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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교무의 ‘유림산책’儒林散策 (27) | 박세웅(성호) 교무(원광대학교 마음인문학연구소 HK교수)

도문(道門)의 마스터키(Master key)

by 관리자 posted Nov 08,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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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교무의 유림산책.jpg

 

  어릴 적 우리 집에는 서로 다른 6가구가 모여 살았다. 누군가 혹 열쇠를 안에 넣고 방문을 잠그거나 열쇠를 잃어버리는 상황이 생기면, 그들은 어머니를 찾아왔다. 어머니는 그 집의 주인으로서 6가구의 모든 방문을 열 수 있는 하나의 열쇠, 마스터키의 관리자였기 때문이다. 마스터키는 특정한 자물쇠만을 여는 것이 아니라 일정 건물 안의 잠금장치나 특정 형태의 잠금장치를 모두 열 수 있는 만능열쇠를 말한다. 당시에 마스터키 하나로 민원을 해결해주던 어머니가 참 멋져 보이고 부러웠던 기억이 있다.


  공자는 근기에 따른 공부길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태어나면서 아는 자가 상등(上等)이요, 배워서 아는 자가 다음이요, 애쓰면서 배우는 자가 또 그 다음이니, 불통(不通)한데도 배우지 않으면 백성으로서 하등(下等)이 된다.” (『논어』「계씨」: 生而知之者는 上也요 學而知之者는 次也요 困而學之는 又其次也니 困而不學이면 民斯爲下矣니라.)


  유가의 전통적인 해석에 따르면, 공자는 생이지지(生而知之)하고, 안자는 학이지지(學而知之)하며, 증자는 곤이득지(困而得之)한 성인이다. 이것을 불가의 공부길과 비교해서 살펴보면 생이지지는 곧 돈오돈수(頓悟頓修)인 각행일치(覺行一致)의 경지로서 선후 없이 일시에 합치된 것을 말하며, 학이지지는 곧 돈오점수(頓悟漸修)인 선각 후행(先覺後行)의 경지로써 먼저 깨쳐 알아가지고 뒤에 그 진리대로 닦아 나가서 합치된 것을 말한다. 끝으로 곤이지지는 곧 점수돈오(漸修頓悟)인 선행후각의 경지로서 처음에는 그 진경을 모르고 그저 닦아 나가다가 문득 깨쳐 합치된 것을 말한다. 그러나 어느 길로 통하든지 결국 그 진경에 들어가서는 다 같다고 말한다.


  대종사는 어린 시절 도에 발심한 이후부터 시종일관하신 것을 보면 정성한 공부 길이 공자와 같다고 할 수 있다. 정산종사는 안자와 같다. 그가 경상도 에서 전라도로 올 때 대종사는 이미 그가 생이지지한 것을 알았다. 하지만 대중의 신망과 천지의 진리에 응함이 덜 하였기 때문에 늘 배우는데 학이지지하였다고 전해진다. 그렇다면 증자는 누구와 비교될 수 있을까?


  증자는 너무 가난해서 10년 동안 새옷을 못해 입었다고 전해진다. 이후에 벼슬을 얻게 될 기회가 있었으나 “나는 벼슬보다는 도가 더 좋으므로 이 생활을 해야겠다.”고 하여 밭을 매면서까지 공자의 도덕을 체득하기 위해 정성을 다 하였다고 한다. 비록 그는 근기가 부족하였지만 처음부터 일관되게 정성을 드렸고 결국 공자의 도를 체득하여 그 도통을 잊게 된다. 증자의 이러한 정성심을 체받아서 그 누구도 아닌 우리 자신이 교단의 증자가 되어야 하겠다. 대산종사는 “보통 사람은 학이지지되어가지고 가볍게 날려 버리지 않을 수가 없는 것 같다. 조금 속하고 빠를 것 같으면 날려 버린다. 날려 가지고 크게 깊게 오래가지 못한다. 도가에서는 같은 것이로되 곤이득지를 학이지지 보다 더 쳐주는 법이 있다. 그러므로 정성 그것이 무서운 것이다.”라고 말씀한다. 공자와 대종사의 생이지지든, 안자와 정산의 학이지지든, 증자와 우리들의 곤이지지든 그 길의 핵심은 바로 정성으로서, 정성 없이 들어간 법은 없다. 정성스럽게 들어가다 보면 결국 그 목적지는 같은 것이다.


  『정전』에는 ‘성(誠)이라 함은 간단없는 마음을 이름이니, 만사를 이루려 할때에 그 목적을 달하게 하는 성공시키는 원동력이다.’고 밝힌다. 그러므로 우리가 이 공부와 이 사업을 하는데 있어서 정성이 없다는 것은‘나는 못합니다.’ 하고 항복 문서 쓰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씀하는 것이다. 정성이 제일중요한 것이요, 정성이 제일 무서운 것이니, 모든 도문의 마스터키는 결국 정성이다. 어쩌면 삼세제불제성은 우리들에게 간절히 원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대여! 어서 그 마스터키로 우리의 닫힌 문들을 활짝 열어 모두에게 전해주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