 그 사람은 일생의 불행이며 영생을 통하여 불행한 사람이다. 사람은 백 살이 되더라도 스승이 있어야 한다. 스승을 모실때에도 한 분만 모시지 말고 되도록 많이 모셔야 한다. 스승이 없을 때에는 스승을 구하여 항상 모시고 배우며 살아야 한다. 우리가 스승을 모시고 배우지 않을 때 어둠과 퇴보와 차별이 기다리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당부한다.


  사람은 백 살이 되더라도 스승이 있어야 한다는 말씀이 가슴에 남는다. 대산종사는 실제로 16세에 출가하여 그저 16세시 대종사님을 모시고 살던 16세의 소자(小子)요, 소제(小弟), 소동(小童)이라는 생각만 가지고 살지 무엇을 했다는 생각이 하나도 없이 생을 살았다. 그래서 그는 위대한 스승이 되었고, 우리는 그를 마음속에 모시며 다짐한다.


  “큰 스승을 모시고 영원한 소자(小子)요, 소제(小弟)요, 소동(小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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