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고마워요, 시네마」 ㅣ 조휴정(수현, 강남교당) KBS1 라디오 ‘박종훈의 경제쇼’연출

설레는 마음으로 2019년을 기다리며

by 관리자 posted Jan 07,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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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랭크 시나트라 ‘마이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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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것에는 끝이 있죠. 지겹고 힘들었던 직장생활, 죽고 못 살았던 사랑, 계속 될 것만 같았던 삶도 결국 끝이 납니다. 그걸 알면서도 하루하루 충만하게 살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러다 정말 끝이 보일 때쯤, 정신이 번쩍 나죠. 허무하고 아쉽고 후회되는 일들이 밀려듭니다.


  ‘저렇게 밖에 살지 못할까’, 비난했던 인생선배들과 비슷한 모습으로 늙어가는 나를 볼 때, 깜짝깜짝 놀랍니다. 그래서 요즘은 타인의 인생에 대해 섣부른 판단을 못합니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 무엇이 선이고 악인지, 확신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니까요.


  모든 인생은 가치가 있다는 것, 나름의 최선이 있었으며 그렇지 않았다 해도 우린 모두 가여운 존재라는 것도 깨닫게 됩니다. 특히?노인의 깊은 주름은 볼 때마다 마음이 먹먹해집니다. 이제는 아무도 소중히 여겨주지 않는 삶, 운이 좋으면 자식들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익숙한 나의 집에서 죽음을 맞겠지만 그런 분을 최근 들어 한 분도 못 봤습니다. 저 역시 어머님을 요양원에서 보내드렸으니까요.

 

  어떻게 키운 자식이고 얼마나 처절하게 살아온 인생입니까. 지금 80대 이상인 분들은 그야말로 인생 자체가 다 소설이고 다 다큐멘터리 감입니다. 존경은커녕 잘살게 된 대한민국에서 가장 먼저 버림받았던 그 분들. 고집 세고 세련된 시민의식도 없고 내 가족밖에 모르는 그분들의 이기심 덕분에 우리가 이만큼 살고 있지만 바로 그 점 때문에 자손들이 싫어하게 된 그분들을 보며 20년, 30년 후의 나를 생각해봅니다.


  우리도 언젠가 어떤 이유로 새로운 세대에게 버림받겠죠. 늙지 않는 인생은 없으며 대부분의 우리는 변화하는 새 세상에서 낙오자들일뿐이니까요. 그래서 요즘은 프랭크 시나트라의 ‘마이 웨이(My Way)’를 자주 듣습니다. 뒷방으로 밀려나는 나이가 되다보니 인생이 새롭게, 넓게, 깊게 보이고 60년 이상 이 세상을 버텨낸 선배들이 대단해보이니까요(지면 사정상 번역본으로 가사를 요약해서 올려봅니다.)


  “이제 거의 다 왔군. 그래 마지막 커튼이 내 앞에 있어. 친구여 내 이건 분명히 말하지, 내가 확고하게 지켜왔던 내 삶을 말이야. 난 충만한 삶을 살아왔어. 난 모든 길(way)을 다녀봤어. 하지만 더 이보다 훨씬 더 많이 내 방식(way)으로 삶을 살았지. 후회라 조금은 있어. 아니 다시 말하지, 너무 적어! 난 해야 하는 것을 했을 뿐. (중략) 난 사랑했고 난 웃고 울었네. 난 충만한 적도 있었고 때론 실패도 겪었지. 그리고 지금 눈물이 잦아들면서 난 그 모든 것이 참 재밌었다는 걸 알게 되네. 난 그렇게 두려워하며 살지 않았어, 난 내 방식대로 살았지.”

 

  가지 않은 길, 가지 못한 길에 대한 아쉬움도 있지만 모두, 정말 애쓰셨습니다. 대부분 가난했던 우리, 대부분 복종을 강요당했던 우리지만 희망을 잃지 않았고 완전히 쓰러지지도 않았으니까요. 우리는 우리 세대보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 싶었고 최선을 다해 노력했으니까요. 가끔 생각했습니다. 내가 세상에 나온 이유가 뭔가 있지 않을까?


  그냥 이렇게 살다가 끝나는 걸까? 질문은 요즘도 불쑥 던져집니다. ‘방송’이라는 중요한 분야에서 일할 수 있었고 가족에 대한 책임을 다하려 노력했기에 충분히 의미 있었다고 스스로를 위로하다가도 그래도 뭔가 알맹이가 빠진 것 같은 허전함은 어쩔 수 없습니다.


  그래서 지금부터는 그야말로 마이 웨이(My Way)를 걸으며 그 답을 찾아보겠습니다. 더 많이 웃고, 더 많이 나누고, 더 많이 감사하고 더 많이 감동하며 살겠습니다. 더불어, 다른 사람의 인생을 더 많이 응원하며 살 겁니다. 친구들을 더 사랑할겁니다. 가족과 더 많이 시간을 보낼 겁니다. 무엇보다 재미에 목숨 걸며 살 겁니다. 열정은 아직 차고 넘칩니다. 설레는 마음으로 2019년을, 미래를 기다립니다. 그동안 부족한 저의 글을 읽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그동안 소중한 글로 함께한 조휴정 피디님께 고마움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