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1113호
2019.01.13

지난 호 보기

구독하기
최신호 주요기사
최근 많이 본 기사
 
연재

사진으로 만나는 한국 토착 사상 기행 - 26 | 천지은 교도 (원불교출판사 편집장, 남중교당)

“우주의 가을시대는 어디쯤 와 있을까”

by 관리자 posted Dec 24, 2018
Extra Form

사상기행.jpg

 

  대원사(大院寺)는 전북 완주군 구이면 원기리 산 997번지 모악산 동쪽 산 중턱에 위치한 절이다. 속설에 부처님의 후신이라는 진묵대사가 한때 머물렀는가 하면 스스로 미륵이라고 한 증산 강일순이 1901년 7월에 득도한 유서 깊은 절이다. 원불교의 정산종사가 도를 찾아 잠시 머물렀던 가람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도 몇 년 전, 건강상의 이유로 휴직하고 있을 때 가끔 찾던 곳이다. 평일 낮 혼자 산에 가도 전혀 이상하지 않고 높이도 적당하여 자주 다녔다. 하루는 선뜻 산에 오르지 못하고 주변 찻집에 앉아 “산 정상에 저처럼 초보자도 오를 수 있을까요?”라고 푸념처럼 늘어놓자, 옆에서 듣던 주인은 “세상에 못 오를 산은 없어요. 사람이 도전하지 않기 때문에 못 가는거예요.”라면서 “일단 행동으로 옮겨보지도 않고 산 밑에서 이런저런 이유만 대면 평생 못 간다”는 일침에 곧장 엉덩이를 털고 일어났다. 이날 나는 크게 깨달았다. 세상 일도 마찬가지다. 아예 시작도 안 하거나, 끝까지 해보지도 않고 이러쿵저러쿵 온갖 핑계를 대며 중도에 포기한게 어디 한둘이던가.

 

 

  “변두리가 중심을 바꿀 것이다.”는 말이 있다. 이 진술은 대개의 노마디즘(유목주의) 철학자들이 애용하는 진술이다. 인류의 발전을 추구하며 16세기 즈음에 출발한 모더니즘(근대주의) 철학의 중심주의는 끝내 실패했고, 그 중심을 해체하며 대안으로 제시된 철학이 포스트모더니즘(탈근대주의)이었다. 그러나 탈근대만으로 근대의 중심주의는 해체되지 않았고, 세상을 바꿀 새로운 철학이 필요하게 되었다. 이때 등장한 것이 노마디즘이다.


  ‘근대의 기획으로 인해 인류는 서로 착취하며 학살했고, 발전이라는 이름의 파괴를 끊임없이 전개하여 결국엔 인류의 삶이 근본에서 망가졌으며 지구의 생태와 환경도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도록 했다’고 노마디즘 철학은 성찰했다. 중심을 해체하는 정도가 아니라 중심을 구성하는 변두리가 중심을 바꾼다는 노마디즘 철학의 근본은 그러나 유럽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라 아시아에서 시작된 것이었다.


  구한말 이 땅 변두리에서도 우리를 이끄는 영성적이거나 혁명적 리더들이 끊임없이 나타났다. 그 중에는 권력과 권위를 갖춘 리더도 있었다. 그러나 개인이든 조직이든, 진정한 리더는 창조적이면서 동시에 개벽적인 영감을 주는 리더다. 우리는 의무감이 아니라 스스로 원해서 그들을 추종한다. 그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자신을 위해서 따르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 리더는 ‘왜 이 일을 하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한다. 이 ‘왜’야말로 나에게 영감을 주고 그것을 통해 또 다른 이들에게도 확산되기 때문이다.


  그러한 리더 중에는 세상인심을 격발시키고 폭동 시키는 ‘동세개벽’의 수운 최제우와 동학의 사람들이 있었고, 세상인심을 안심시키고 편안케 하는 ‘정세개벽’의 증산 강일순도 있었다.


  그러나 그들도 사람인지라 생사의 변화를 모면치 못하고 떠났다. 다행히 그들이 떠난 자리마다 후천개벽의 사상이 남았다. 그 사상의 뼈대는 사람의 마음이다. 마음공부를 통해 태어난 자리의 첫마음으로 돌아가야 인간 세상에 후천의 새 하늘이 열리고 새 땅이 열리는 것이다. 원불교사상연구원 조성환 박사는 “개벽이 지향한 것은 ‘새로운 세상을 여는 것’이지만, 그것은 ‘세상을 보는 기존의 시각과 닫힌 마음을 새롭게 여는 것’에 의해서 가능하다”고 했다. 모악산의 가을은 깊어질 대로 깊어졌는데, 우주의 가을시대는 어디쯤에 와 있을까?

