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1102호
2018.10.14

지난 호 보기

구독하기
최신호 주요기사
최근 많이 본 기사
 

한울안칼럼 | 삶을 담는 그릇

by 관리자 posted Sep 17, 2018
Extra Form
부제목 김도경 교도(서울교당, 문화콘텐츠컴퍼니 스푸마토 대표)

김도경 교도(서울교당).png

 

장소는 사라져 버리는 기억을 물질로 버텨주는 형태의 존재

 

  “무섭지는 않지만 다시는 유치원을 못볼 것 같아 속상해요”2년째 서울상도유치원에 등원 중이었던 7살 아이는 다니던 유치원의 마지막 모습을 보고 싶어 아빠를 졸라 다니던 유치원 철거현장을 지켜보며 울먹였다고 한다.


  요 며칠 신문 사회면에서 상위 랭킹 뉴스가 된 ‘상도유치원 붕괴와 철거’사고를 바라보며 착잡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 바로 옆 다세대주택 공사장의 흙막이 옹벽이 무너져 근처 지반이 내려앉았고, 이 때문에 지하 1층, 지상 3층짜리 유치원 건물이 10도가량 기울어지다 끝내 오늘 9월 10일 철거가 완료된다. 어른들의 태만과 안전 불감증으로 7살 아이가 지닌 삶의 추억 중 어쩌면 가장 역동적이면서도 사회적인 관계 맺기의 장소가 되었을 놀이와 배움의 공간이 처참하게 무너지며 헐리게 됐다. 적합한 논의와 절차를 거쳐 철거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활동하고 있었을 낮에 기울어졌다면 대형 참사를 예견할 수밖에 없는 유치원의 붕괴 모습을 바라본 아이들과 학부모, 인근 주민들의 충격과 혼란이 아이의 울먹임으로 고스란히 전해온다.


  필자도 며칠 전 출근길 전철역 앞에서 지나쳐 온 3층 건물이 퇴근길에 보니 그 사이 헐려 오랜 시간을 함께해온 오랜 점포들의 옆 벽면의 속살이 그대로 드러나 있는걸 보며 순간 아쉬운 마음이 스쳐지나갔다. 동네에 대형마트가 생기며 오랜시간을 함께 지내온 노포들의 사라짐이 새삼스럽게 낯선 풍경이라서가 아니다. 하루 동안 사라진 건물은 수많은 시간, 사람들, 삶의 이야기를 쏟아내 온 공간이자 건물 밖 사람들에게는 그 지역의 장소성을 대변해주는 콘텐츠다.


  한 사회의 공유된 삶의 양식이자 가치인 문화는 공간을 매개로 쉼 없이 형성되어왔다. 근대성은 도시의 공간을 통해 형성되고 구체화하였으며 변천해왔다. 공간은 단순히 물리적 실체가 아니라, 삶을 담는 그릇이자, 삶을 생성하는 발전소로서의 역할을 묵묵히 해왔다. 때문에 형태를 넘어 그 공간을 이용할 사람과 그 공간에서 이루어질 콘텐츠의 연결성을 보다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 결국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이나 삶의 입장에서 그 시설이나 공간들이 어떤 작용을 할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생성해야 할 공간적 매듭이라고 생각한다.


  장소는 사라져 버리는 기억을 물질로 버텨주는 형태의 존재임을 다시 되새기게 해주는 공간콘텐츠임을 다시 깨닫는다. 서울상도유치원 붕괴 사고를 바라보는 수많은 시선과 난무하는 분석의 언어들 사이에서 7살 아이의 울먹이는 한마디가 그 어떤 언어들 보다 내게는 강렬하게 꽂혔다. 공간을 빼앗겨버린 아이들과 학부모, 유치원 관계자들을 위한 깊은 위로를 보낸다. 더불어 붕괴 사건에 따른 우리 어른들의 변명과 분석, 담론과 분노의 언어들을 지면을 통해 만나며 같은 관할구에서 한창 공사가 진행 중인 원불교 소태산기념관을 떠올리게 된다.


  원불교 서울 교화의 일대 전기를 마련하는데 일조한 서울회관은 35년의 역사적 기억과 수많은 추억을 품고 지난 2016년 철거되었다. 이후 ‘소태산, 정신개벽도량, 원불교, 실지불공의 한마당, 일원을 담아 은혜를 짓다’라는 핵심 키워드를 필두로 무사 완공을 향해 한 발 한 발 내디디고 있는 건축현장의 안전과 오롯한 장소성을 다시금 간절히 염원하며 2018년 홍보 달력의 기도문으로 글을 마무리한다.


