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1113호
2019.01.13

지난 호 보기

구독하기
최신호 주요기사
최근 많이 본 기사
 
연재

사진으로 만나는 한국 토착 사상 기행 - 27 | 천지은 교도 (원불교출판사 편집장, 남중교당)

증산의 큰 뜻은 대중화되었을까?

by 관리자 posted Jan 04, 2019
Extra Form

사상기행.jpg

 

  어떤 종교적인 건축물 안으로 들어가면 그 종교의 신자가 아님에도 옷깃을 여미게 되고, 평소 감지하지 못했던 숙연한 감정을 느낄 때가 있다. 나에겐 모악산 금산사에서 보냈던 시간들이 그랬다. 심리적으로 위안을 받고, 잠깐이나마 먹고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혼탁한 속세와 멀리 떨어진 듯한 안정된 기분에 빠져들기도 했었다.


  금산사는 전라북도 김제시 금산면 금산리 모악산 남쪽 기슭에 있는 절이다. 백제 법왕 1년(599)에 창건했고, 신라 혜공왕 2년(766)에 진표율사(眞表律師)가 미륵불의 수기를 받고 중건했으나 임진왜란 때 불타고 현재의건물은조선인조4년(1626)에 재건된 것이다. 신라 법상종(法相宗)의 근본 도량이었다. 경내에 진표율사가 만들었다는 미륵상과 13층 사리탑 등 국보와 보물급 문화재가 많다. 혜덕왕사, 진묵대사, 소요선사, 남악선사 등의 고승들이 거쳐 간 유서깊은 사찰이다.


  절 아래에는 용화동이 있다. 미륵이 와서 평등한 세상이 된 상태를 용화(龍華)라고 한다. 금산사 아래에 있는 용화동에서 증산 강일순이 미륵불로 자처하며 활동을 했고 현재도 증산교계의 여러 교파들이 이 곳에 운집되어 있다. 또 증산은 죽음이 임박하자 제자들에게 자신이 얼마 동안 금산사에 머물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리고 증산은 자신이 유불(遊佛, 떠도는 부처)이 되리라는 말도 했다.(대순전경 9장 9~10절)

 

  미륵불은 앉아서 침묵하는 부처가 아니다. 서서 활동하는 부처이다. 따라서 유불은 미륵불(彌勒佛)을 뜻한다. 불교의 핵심을 미륵불의 출세를 기다리는 종교라고 파악한 증산은 자신이 바로 그토록 오랜 시간 동안 염원하던 미륵불이라고 주장함으로써, 불교를 자신의 사상체계에 흡수시키고 있다. 증산은 금산사의 미륵불처럼 솥 위에 앉아있는 부처가 아닌, 각지를 떠돌아다니면서 중생들을 교화하는 부처가 되고자 했다. 증산은 이 염원을 천지공사를 통해 이루고자 했던 것이다.


  토착적 근대가 발생하던 시대에 태어난 증산교의 이러한 주장은 불교인들의 신앙을 끌어안아 보려는 몸짓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런데 어쩌면 이 지점에서 장엄에 치중한 종교, 지나친 형식 위주의 종교로 인하여 현실과는 괴리가 생겨났는지도 모른다. 석가나 예수의 첫 출발은 민중의 마음을 끌어당길 정도로 소박했었다. 그 소박하고 단순한 것이 교리조직의 가능성으로 발전해갔던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런데 증산은 교리 조직의 가능성을 남겨주지 않았다. 그래서 새로운 종교의 모습이라고는 하나 그 종통을 잇는 사람들은 신비주의와 신앙 예배의 형식으로만 증산을 받아들였다. 바로 그런 점에서 증산이 본래 의도했던 큰 뜻은 대중화되지 못하고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게 되었던 것이다.

 

  한편, 1919년(원기4년) 법인기도를 마친 소태산 박중빈은 팔산 김광선과 함께 휴양 겸 교법 제정을 위한 적당한 장소를 물색하기 위해 금산사 송대(松臺)에 얼마간 머문 일이 있었다. 이때 송대 벽면에 처음으로 일원상을 그려놓았다고 한다. 소태산은 이때 이미 자신이 깨친 진리를 일원상으로 표현하고 이를 신앙의 대상과 수행의 표본으로 삼아 교법을 제정하겠다고 마음먹은 것으로 보인다.


  증산의 큰 뜻은 결국 대중화 되지 못했다. 어려운 말로 쓰인 경전과 신비주의로 흘러간 제자들이 대중화를 막았다고 볼 수 있다. 참된 제자가 되는 일이란 이처럼 어렵다.