 

  * 사진 설명 “모악산 대원사 전북 완주군 구이면 원기리 산 997번지, 금산사의 말사(末寺)다. 증산은 30세가 될 때까지 조선 각지를 돌아다니며 수행을 했고 1901년 7월 5일 대원사에서 도를 이루었다.

  원불교의 2대 종법사인 정산 종사도 경상도 성주에서 전라도로 넘어와 대원사에서 지내다가 1918년 정월 정읍 화해리로 거처를 옮겼다.


  1. [1113호]  행복의조건 | 204. 새해, 마음챙김

    글.그림 이수현

    Date2019.01.17 Category만평 Views1
    Read More
  2. [1113호]  "이럴 거면 왜 만들었어요? 세상엔 종교도 많은데 …”

    사진으로 만나는 한국 토착 사상 기행 - 29 | 천지은 교도 (원불교출판사 편집장, 남중교당)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시골에서 어르신을 만나면 “아이고 젊은 양반이 이런 곳까지 뭣하러 왔어? 밥 안 먹었으면 이리와 앉아. 밥은 함께 먹어야 맛있지”라는 말을 격의 없이 주고 받았다. ‘...
    Date2019.01.17 Category연재 Views2
    Read More
  3. [1113호]  마음을 잘 씁시다

    박교무의 ‘유림산책’儒林散策 (32) | 박세웅(성호) 교무(원광대학교 마음인문학연구소 HK교수)

    성균관대학교에서 대학원을 다니던시절, 유학과의 한 교수가 수업시간에 “공자·맹자·주자 등 성인들의 말씀은 참 좋은데 그래서 그것을 어떻게 실천하자는 것인가를 구체적으로 파고들면 쉽게 ...
    Date2019.01.17 Category연재 Views5
    Read More
  4. [1113호]  아하! 원불교 | 법신불 일원상

    문현석 교무 · 번개교당

    원불교의 상징인 저 동그라미 일원상의 의미가 궁금해요. 우리 주변을 보면 원을 활용한 디자인, 조형물들을 자주 만날 수 있죠. 원불교에서 만나는 동그라미(원)는 법신불 일원상 혹은 법신불 사은이라합니다. 우선...
    Date2019.01.17 Category연재 Views6
    Read More
  5. [1113호]  혁신·평화 그리고 회복

    황상원교무의 글로벌 스피크 아웃(Global speak out)

    기해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교도님들과 교무님들 그리고 모든 이들의 가정에 법신불 사은의 은혜가 가득하길 염원드립니다. 제가 지금껏 받은 모든 은혜에 대한 ‘보은’의 마음으로 이 글을 시작하고자 ...
    Date2019.01.17 Category연재 Views5
    Read More
  6. [1112호]  행복의조건 | 203. 성인의 욕심

    글.그림 이수현

    Date2019.01.14 Category만평 Views2
    Read More
  7. [1112호]  12월의 끝자락에서

    박교무의 ‘유림산책’儒林散策 (31) | 박세웅(성호) 교무(원광대학교 마음인문학연구소 HK교수)

    2018년 한 해도 얼마 남지 않았다. 이때가 되면, 한 해를 잘 마무리 하고, 새해의 계획을 잘 세우고자 하는 마음이 누구에게나 들 것이다. 특히 마음공부에 뜻을 둔 사람은 ‘서원’과 ‘참회’...
    Date2019.01.14 Category연재 Views1
    Read More
  8. [1112호]  일원상과 삼학

    길튼교무의 정전산책 (完) ㅣ 방길튼 교무(나주교당)

    <정전> ‘교법의 총설’을 보면 “법신불 일원상을 수행의 표본으로 모시고 수양·연구·취사의 삼학을 수행의 강령으로 정한다.”는 대목이 나옵니다. ‘일원상’은 수...
    Date2019.01.14 Category연재 Views2
    Read More
  9. [1111호]  행복의조건 | 202. 안녕, 2018년!

