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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요, 시네마」 ㅣ 조휴정(수현, 강남교당) KBS1 라디오 ‘박종훈의 경제쇼’연출

초라하면 초라한 대로 찌질하면 찌질한대로 소중한 내 식구

by 관리자 posted Oct 01,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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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령화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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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곧 추석입니다. 언젠가 저희 방송에 출연했던 외국인이 ‘명절을 이렇게 싫어하는 나라는 처음 봤다’고 할 만큼 벌써부터 ‘남자는 남자대로 여자는 여자대로 스트레스 쌓이는 명절’류의 부정적 기사가 많이 나오는걸 보면 씁쓸합니다. 1년에 한두 번 만나는 건데도 이렇게 명절이 부담스러운 건 왜일까요.


  어쩌면 명절 그 자체보다 ‘사람’이 싫어서 아닐까요? 잔소리만 하는 집안 어른, 잘난 척 하는 성공한 친척, 끝없이 비교하고 얄밉게 구는 형제 등등 이런저런 핏줄의 인연이 불편해서 명절이 싫은걸겁니다. 그렇죠. 우리는 우리 의지와 상관없이 가족이 된 거니까요. ‘고령화가족(2013년작, 송해성 감독)’처럼 콩가루 집안이 꼭 영화 속 이야기겠습니까.


  나이든 엄마(윤여정) 집에 얹혀사는 한모(윤제문) 인모(박해일) 미연(공효진)은 한마디로 ‘막돼먹은 자식들’입니다. 전과자에 백수인 장남 한모는 나이값도 못하는 동네 건달이고 가족 중 유일하게 대학을 나와 영화감독까지 된 인모는 말이 영화감독이지 자살을 생각할 만큼 희망이 없어 보입니다. 웬만한 깡패 못지않게 거친 미연은 자신보다 더 거친 중학생 딸 민경을 데리고 엄마 집에 얹혀살면서 세 번째 결혼을 준비합니다.


  서로를 형, 동생, 오빠로 부르지 않고 욕을 달고 사는 삼남매의 일상을 보면 한숨이 절로 나지만 엄마는 단 한 번도 자식들을 탓하지 않습니다. 엄마 역시 복잡한 과거 속에서 고단하게 살아가는 인생이지만 늘 자식들의 밥을 챙기고 웃음으로 맞아줍니다. 그야말로 식구(食口)의 구심점인 엄마는 언제나 ‘밥 먹자’며 한자리에 가족을 불러 모읍니다. 칠십이 가까운 나이에 무거운 화장품가방을 어깨에 메고 거리를 누벼도 엄마에게 자식은 ‘소중한 내 새끼’인겁니다.


  이런 엄마 밑에서 자라서 그럴까요? 겉으로 보자면 콩가루 집안 맞고 우애라고는 찾아볼 수 없지만 위기가 닥치면 삼남매는 똘똘 뭉칩니다. 동생을 위해 교도소를 가고 형을 위해 뭇매를 맞아냅니다.


  그렇죠. 엄마가 사랑으로 품으면 자식들은 언젠가 일어나죠. 엄마가 따뜻하고 긍정적이면 자식들은 완전히 어긋나지 않습니다. 오랜만에 떠난 가족 여행에서 패싸움이 벌어져도 자식들이 단결했다며 좋아하고 피한방울 섞이지 않은 큰 아들도 차별 없이 ‘장남’으로 존중하고 실패하고 실수해도 탓하지 않는 엄마는 어느 성직자보다 위대합니다.


  ‘공부 잘하는 아들 = 국가 아들, 돈 잘 버는 아들 = 사돈 아들, 공부 못하고 돈 못 버는 아들= 내 아들’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딱 맞아떨어지는 암담한 현실이지만 엄마는 오늘도 삼겹살을 열심히 구워 자식들 입에 넣어줍니다. 서로의 찌질한 과거를 용서하고 모자라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함께 따뜻한 밥한끼 나눌 수 있으면 그게 바로 ‘가족’임을 이 영화는 깨닫게 해줍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인모와 엄마가 서로에게 묻습니다. 언제가 가장 행복했느냐고요. 인모는 자신의 영화가 개봉되었던 날이라고 하자 엄마는 대답을 못합니다. 그렇게 행복한 적이 없었느냐고 아들이 재차 묻자 엄마가 말하죠. “행복했던 날이 너무 많아서 언제가 가장 행복했는지 생각하는 중”이라고요. 이런 엄마가 있다면 이런 엄마를 사랑하는 형제가 있다면 명절이 싫을 수가 없을 겁니다.


  오래전부터 전해져오는 사소한 믿음을 좋아하는 저는 보름달을 보며 꼭 소원을 빌곤 했는데요, 언젠가 부터는 빌 소원은 없고 그저 감사하는 마음만 가득합니다. 영화 속 엄마만큼 훌륭하지도 않았는데 잘 자라준 아들들이 고맙고 순수하고 명랑한 며느리들이 한없이 사랑스럽고 이 세상에서 제 말을 유일하게 무서워해주는 남편도 눈물 나게 고맙고 착하고 속 깊은 시댁식구들, 친정언니…. 고맙고, 고맙고 또 고마운 가족들이 곁에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추석 저녁에도 끝없이 이어질 가족 수다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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