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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요, 유행가」 ㅣ 조휴정(수현, 강남교당) KBS1 라디오 ‘박종훈의 경제쇼’연출

세월이주는가장큰선물, 공감과용서

by 관리자 posted Oct 23,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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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찬 ‘당신도 울고 있네요’

 

유행가.jpg

 

  가을은 울기도 좋은 계절입니다. 원래도 눈물이 많긴 했지만, 가을에는 더 자주, 시도 때도 없이 눈물이 납니다. 뉴스를 보다가도 눈물이 나고 아장아장 걷는 귀여운 아기를 봐도 괜히 눈가가 촉촉해집니다. 방탄소년단의 유엔연설은 사무실에서 봤는데도 눈물을 참기 힘들었습니다.


  감동받아서, 귀여워서, 자랑스러워서 삼천 가지 이유로 눈시울이 뜨거워집니다. 내가 겪지 않아도, 아무 인연이 없어도 얼마나 슬플까, 힘들까, 고생했을까, 다 내 일처럼 켜켜이 와 닿기 때문입니다. 눈물만 많아지는 게 아니라 가을은 그리움이 짙어지는 계절입니다. 한때는 친자매처럼 붙어 다녔건만 특별한 이유도 없이 서로 연락을 하지 않게 된 친구. 내가 뭘 서운하게 한 걸까?

 

  다시 연락할 수 없을만큼 어색해졌지만 가을엔 문득 그립습니다. 미웠던 사람도 떠오릅니다. 복기하면 할수록 억울하고 아픈 기억이지만 다 이유가 있었겠지, 너무 빨리 만났거나 너무 늦게 만났기에 서로를 괴롭혔겠지, 마음이 짠해집니다. 우연히 만난다면, 어쩌면 저도 눈물이 날지 모르겠습니다. 김종찬의 ‘당신도 울고 있네요(1988년, 박건호 작사, 최종혁 작곡)’처럼 말입니다.


  “당신은 울고 있네요. 잊은 줄 알았었는데. 찻잔에 어리는 추억을 보며, 당신도 울고 있네요. 이렇게 만나게 될 줄을 그 누가 알았던가요. 옛날에 옛날에 내가 울듯이 당신도 울고 있네요. 한때는 당신을 미워했지요, 남겨진 상처가 너무 아파서 당신의 얼굴이 떠오를 때면 나 혼자 방황했었죠”


  아름다운 이별은 영화에서나 가능하기 때문에 아름다운 재회도 현실에서는 힘들겁니다. 이 여인도 더 행복해지기 위해 떠났겠지만 인생의 행복은 쉽게 오지 않죠. 누구와 함께 하든 이런저런 인생의 파도를 넘을 수밖에 없고 결국 모든 것은 내 운명이었구나. 깨닫게 됩니다. 노래의 주인공도 야멸 차게 떠날때는 먼 훗날 이렇게 눈물을 흘릴 줄 몰랐겠죠. 하지만, 이제, 두 사람은 이렇게 한바탕 눈물을 흘림으로써 그동안의 앙금을 다 털어냈을 겁니다.


  누가 먼저 떠났느냐를 따지는 건 부질없죠. 떠나게 했을 수도 있고 다 인연이 거기까지 인거죠. 미움도 미련도 세월 앞에서는 힘 못씁니다. 굳이 만나지 않았어도 세월 속에서 서로를 용서했을 겁니다. 그래서 눈물을 흘리면 건강해진다고 하나봅니다.


  여자들은 울 줄 알기 때문에 남자보다 오래 산다는 말이 있을 정도죠. 사실, 눈물 많은 사람이 웃음도 많거든요. 웃음이 얼마나 건강에 좋은지는 다 알고 계실 겁니다. 눈물과 웃음은 드러나는 방식만 다를 뿐이지‘공감’이라는 공통점이 있죠. 나이가 먹을수록 눈물이 마른다고 하지만 우리, 그러지 말기로 해요. 세상 모든 일이 못마땅하고 타인의 고통과 슬픔에 야박한 사람, 숨 막힙니다.


  ‘내가 다 겪어봐서’안다며 사사건건 훈수를 두는 근엄한 어른보다는 소리내어 웃어주기도 하고 가끔은 함께 울어줄 수도 있는 우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나이가 주는 가장 큰 선물은 ‘공감’과 ‘용서’니까요.


  이 노래를 부른 김종찬. 오래전 무대를 떠났지만 ‘사랑이 저만치 가네’, ‘산다는 것은’, ‘당신도 울고 있네요’이 세 곡만으로도 절대 잊혀질 가수가 아닙니다. 첫 소절만 들어도 가슴이 먹먹해지는 이 명곡들은 김종찬 특유의 깊이 있는 허스키 보이스에 최적화되어 가을에 들으면 더 와 닿습니다. 그래서인지 감성을 좀 아는 추남(秋男)들이 김종찬의 노래를 특히 좋아하는데요, 그리운 옛 여인이 떠오른다면, 조금은 눈물을 흘려도 괜찮답니다. 계절에 흔들릴 줄도 알고 마음이 아프다는 게 뭔지를 아는 남자가 훨씬 매력적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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