 

  # 사진 설명 : 모악산 금산사 전북 김제시 금산면 금산리 금산사 - 모악산 금산사는 토착 미륵신앙의 발원지로 증산이 득도한 곳이기도하다. 금산사 경내에 있는 미륵전은 3층 규모의 법당으로 국보 제62호로 지정되었다. 미륵전에는 거대한 미륵이 서 있고 불단 왼쪽으로 들어가면 미륵의 발을 만질 수가 있다. 

  발을 만지기 위해 가보면 미륵이 거대한 가마솥 위에 서 있는 것을 볼수있다. 「주역」에 의하면 ‘혁(革)은 옛것을 바꾸는 것이요, 정(鼎)은 새것을 완성시킨다.’라고 하였다. 미륵이 가마솥 위에 서 있는 것은 그런 연유에서다. 원불교의 소태산은 금산사에서 일원상을 완성했다.


  1. [1113호]  행복의조건 | 204. 새해, 마음챙김

    글.그림 이수현

    Date2019.01.17 Category만평 Views1
    Read More
  2. [1113호]  "이럴 거면 왜 만들었어요? 세상엔 종교도 많은데 …”

    사진으로 만나는 한국 토착 사상 기행 - 29 | 천지은 교도 (원불교출판사 편집장, 남중교당)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시골에서 어르신을 만나면 “아이고 젊은 양반이 이런 곳까지 뭣하러 왔어? 밥 안 먹었으면 이리와 앉아. 밥은 함께 먹어야 맛있지”라는 말을 격의 없이 주고 받았다. ‘...
    Date2019.01.17 Category연재 Views2
    Read More
  3. [1113호]  마음을 잘 씁시다

    박교무의 ‘유림산책’儒林散策 (32) | 박세웅(성호) 교무(원광대학교 마음인문학연구소 HK교수)

    성균관대학교에서 대학원을 다니던시절, 유학과의 한 교수가 수업시간에 “공자·맹자·주자 등 성인들의 말씀은 참 좋은데 그래서 그것을 어떻게 실천하자는 것인가를 구체적으로 파고들면 쉽게 ...
    Date2019.01.17 Category연재 Views5
    Read More
  4. [1113호]  아하! 원불교 | 법신불 일원상

    문현석 교무 · 번개교당

    원불교의 상징인 저 동그라미 일원상의 의미가 궁금해요. 우리 주변을 보면 원을 활용한 디자인, 조형물들을 자주 만날 수 있죠. 원불교에서 만나는 동그라미(원)는 법신불 일원상 혹은 법신불 사은이라합니다. 우선...
    Date2019.01.17 Category연재 Views6
    Read More
  5. [1113호]  혁신·평화 그리고 회복

    황상원교무의 글로벌 스피크 아웃(Global speak out)

    기해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교도님들과 교무님들 그리고 모든 이들의 가정에 법신불 사은의 은혜가 가득하길 염원드립니다. 제가 지금껏 받은 모든 은혜에 대한 ‘보은’의 마음으로 이 글을 시작하고자 ...
    Date2019.01.17 Category연재 Views5
    Read More
  6. [1112호]  행복의조건 | 203. 성인의 욕심

    글.그림 이수현

    Date2019.01.14 Category만평 Views2
    Read More
  7. [1112호]  12월의 끝자락에서

    박교무의 ‘유림산책’儒林散策 (31) | 박세웅(성호) 교무(원광대학교 마음인문학연구소 HK교수)

    2018년 한 해도 얼마 남지 않았다. 이때가 되면, 한 해를 잘 마무리 하고, 새해의 계획을 잘 세우고자 하는 마음이 누구에게나 들 것이다. 특히 마음공부에 뜻을 둔 사람은 ‘서원’과 ‘참회’...
    Date2019.01.14 Category연재 Views1
    Read More
  8. [1112호]  일원상과 삼학

    길튼교무의 정전산책 (完) ㅣ 방길튼 교무(나주교당)

    <정전> ‘교법의 총설’을 보면 “법신불 일원상을 수행의 표본으로 모시고 수양·연구·취사의 삼학을 수행의 강령으로 정한다.”는 대목이 나옵니다. ‘일원상’은 수...
    Date2019.01.14 Category연재 Views2
    Read More
  9. [1111호]  행복의조건 | 202. 안녕, 2018년!

