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1101호
2018.10.07

지난 호 보기

구독하기
최신호 주요기사
최근 많이 본 기사
 

한울안신문·원광대학교 마음인문학 연구소 유럽탐방 동행취재 _ 박대성 교무의 유럽 명상센터 견문록 (7)

아, 떼제

by 관리자 posted Sep 27, 2018
Extra Form

유럽견문록.jpg

 

# 저녁교회종소리
  저녁 시간을 훌쩍 넘겨도 유럽의 해는 길기만 하다. 프랑스 파리에서 자동차로 4시간 거리를 우리네와 비슷한 시골길로 굽이굽이 달려 다음 목적지를 향한다. 끝없이 펼쳐진 지평선 만큼이나 길게 드리운 노을은 순례객의 발길을 붙잡는다.


  주차를 하고 한숨 돌리니 정문 종각에 위치한 큰 종이 ‘뎅그렁 뎅그렁’울린다. (사진 1) 저녁 8시 하루를 마무리하는 기도 시간을 알려주는 신호다. 이제야 비로소 하늘에서 눈을 떼어 종소리에 귀 기울인다. 이곳은 ‘떼제 공동체’다.


  떼제 공동체 (The Taize Community)는 프랑스의 부르고 뉴 지방 남부의 손에로와르(Saone-et-Loire)에 있는 떼제(Taize)에 위치했다. 1940년 로제 수사에 의해 창설된 에큐메니칼(초교파) 성격의 기독교 수도회다. 로제 수사는 개신교인 이었으나, 가톨릭이나 정교회 등 특정 교파에 구애받지 않았다. 현재 공동체에는 25개국 출신의 남성 수도자(국내에도 모임이 운영됨)들이 모여 기도와 묵상을 중심으로 공동생활을 하고 있다.


  1950년대부터 매주 떼제에서 열리고 있는 젊은이들의 기도모임은 전 세계에서 수천 명의 젊은이가 함께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일행이 방문했을 때에도 2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이곳에 머물며 하루에 세 번 기도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갖가지 프로그램을 자유롭게 이어간다.


  대강당은 칸막이로 막아 공간을 구분해서 쓸 수 있지만 개방하면 전체가 통으로 연결이된다. 숙소 또한 전혀 화려하지 않고 소박하게 아니 상당부분 불편을 감수해야 할 정도며, 가장 중요한 제대(祭臺) 역시 너무나 간소하게 마련돼 있다. (사진 2)


# 염불인듯염불아닌
  떼제 공동체의 기도 모임에서 사용되는 찬양 양식은 마치 우리의 주문(呪文)이나 염불처럼 일정한 가사(주로 성서의 구절)를 아름다운 음율에 담아 지속적으로 반복하는 형태로 구성되어 더욱 친근하게 느껴진다.


  저녁 8시 기도에 참석한 필자는 한 수사가 선창하고, 수천 명의 대중이 따르는 ‘키리에 엘레이손(자비송)’을 듣고 그만 가슴 속에 뜨거운 것이 올라와 눈물을 뚝뚝 흘리고 말았다. 옆에 앉은 중년의 프랑스 남성도 몸을 웅크린 채 조용히 흐느낀다. 그가 어떤 큰 짐을 이곳에 부려 놓았는지 궁금했다.


  한국에서 볼 수 있는 열광적 기도와는 다르게 자극적이지 않고 담백한 아니 심심하기까지 한 이곳의 기도, 어떤 이는 무릎을 꿇고, 어떤 이는 엎드린 채, 어떤 이는 좌선하는 자세로 찬양과 묵상을 이어간다. 한 마디의 설교조차 곁들이지 않은 고요함이 기도시간 내내 이어진다. (사진 3)


  떼제 현지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의 기독교 공동체에서도 떼제 찬송을 활용한 예배 모임이 열리고 있다. 창시자인 로제 수사가 2005년 8월에 불의의 사고로 선종(善終)한 뒤, 현재는 천주교 수도자 출신인 알로이스 수사가 원장을 맡고 있다. (사진 4)