  ‘건축에서 토목공사는 나무에 비유하면 뿌리에 해당하고, 인생에 비유하면 유소년기 전부라 할 수 있습니다. 대규모 공사현장에서 안전을 지킨다는 것은 곧 사람의 목숨을 지키는 것이고, 일상을 지키는 평화의 다른 이름입니다. 현장의 기계 소리가 커질수록, 건설의 기운이 힘차게 자리할수록 사람과 생명에 대한 존엄한 가치가 높아지기를 기도합니다. 원불교소태산기념관 공사현장에서 안전을 기반으로 건물과 사람에 들이는 정성과 살핌만큼, 마침내 건물이 완성된 뒤 종교적 회심과 시대적 공감을 듬뿍 담아내는 평화의 전당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1. [1101호]  한울안 논단 | 21세기 원불교의 젠더문제(Ⅰ)

    ‘여성교무의 지위를 중심으로’ 1. 서론 : 교단의 전통을 바꾸는 문제를 둘러싼 충돌 본 논문에서는 21세기에 들어 한국의 종교교단 중에서도 내외부적으로 젠더문제를 둘러싼 논의가 가장 활발하게 일어...
    Date2018.10.08 Views27
    Read More
  2. [1101호]  요즘 청년 | 심지는 원래 요란함이 없건마는

    여러분 역시 오늘도 수많은 경계를 마주하셨을 것입니다 행아웃 교화단에서의 저의 강연주제는 ‘심지는 원래 요란함이 없건마는 경계를 따라 있어지나니, 그 요란함을 없게 하는 것으로써 자성의 정을 세우자&...
    Date2018.10.08 Views7
    Read More
  3. [1101호]  한울안 오피니언 | 지구온도1。C 낮추기, 종교에서배우다(1)

    폭염, 혹한으로 기후변화를 넘어 기후붕괴시대가 시작된 것이 아니냐는 자성과 불안이 전 세계로 확산된 지난 여름, 낯선 곳에서 한통의 e메일을 받았다. 대만 환경보호국(Taiwan Environmental Protection Administ...
    Date2018.10.08 Views7
    Read More
  4. [1101호]  한울안칼럼 | 황혼육아

    맞벌이 자녀들을 대신 해 아이들을 돌보는 일은 참 어려운 일이다 얼마 전 고등학교 동창을 만났더니 요즘 살기가 너무 힘들다면서 여러 가지 푸념을 하였다. 딸들을 시집보내고 나서 이제 다 끝났다고 생각했더니 ...
    Date2018.10.04 Views12
    Read More
  5. [1100호]  한울안 오피니언 | 새수위단원들께요구합니다(Ⅱ) - 교단 개혁의 10대 과제

    5. 사회교화에 대한 열정입니다. 대종사님은 실시품 7장에서 창부들이 입교한 것에 반대하는 대중에 대해 불법의 대의는 대자대비의 정신으로 일체 대중을 제도하는 것에 있다고 하십니다. 더욱이 무거운 업장을 지...
    Date2018.09.27 Views21
    Read More
  6. [1100호]  한울안칼럼 | 교정원 개성(開城) 이전

    모두 대종사님의 말씀을 접하여 우리를 찾아올 것 남과 북이 평양에서 만났다. 이미 지난번 판문점 정상회담에서 확인된 것처럼 이제 남과 북의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있다. 앞으로 종전선언, 평화체제의 확립까지 ...
    Date2018.09.27 Views9
    Read More
  7. [1099호]  한울안 오피니언 | 새수위단원들께요구합니다(Ⅰ)

    새로운 수위단원의 선출을 앞두고 선거 자체를 거부하자는 일부 교무님들의 말씀에 전적으로 공감을 합니다. 그러나 보이콧을 해서 새롭게 시작하더라도 향후 교단에 대한 개혁의 로드맵 없이는 어떤 분들이 수위단...
    Date2018.09.18 Views19
    Read More
  8. [1099호]  한울안칼럼 | 삶을 담는 그릇

    장소는 사라져 버리는 기억을 물질로 버텨주는 형태의 존재 “무섭지는 않지만 다시는 유치원을 못볼 것 같아 속상해요”2년째 서울상도유치원에 등원 중이었던 7살 아이는 다니던 유치원의 마지막 모습을...
    Date2018.09.17 Views23
    Read More
  9. [1098호]  한울안 오피니언 | 7일의 기적

    7년 전 발생한 후쿠시마 핵사고. 일본 정부는 사고 전에 비해 20배, 우크라이나에 비하면 방사능 수치가 4배나 높은 오염지대에서 살라고 한다. 핵사고가 다세대 가족을 흩어지게 하고 직장때문에 엄마와 아이만 피...
    Date2018.09.16 Views6
    Read More
  10. [1098호]  한울안칼럼 | 이중종속성의 심화와 민주정부의 과제

