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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만나는 한국 토착 사상 기행 - 14 | 천지은 교도(원불교출판사 편집장, 남중교당)

전복자顚覆者수운 - 저 계단을 오르지 않다

by 관리자 posted Jun 30,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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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0년은 철종의 시대다. 철종이 조선의 국왕에 오른 것은 퇴계학을 정통으로 계승한 선비들의 권력욕 때문이었다. 퇴계학이 제아무리 훌륭하다 한들, 백성의 삶을 지옥으로 만들고있는 선비들의 교과서로 존재하는 한, 출세주의 이데올로기에 불과했다. 조선 후기의 선비들은 좋은 문장을 남겼을 수는 있다. 하지만 수운은 현실의 비극과 상처를 외면해버린‘그 문장들’에서 멀리 벗어나기 위해 세상을 떠돌았다. 유학의 문장에서 벗어나 삶의 지옥과 직면한 뒤에 수운은 마침내 깨달을 수 있었다.


  경주 구미산에 있는 용담정에서 수운은 1860년 4월 5일 득도하였다. 수운이 가장 먼저 한 일은 바로 집에서 데리고 있던 어린 여자 종 두 명의 신분을 해방시켜 각각 며느리와 수양딸로 삼은 것이다. 좋은 문장을 외우고 쓰던 양반사회의 계급적 질서에 크게 한 방을 먹인 것이다. 이를 두고 소설가 정도상은 “수운은 전복자(顚覆者)였다.”고 주장하며“나는 수운의 사상적 뿌리가 유불선이라고 하는 데에 동의하지 않는다. 수운은 유불선을 전복하고 시천주(侍天主) 사상을 만들어냈다.”고 강조한다.


  나 또한 그의 이 말에 동의한다. 이를 뒷받침할 만한 일례로 수운이 이곳에서 포덕을 펼칠때의 상황을 살펴보면, ‘용담에 신인이 났다’는 소문이 나서 사람들이 몰려왔다고 한다. 수운의 무엇이 그 수많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였을까? 핵심은 전복에 있다. 기존의 질서와 현실에 순응하는 마음과 기운을 버리고, 새로운 마음과 기운으로 현실을 전복하자는 수운의 가르침에 사람들은 환호하며 몰려왔을 것이다.


  수운은 『용담유사』를 통하여 “선하고 악한 마음을 쓰는 것은 역시 기운에 의한 것”이라고 노래하고있으며, 『 동경대전』 「탄도유심급(歎道儒心急)」에서는 “흐린 기운을 씻어내고 맑은 기운을 어린아이 기르듯 잘 키우게”되면, 그 마음이 이내 본래의 마음 바탕을 회복할 수 있다고 가르치고 있다. 이러한 기운과 마음을 지니려는 방법으로 수운은 ‘수심정기(守心正氣)’라는수행법을내놓았다. 즉, '회복된 본래의 마음을 지키고(守心), 나아가 기운을 바르게(正氣)’하여 이를 올바르게 삶 속에서 실천하도록 가르친 것이다.


  수운의 사상은 양반이나 상놈이나 어른이나 어린이나 늙은이나 젊은이나, 모두 시천주 상태로 태어나고 그것을 가지고 있다는 게 핵심이다. 이것이야말로 당대의 유학이었던 퇴계학에 대한 전복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누구든지 제 안에 가장 성스럽고 거룩한 존재를 모시고 있다.’이렇게 기존의 질서를 뒤엎는‘수운의 말’이 사람들의 마음을 파고들면서 동학은 바람보다 빠르게 퍼져나갔다. 나는 저 계단을 오르지 않았다.


  * 사진 설명 : 용담정 용추각 - 경주 용담정을 지나면 작은 계곡과 언덕이 나온다. 언덕 위로 연결되는 돌계단을 오르면 사각정에 용추각(龍湫閣)이라고 쓰인 현판이 걸려 있다. 용추각 안에는 수운의 아버지인 근암 최옥 선생의 문집 목판본이 보관되어 있다. 수운의 아버지는 퇴계 이황의 영남학파를 계승한 선비로서 경상도 일대에 그의 학문과 덕망이 높았다고 전해진다.


  특히 수운은 어릴 때 부친을 스승 삼아 유학을 깊이 공부했는데, 아버지 근암 공은 경주 일대 선비들과 교류하던 유명한 학자이자 퇴계학을 정통으로 계승한 선비였다고 한다. 당시 수운은 신분차별이 극심한 시대 때 과부의 자식이긴 했지만 아버지의 두터운 사랑과 후광 덕분에 학문적 수련을 닦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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