  평복으로 우리를 맞이하다가 기념촬영을 한다고 하니 얼른 수도복으로 갈아입으며, 어린아이처럼 웃어 보인 그에게 떼제공동체의 성공 요인(?)을 물었다. “원칙이 있다. 누구든 이곳에 한정 없이 머무르게 하지는 않는다. 일주일 정도 머문 이상에 모두 떼제를 떠나야 한다. 우리는 청년들이 이곳에 오래 머무르기 보다는 자신이 속한 지역의 교회나 공동체에 자리잡기를 원한다.”


  붙잡고자 한다면 먼저 놓아주라는 말인가? 일견 이해하기 어렵지만 당연한 원칙이다. 누구나 자신만의 고유한 개성(個性)이 곧 조화로운 불성(佛性)일 터.

 

(다음호에 계속)


  1. [1101호]  세상을 바꾸려면

    한울안신문·원광대학교 마음인문학 연구소 유럽탐방 동행취재 박대성 교무의 유럽 명상센터 견문록 (8)

    # 비(雨)의런던 파리 북역(北驛)에서 유로스타를 타니 두 시간을 조금 넘겨 영국으로 건너올 수 있었다. 세인트 판크라스역에 내리니 역 내에 “I want my time with you”라고 적힌 전광판이 일행을 맞이...
    Date2018.10.08 Views8
    Read More
  2. [1101호]  통일대(臺)

    김상중 교무(하이원빌리지)

    지리산 긴긴 봉을 한 호미 뜯어내어 백두산 푸른 물에 조각조각 던졌다가 기린님 오가는 길에 서리서리 뿌리리 백두산 맑은 물을 한 초롱 퍼내어서 한라산 초록물감 혼숙염 하였다가 남북이 하나 될 때 사름사름 뿌리...
    Date2018.10.08 Views3
    Read More
  3. [1101호]  한울안이 만난사람┃골디~ 물 한잔 마시고 가

    젠더 폭력 예방 전문강사 황금명륜┃반짝 반짝 빛나는 아이들과 함께한 네팔이야기

    페미니스트. 젠더 폭력 예방 전문강사인 저자 황금명륜, 주민등록에 기재된 이름인 김명륜 보다 ‘황금’으로 훨씬 많이 불리는 저자는 대학 시절, 친족 성폭력 살인사건의 주인공들을 도우며 운명처럼 지...
    Date2018.10.08 Views134
    Read More
  4. [1100호]  아, 떼제

    한울안신문·원광대학교 마음인문학 연구소 유럽탐방 동행취재 _ 박대성 교무의 유럽 명상센터 견문록 (7)

    # 저녁교회종소리 저녁 시간을 훌쩍 넘겨도 유럽의 해는 길기만 하다. 프랑스 파리에서 자동차로 4시간 거리를 우리네와 비슷한 시골길로 굽이굽이 달려 다음 목적지를 향한다. 끝없이 펼쳐진 지평선 만큼이나 길게 ...
    Date2018.09.27 Views11
    Read More
  5. [1098호]  원대연 40주년 | 우리 그때 그랬었지?

    박성근 교무(돈암교당, 원대연 22대 정통부장, 원심회 23기)

    99학번, 일명 비둘기 학번으로 시작된 나의 대학생활은 온통 원광대학교 원불교 동아리(원심회)와 원대연 활동으로 채웠다. 생각해보니 나는 출가 전 어린이회를 시작으로 학생회, 청년회, 교우회와 원대연까지 두루...
    Date2018.09.16 Views5
    Read More
  6. [1098호]  유럽에 전달된 아시아의 선물

    한울안신문·원광대학교 마음인문학 연구소 유럽탐방 동행취재 _ 박대성 교무의 유럽 명상센터 견문록 (6)

