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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청년 | 심지는 원래 요란함이 없건마는

by 관리자 posted Oct 08,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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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목 곽다영 교도(세종교당)

 

요즘청년(곽다연).jpg

 

여러분 역시 오늘도 수많은 경계를 마주하셨을 것입니다

 

  행아웃 교화단에서의 저의 강연주제는 ‘심지는 원래 요란함이 없건마는 경계를 따라 있어지나니, 그 요란함을 없게 하는 것으로써 자성의 정을 세우자’입니다. 우리 마음의 본 바탕은 고요하여 요란함이 없겠지만 우리가 마주하는 수많은 대상과 환경들은 우리 마음 작용을 일으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요란함을 없애기 위해 우리가 원래 갖추고 있는 성품에 동하지 않는 수양력을 키워야합니다.


  저는 공용 냉장고를 사용하는 기숙사에서 살고 있습니다. 이 곳의 문제는 냉장고 안에 음식은 공용음식이라도 되는 듯 마음껏 꺼내 먹는 음식도둑이 있다는 것입니다. 처음엔 한 번 마신 우유가 밑바닥을 보일 때, ‘내가 착각한 거겠지’, ‘누가 자기 것인 줄 알고 모르고 먹었나보다’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상황이 계속되다보니 누군가 알면서 몰래 남의 음식에 손을 댄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계란찜을 해먹으려고 재료손질을 마치고 계란만 풀면 되는데 냉장고 문을 열면 계란이 사라지거나 씨리얼을 먹으려하면 우유가 없는 경우는 비일비재했습니다. 점점 짜증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아빠께서는 항상 적선했다고 생각하라 말씀 하셨지만 마음처럼 쉽지는 않았습니다. 음식에 이름을 써놓고, 먹지 말라는 문구를 적어두어도 달라지는 것은 없었습니다. 우유에는 눈금을 긋기 시작했고 음식을 꽁꽁 숨겨두거나 냉장고에 넣지 않기 시작했습니다.


  나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음식도둑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결국 냉장고에 쪽지를 붙였습니다. ‘안녕 도둑아? 내 우유랑 야채 계란 고기 등 맛있게 먹었니? 계속 맛있게 먹으렴. 언젠가 세제를 섞을 건데 조심하고. 오늘 엄마한테 전화해서 네가 한 일을 말씀드려봐, 자랑스럽게 생각하실 거야.’하지만 도둑은 저를 비웃듯 다음 날 쪽지를 잔뜩 구겨 쓰레기통에 버려버렸습니다. 그 요란함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을 정도였습니다. 그 이후에는 모든 플루어메이트들을 의심하기 시작했습니다.


  심지어 나중에는 저 아이가 정말 도둑이라도 되는 듯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펴며 실망하고 미워하기 시작했습니다. 정말 아차 싶었습니다. 내 친절하고 소중한 친구들에게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것인지 저 스스로도 깜짝 놀랐고 그깟 음식들 때문에 소중한 인연들한테 큰 죄를 짓고 있었습니다.


  저의 마음을 살펴봤습니다. 내 음식에 함부로 손댄 것에 화가 났고, 다시 마트에 가야한다는 사실이 짜증났고, 당장 먹을 음식이 없다는 것에 어이가 없었습니다. 놀랍게도 마음을 알아차린 것뿐인데 마음이 조금 진정됐습니다. 그리고 곰곰이 생각해보니 정말 아빠말씀대로 적선했다고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물론 음식 도둑은 잘못을 했지만, 저는 음식보다 소중한 인연들을 잃을 뻔 했습니다.


  저의 마음이 계속 요란하기만 했다면 전 모든 사람을 의심하고 미워하기만 했을 것입니다. 제 마음자리가 본래 요란함이 없는 청정한 상태임을 자각하고 더 이상 요동치지 않도록 마음을 바꿨습니다. 이미 없어진 음식은 아예 내 음식이 아니었다고 생각하고 최대한 음식을 조금씩 사기 시작했습니다. 그 이후 음식 도둑에 의한 큰 피해는 없었고 다시금 순수한 마음으로 친구들을 대할 수 있었습니다.


  여러분 역시 오늘도 수많은 경계를 마주하셨을 것입니다. 이 경계속에서 요란해진 마음에 끌리지 않고 조용히 내 마음을 들여다보고 어떻게 이 경계를 돌려 내 마음에 고요함을 얻을지 고민한다면 앞으로 더 큰 경계에도 굳건히 맞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제 마음을 더 자세히 들여다볼 것을 다짐하며 강연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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