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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울안칼럼 | 황혼육아

by 관리자 posted Oct 04,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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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목 전정오 교도 (분당교당, 건국대 겸임교수)

한울안칼럼(전정오).jpg

 

맞벌이 자녀들을 대신 해 아이들을 돌보는 일은 참 어려운 일이다

 

  얼마 전 고등학교 동창을 만났더니 요즘 살기가 너무 힘들다면서 여러 가지 푸념을 하였다. 딸들을 시집보내고 나서 이제 다 끝났다고 생각했더니 그게 끝이 아니라 시작이었다고, 그 친구 두 딸이 모두 직장을 다니고 있다. 자기 집사람이 손주들의 육아를 맡다보니 친구는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 지내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정년퇴직을 하면 부부가 같이 해외여행도 좀 다니고 취미생활도 하면서 여유로운 생활을 계획했었는데 모든 게 엉망이 되었다고 신세 한탄을 했다. 자식들을 키워서 결혼을 시키고 이제는 유유자적하게 살 나이에 또 육아를 책임지는 상황에 대해서 말이 무성하다. 자식들이 살기가 어려운 판에 부모가 모른 체 할 수도 없다.


  자식들을 키워서 결혼을 시키니 또 다른 시련이 다가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의 ‘2015 전국보육실태조사’에 따르면 자녀의 양육을 부모에게 맡기고 있는 가정의 비율이 65.6%이다. 부부 10쌍중 여섯쌍 이상이 육아를 부모에게 맡기고 있다. 2016년 기준으로 맞벌이 533만 가구 가운데 90.2%가 자녀양육에 부모의 도움을 받은 적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부모들의 도움없이 맞벌이를 한다는 것은 실로 상상할 수도 없는 현실이다.


  맞벌이 자녀들을 대신 해 아이들을 돌보는 일은 참 어려운 일이다. 손주들을 가끔씩 보면 더할 나위 없이 예쁘고 사랑스럽겠지만, 그것이 일로서 수년간 계속되다 보면 아주 힘든 일이 된다. 이는 노년의 건강을 해치고, 노후설계를 방해한다. 무릎이나 손목에 부담을 주고, 퇴행성관절염이나 척추질환도 악화시킨다. 실제로 황혼육아 조부모들의 노동시간은 하루 9시간, 일주일에 평균 47시간으로 나타나 나이에 걸맞지 않게 중노동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양육방법을 두고 자녀와 불거지는 갈등에서 오는 정신적 스트레스도 크다.


  더욱이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에 양육문제로 인한 갈등은 남편이 잘못 관여했다가 부부간 큰 싸움이 일어날 수도 있다. 황혼육아중인 부모들은 ‘우유는 제시간에 정해진 양만 먹이기’, ‘낮잠은 정해진 시간에만 재우기’, ‘유기농 음식만 고집’하는 등 책에서 본 내용을 줄줄 외워가며 잔소리 하는 자녀 또는 며느리 때문에 견디기 힘들다. 어쩌다 아이가 다치거나 아프기라도 하면 자녀들은 속상해서 부모에게 퍼붓고 화를 내니 서운하기 짝이 없다.


  국립국어원은 최근 황혼육아로 육체적·정신적 증세를 얻은 상태를 ‘손주병’이라는 신조어로 선정했다. 부모들은 이렇게 고생을 하면서도 경제적으로 지원받는 것이 많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조부모가 손주들을 키워주며 자식들로부터 받는 수고비는 월평균 62만원정도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녀들로부터 아무런 대가를 받지 못한다는 비율도 61.4%나 되었다.


  최근 일부 야당에서는 출산주도성장을 외치고 있다. 국회의원중 저출산 문제가 국정의 최우선 과제이므로 출산장려금 2,000만원을 지급하고, 이 아이가 성년이 될 때까지 국가가 1억원의 지원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저출산의 원인이 주택, 교육, 육아 등 많은 일들이 복합적으로 아우러져 있겠지만 육아 문제도 저출산의 큰 이유 중 하나이다.


  어떤 전문가는 “정부가 어린이집 보육료는 지원하면서 조부모의 육아는 당연한 것으로 인식하는 것이 문제”라면서 “출산율 제고를 위해서도 조부모의 육아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호주에서는 이미 ‘조부모 아이돌봄 수당’이 지급되고 있으며, 일본에서도 고령화와 육아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3세대 동거’지원방안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의 일부 대기업이나 은행들에서는 직장에서 최고 수준의 어린이집을 만들어 여직원들이 안심하고 일에 전념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육아문제만 어느 정도 해결되면 출산율도 조금은 높아지지 않을까 생각된다. 아이를 맡기는 엄마도 아이를 봐주는 친정엄마도 하루빨리 육아의 부담에서 벗어나는 다양한 사회정책들이 나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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