    글.그림 이수현

    Date2019.01.07 Category만평 Views8
    Read More
  10. [1111호]  낡은 사상으로는 새 세상을 만들 수 없다

    사진으로 만나는 한국 토착 사상 기행 - 28 | 천지은 교도 (원불교출판사 편집장, 남중교당)

    산 정상에 어미가 아이를 안고 있는 듯한 바위가 있어, 이름이 모악(母岳)인 산 아래에 저수지가 하나 있다. 금평저수지인데 김제시 금산면 금산리와 청도리에 걸쳐 있으며 1961년에 축조되었다. 모악산 근처의 여러...
    Date2019.01.07 Category연재 Views6
    Read More
  11. [1111호]  설레는 마음으로 2019년을 기다리며

    「고마워요, 시네마」 ㅣ 조휴정(수현, 강남교당) KBS1 라디오 ‘박종훈의 경제쇼’연출

    프랭크 시나트라 ‘마이웨이’ 모든 것에는 끝이 있죠. 지겹고 힘들었던 직장생활, 죽고 못 살았던 사랑, 계속 될 것만 같았던 삶도 결국 끝이 납니다. 그걸 알면서도 하루하루 충만하게 살기가 쉽지 않습...
    Date2019.01.07 Category연재 Views3
    Read More
  12. [1111호]  신간 | 스타트업 버티고 9+1

    ‘실패를 줄이는 선배 CEO들의 리얼한 창업 분투기’

    「스타트업 버티고 9+1」은 창업인들에게 실패를 줄일 수 있도록 선배 CEO들의 리얼한 창업 분투기를 풀어낸 인터뷰집이다. 20여 년 컨설턴트와 전문 멘토로 활동하며 다양한 기업인들의 애로사항을 들어온 저자 김...
    Date2019.01.07 Views3
    Read More
  13. [1111호]  wonglish | 대종경 서품 제18장中

    권상은 교도(영등포교당)

    “우리는 재가와 출가에 대하여 주객의 차별이 없이 공부와 사업의 등위만 따를 것이며” “we will be concerned only with the rank of practice and work without discriminating between laity a...
    Date2019.01.04 Category연재 Views9
    Read More
  14. [1110호]  행복의조건 | 201. 다른 걱정

    글.그림 이수현

    Date2019.01.04 Category만평 Views1
    Read More
  15. [1110호]  증산의 큰 뜻은 대중화되었을까?

    사진으로 만나는 한국 토착 사상 기행 - 27 | 천지은 교도 (원불교출판사 편집장, 남중교당)

    어떤 종교적인 건축물 안으로 들어가면 그 종교의 신자가 아님에도 옷깃을 여미게 되고, 평소 감지하지 못했던 숙연한 감정을 느낄 때가 있다. 나에겐 모악산 금산사에서 보냈던 시간들이 그랬다. 심리적으로 위안을...
    Date2019.01.04 Category연재 Views5
    Read More
  16. [1110호]  나는 어디로 가게 될까?

    박교무의 ‘유림산책’儒林散策 (30) | 박세웅(성호) 교무(원광대학교 마음인문학연구소 HK교수)

    교단에서는 교정원이 새롭게 구성됨에 따라 곧 전무출신들의 대대적인 정기인사가 단행될 예정이다. 인사는 ‘전무출신인사임면규정’과 ‘전무출신인사임면시행규칙’을 기준으로 진행되며 지...
    Date2019.01.04 Category연재 Views3
    Read More
  17. [1110호]  신간 | 한국근대의탄생, 개화에서개벽으로

    원광대 원불교사상연구원 조성환 책임연구원, 신간 출판

    원광대학교(총장 김도종) 원불교사상연구원 책임연구원 조성환 박사가 ‘한국 근대의 탄생: 개화에서 개벽으로(모시는사람들, 2018년)’를 출간했다. ‘한국 근대의 탄생: 개화에서 개벽으로’...
    Date2019.01.04 Views1
    Read More
  18. [1110호]  심신작용 처리건과 시비이해

    길튼교무의 정전산책 (128) ㅣ 방길튼 교무(나주교당)

    『정전』수행편 제6장「일기법」중 ‘정기일기법’의 한 조목으로 ‘심신작용의 처리건’이 등장합니다. 심신작용의 처리건은 학원이나 선원에서 훈련을 받는 공부인이 정기로 기재하는 일기 방...
    Date2019.01.04 Category연재 Views4
    Read More
  19. [1110호]  wonglish | 대종경 서품 제17장中

    권상은 교도(영등포교당)

    “부처님께서는 우주 만유가 다 부처님의 소유요, 시방 세계가 다 부처님의 집이요 일체중생이 다 부처님의 권속이라 하였으니” “the Buddha called all things in the universe his possessions, ...
    Date2019.01.04 Category연재 Views2
    Read More
  20. [1109호]  행복의조건 | 200. 진정한 힘

    글.그림 이수현

    Date2018.12.27 Category만평 Views16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150 Next
/ 150

로그인

회원가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