    # 난초의 향처럼 서방에 퍼진 불법 우연이겠지만 프랑스는 ‘불란서(佛蘭西)’라는 한자표기처럼, 6천 5백만 인구가운데 약 5백만 명이 불자로 파악된 유럽 최대의 불교 국가이다. 유럽의 일반적인 사회현...
    Date2018.09.16 Views12
    Read More
  7. [1098호]  한 사람 한사람의 열정을 모아 소리로 빚어내다

    한울안이 만난사람┃서울원음합창단 전낙원(종옥) 지휘자

    박대성 편집장(이하 박) : 지휘자의 간단한 자기소개와 음악에 대한 신념을 전해 달라. 전종옥 지휘자(이하 전) : 경복고등학교 재학 시절 합창단을 지휘하며 음악과 연을 맺어 서울대학교에서 박인수 선생님을 모시...
    Date2018.09.16 Views16
    Read More
  8. [1097호]  특집 | 가족교화어찌할꼬? (3)

    교법실천의 현장을 찾아 | 김근직 교도(신촌교당)

    고향에는 둘째 동생만 살고 있는데 사회단체장을 하고, 토박이라 교당에 입교해서 주인 역할을 해주면 좋은데, 성격이 종교적이지 않아 외부적으로 일이 있으면 도와주기는 하는데 법회에는 참석하지 않아 교화에는 ...
    Date2018.09.13 Views11
    Read More
  9. [1097호]  친절한 종구씨 | ‘교헌과 교규를 말하다’(3)

    수위단·종법사 선거를 위한 헌정기고 | 류종원 교무(중앙남자원로수도원)

    # 수위단의 피선자격 수위단의 피선자격은 정사(正師)이상입니다. 법강항마위 이상 되면 수위단의 피선자격이 주어지는데, 수위단원 선거규정을 보면 후보추천위원회가 구성되고, 그 위원회에서 3배수로 후보가 확정...
    Date2018.09.13 Views7
    Read More
  10. [1097호]  한마음 한걸음 문화교류기행 | 남과 북, 다름과 같음

    김도은 교도(서울시민선방)

    이번 남북청년 한마음 한걸음 제주도 캠프를 다녀온 김도은입니다. 8월 9일부터 16일까지 6박7일간 남북한의 청년 23명이 참가한 이번 제주도 캠프는 음식, 놀이, 예술, 언어의 총 네 개의 팀으로 나뉘어 진행되었습...
    Date2018.09.13 Views8
    Read More
  11. [1097호]  스리랑카 방문기 | ‘아름다운 인연들’

    김서윤 예비교무(원불교대학원대학교)

    우연한 기회로 최서연 교무님, 박형선 교무님, 윤미승 교무님과 함께 원불교 서울외국인 센터에서 하는 스리랑카 장학사업 방문에 동행하게 되었다. 8월 2일(목)에 인천공항에서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를 거쳐 스...
    Date2018.09.13 Views9
    Read More
  12. [1097호]  평상심이 도(道)

    한울안신문·원광대학교 마음인문학 연구소 유럽탐방 동행취재 _ 박대성 교무의 유럽 명상센터 견문록 (5)

    # 프란치스코 수도원에서 만난 도(道) 독일 남부 디트푸르트에 위치 한 프 란 치 스 코 수 도 원(Franziskanerkloster), 입구에 들어서니 ‘평상심이 도(平常心是道)’라는 익숙한 선가(禪家)의 글귀가 적...
    Date2018.09.13 Views8
    Read More
  13. [1096호]  특집 | 가족교화어찌할꼬? (2)

    교법실천의 현장을 찾아 | 김근직 교도(신촌교당)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바로 교당에 데리고 다녔습니다. 앞으로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은 나라가 잘 살게 되서 죄 짓지 않고, 마음만 바르면 사는 걱정은 크게 없을 것이라 생각하고, 교당에 데리고 가서 교무님께 맡...
    Date2018.08.30 Views21
    Read More
  14. [1096호]  친절한 종구씨 | ‘교헌과 교규를 말하다’(2)