    남북끼리라도 확고한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을 선포하자 종속이론은 전 세계의 경제적 예속과 불평등구조를 설명하는 대표적 학설이다. 후진국(주변부)은 선진국(중심부)을 위한 농산물 등의 원료공급처 및 소비재공산...
    Date2018.09.16 Views9
    Read More
  11. [1097호]  한울안 오피니언 | 세상을 밝히는 태양 빛, 네팔 포카라 햇빛교당

    전기요금 부담에도 에어컨을 켤 수 밖에 없는 35도의 실내온도. 사무실 컴퓨터를 켜고 일을 보고 있는데 ‘나의 기부금은 제대로 쓰이는 걸까?’란 광고가 팝업되었습니다. 아! 네팔 포카라, 한반도가 영...
    Date2018.09.13 Views11
    Read More
  12. [1097호]  한울안칼럼 | 부자 마음, 가난한 마음

    비교는 비교하는 사람, 비교를 당하는 사람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톨스토이의 안나까레리나 중에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그 시절 그처럼 아름답고 접근할 수 없을 것처럼 보였던 것들 가운데 얼마...
    Date2018.09.06 Views37
    Read More
  13. [1096호]  한울안 오피니언 | 라오스댐 붕괴 사건의 조속한 해결을 위해

    라오스 댐 붕괴의 뉴스를 접하면서 ‘어떻게 도움을 줄 것인가’고민을 하다가 현장을 다녀오는 것이 좋겠다 싶어 긴급회의를 통해 원불교 재해재난구호대(강명권 교무, 김효성 교무, 김계원 도무 : 삼동...
    Date2018.08.30 Views10
    Read More
  14. [1096호]  한울안칼럼 | 법원 앞 시위

    촛불집회를 보면서 국민들의 시위 문화의 성숙도를 직접 목격 얼마전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성폭행 사건에 대하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자 시민단체들이 곧바로 서울서부지방법원으로 달려가 법원 정...
    Date2018.08.26 Views21
    Read More
  15. [1095호]  한울안 오피니언 | ‘오늘도 행복해요’음반을 내면서

    꿈에도 생각해 본 적이 없던 음반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물론 음악을 전공하거나 그런 공부를 해본 일도 당연히 없습니다. 학창시절 형에게 기타를 배워 쉬운 노래 정도는 칠 수 있었지만, 어느 날 갑자기 제게 작사...
    Date2018.08.21 Views11
    Read More
  16. [1095호]  요즘 청년 | 더 나은 변화를 만드는 사람 - 고봉 중·고등학교(구.서울소년원)를 다녀와서

    어찌 보면 실체 없는 불안감에 괜히 겁을 먹었던 것 같기도 하다. 법의 테두리를 넘은 그 아이들은 내가 관심 두지 않아도, 딱히 만날 일이 없다고 생각해왔기 때문이다. 이런 저런 생각, 특히 공포와 두려움이 앞서...
    Date2018.08.21 Views12
    Read More
  17. [1095호]  한울안칼럼 | 8.15해방 ‘해방기념일’과 역사 바로 세우기

    정상적인 사회로 작동하려면 역사바로잡기부터 시작해야 한다 우선 광복절(光復節)의 명칭을 ‘해방기념일’로 바꾸길 제안하고 싶다. 광복절은 일본이나 중국의 한자표현 방식이다. 일본제국주의의 지배...
    Date2018.08.16 Views13
    Read More
  18. [1094호]  한울안 오피니언 | 2018 평화캠페인 "정전협정을 평화조약으로"

    종교와 평화, 영성으로 만나는 초월의 용기 2차 세계대전 패전이후 1947년에 제정된 일본의 헌법9조는 주권적 권리인 전쟁을 포기하고 무력행사를 통한 국제 분쟁 해결을 거부하며 예외적으로 자기 방어를 위한 경우...
    Date2018.08.12 Views12
    Read More
  19. [1094호]  여름대학선방 특집 요즘 청년 | 오직 지금 여기뿐

    화요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23기 여름대학선방은 대부분의 교우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았다. 평소에 일어나는 시간보다 몇 시간은 일찍 일어나서 좌선을 하는 첫날이었기 때문에 목탁 소리를 듣는 순간부터 일어나...
    Date2018.08.12 Views19
    Read More
  20. [1094호]  여름대학선방 특집 요즘 청년 | 놓치지 않고 계속

    7월 29일 밤, 완도에서 돌아온 날 밤이었다. 집에 돌아온 나는 짐을 바로 풀지 못했다. 짐까지 풀면 대학선방이 끝났다는 사실이 완전 실감될 거라는 생각이었고, 들어가자마자 씻고 바로 잤다. 아침에도 사뭇 아쉬...
    Date2018.08.12 Views13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170 Next
/ 170

로그인

회원가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