    글.그림 이수현

    Date2019.01.07 Category만평 Views8
    Read More
  10. [1111호]  낡은 사상으로는 새 세상을 만들 수 없다

    사진으로 만나는 한국 토착 사상 기행 - 28 | 천지은 교도 (원불교출판사 편집장, 남중교당)

    산 정상에 어미가 아이를 안고 있는 듯한 바위가 있어, 이름이 모악(母岳)인 산 아래에 저수지가 하나 있다. 금평저수지인데 김제시 금산면 금산리와 청도리에 걸쳐 있으며 1961년에 축조되었다. 모악산 근처의 여러...
    Date2019.01.07 Category연재 Views6
    Read More
  11. [1111호]  설레는 마음으로 2019년을 기다리며

    「고마워요, 시네마」 ㅣ 조휴정(수현, 강남교당) KBS1 라디오 ‘박종훈의 경제쇼’연출

    프랭크 시나트라 ‘마이웨이’ 모든 것에는 끝이 있죠. 지겹고 힘들었던 직장생활, 죽고 못 살았던 사랑, 계속 될 것만 같았던 삶도 결국 끝이 납니다. 그걸 알면서도 하루하루 충만하게 살기가 쉽지 않습...
    Date2019.01.07 Category연재 Views3
    Read More
  12. [1111호]  신간 | 스타트업 버티고 9+1

    ‘실패를 줄이는 선배 CEO들의 리얼한 창업 분투기’

    「스타트업 버티고 9+1」은 창업인들에게 실패를 줄일 수 있도록 선배 CEO들의 리얼한 창업 분투기를 풀어낸 인터뷰집이다. 20여 년 컨설턴트와 전문 멘토로 활동하며 다양한 기업인들의 애로사항을 들어온 저자 김...
    Date2019.01.07 Views3
    Read More
  13. [1111호]  wonglish | 대종경 서품 제18장中

    권상은 교도(영등포교당)

    “우리는 재가와 출가에 대하여 주객의 차별이 없이 공부와 사업의 등위만 따를 것이며” “we will be concerned only with the rank of practice and work without discriminating between laity a...
    Date2019.01.04 Category연재 Views9
    Read More
  14. [1110호]  행복의조건 | 201. 다른 걱정

    글.그림 이수현

    Date2019.01.04 Category만평 Views1
    Read More
  15. [1110호]  증산의 큰 뜻은 대중화되었을까?

    사진으로 만나는 한국 토착 사상 기행 - 27 | 천지은 교도 (원불교출판사 편집장, 남중교당)

    어떤 종교적인 건축물 안으로 들어가면 그 종교의 신자가 아님에도 옷깃을 여미게 되고, 평소 감지하지 못했던 숙연한 감정을 느낄 때가 있다. 나에겐 모악산 금산사에서 보냈던 시간들이 그랬다. 심리적으로 위안을...
    Date2019.01.04 Category연재 Views5
    Read More
  16. [1110호]  나는 어디로 가게 될까?

    박교무의 ‘유림산책’儒林散策 (30) | 박세웅(성호) 교무(원광대학교 마음인문학연구소 HK교수)

    교단에서는 교정원이 새롭게 구성됨에 따라 곧 전무출신들의 대대적인 정기인사가 단행될 예정이다. 인사는 ‘전무출신인사임면규정’과 ‘전무출신인사임면시행규칙’을 기준으로 진행되며 지...
    Date2019.01.04 Category연재 Views3
    Read More
  17. [1110호]  신간 | 한국근대의탄생, 개화에서개벽으로

    원광대 원불교사상연구원 조성환 책임연구원, 신간 출판

    원광대학교(총장 김도종) 원불교사상연구원 책임연구원 조성환 박사가 ‘한국 근대의 탄생: 개화에서 개벽으로(모시는사람들, 2018년)’를 출간했다. ‘한국 근대의 탄생: 개화에서 개벽으로’...
    Date2019.01.04 Views1
    Read More
  18. [1110호]  심신작용 처리건과 시비이해

    길튼교무의 정전산책 (128) ㅣ 방길튼 교무(나주교당)

    『정전』수행편 제6장「일기법」중 ‘정기일기법’의 한 조목으로 ‘심신작용의 처리건’이 등장합니다. 심신작용의 처리건은 학원이나 선원에서 훈련을 받는 공부인이 정기로 기재하는 일기 방...
    Date2019.01.04 Category연재 Views4
    Read More
  19. [1110호]  wonglish | 대종경 서품 제17장中

    권상은 교도(영등포교당)

    “부처님께서는 우주 만유가 다 부처님의 소유요, 시방 세계가 다 부처님의 집이요 일체중생이 다 부처님의 권속이라 하였으니” “the Buddha called all things in the universe his possessions, ...
    Date2019.01.04 Category연재 Views2
    Read More
  20. [1109호]  행복의조건 | 200. 진정한 힘

    글.그림 이수현

    Date2018.12.27 Category만평 Views16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150 Next
/ 150

로그인

회원가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