    수위단·종법사 선거를 위한 헌정기고 | 류종원 교무(중앙남자원로수도원)

    # 수위단회의기능 오늘 살펴볼 교헌(敎憲)은 제4장 중앙총부, 제2절 수위단회, 제42조 수위단회 기능(機能) ‘수위단회는(首位團會)는 교단(敎團) 최고결의기관(最高決議機關)이며 정수위단(正首位團)은 최상위...
    Date2018.08.30 Views24
    Read More
  15. [1096호]  원대연 40주년 | 연원회여 영원하라

    김종신 교도(대치교당)

    우리는 수백 년, 수천 년의 깊은 인연 글로벌 유력 기업도 30년을 넘기기 어렵다고 한다 하지만 이제 우리 연세대학교원불교교우회(이하 연원회)가 35년을 맞이했으니 참으로 대견하다. 이제 기억도 조금씩 가물가물...
    Date2018.08.29 Views13
    Read More
  16. [1096호]  이곳에서는 모두가 하나

    한울안신문·원광대학교 마음인문학 연구소 유럽탐방 동행취재 _ 박대성 교무의 유럽 명상센터 견문록 (4)

    # 별유천지비인간 (別有天地非人間) 다뉴브 강과 멀지 않은 바이에른 숲 기슭, 레겐스부르크와 슈트라우빙 사이에 풍부한 종의 다년생 풀로 둘러싸인 공원에 네팔의 불교사원을 중심으로 각국의 불교 예술품이 펼쳐...
    Date2018.08.26 Views15
    Read More
  17. [1095호]  특집 | 가족교화어찌할꼬? (1)

    교법실천의 현장을 찾아 | 김근직 교도(신촌교당)

    저의 가족은 저와 아내, 아들 둘과 며느리 둘, 큰 아들네 손자 둘, 작은 아들네 손녀 하나가 있습니다. 자녀와는 각각 독립해서 삽니다. 부모님은 18년, 11년 전에 돌아가셨고, 저의 형제는 4남 2녀로 6남매입니다. ...
    Date2018.08.23 Views13
    Read More
  18. [1095호]  친절한 종구씨 | ‘교헌과 교규를 말하다’(Ⅰ)

    수위단·종법사 선거를 위한 헌정기고 | 류종원 교무(중앙남자원로수도원)

    최근 교단 언론에서 보도된 ‘교구법인을 다시 재단법인 원불교로 재통합하기로 결정’했다는 기사를 보면서 여러분은 어떤 생각이 드는지 궁금합니다. 8년 전 교화활성화를 위해 교구별 법인을 설립했습...
    Date2018.08.23 Views16
    Read More
  19. [1095호]  원대연 40주년 | 미혹(迷惑)됨이 없는 나이

    김명은 교도(정토회교당, 충남 서천여중 교사, 원기68년 동아대학교 원불교교우회 창립인)

    대학시절, 나는 내 청춘의 절반도 넘게 원대연 활동에 올인 하였다. 지금 생각하니, 젊은 시절 깊은 학문과 문학에 더 맹진하지 못하고 원대연에 대한 열정만으로 청춘을 보낸 것이 회한으로 남을 때가 있다. 나는 ...
    Date2018.08.16 Views29
    Read More
  20. [1095호]  ‘튼실한 열매를 맺으리라’

    한울안신문·원광대학교 마음인문학 연구소 유럽탐방 동행취재 _ 박대성 교무의 유럽 명상센터 견문록 (3)

    최초의 독일인 교도에 대한 교단의 기록을 살펴보면 원기 49년(1964) 독일인 프리츠 허먼 씨의 입교 기록을 찾을 수 있다. 그러나 본격적인 독일 교화의 시작은 원기 71년(1986) 4월 독일 연방정부로 부터 사단법인 ...
    Date2018.08.16 Views16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53 Next
/ 53

로그인

회원가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