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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울안칼럼

한울안칼럼 | 삶을 더욱 열망하게 하는 공간, 묘지

by 관리자 posted Dec 19,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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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목 김도경 교도 (서울교당, 콘텐츠 디렉터, 출판사 책틈 편집장)

김도경 교도(서울교당).png

 

타자의 죽음과 나의 삶은 동시에 이어져 연결되고 있다

 

  원불교인들에게는 모든 조상과 삼세의 모든 성현 및 일체 생령을 길이 추모하는 합동 향례인 중요한 명절대재로 그해의 마지막 한 달인 12월이 시작된다. 사회는 한해의 각종 사건·사고들의 조명과 함께 각종 송년회 모임이 이곳저곳에서 왁자하게 일어나는 달이다. 들뜬 연말연시 분위기에 생뚱맞은 생각일 수도 있겠지만 필자는 소란스러운 송년 모임보다 연말이면 더욱 강렬하게 끌리는 공간이 있다. 한 해를 보내며 조용히 사색하며 반조하고 싶은 시간을 갖고 싶기 때문이다.


  사람은 저마다 살아있음, 삶을 강렬하게 느끼는 장소가 다를 것이다. 어떤이는 재래시장의 왁자함에서 그것을 느낀다 하고, 누구는 좋아하는 사람들과 맛있는 것을 나누는 식당이 될 수도 있다. 패션모델은 시선을 한 몸에 받는 무대 런웨이가 될 수도 있다. 그렇다. 저마다 다르다. 필자에게는 죽은 자들의 공간인 능, 공공 또는 공원묘지, 가끔 해외에 나가는 경우에도 여행 동선에 넣는 공동묘지가 그러한 공간이다. 필자는 ‘묘지 산책자’다.


  원불교100주년기념대회로 원불교와 인연을 맺으며 처음 근무했던 곳은 내년 4월에 완공 예정인 원불교소태산기념관이 들어설 흑석동의 ‘서울회관’이었다. 사무실이 흑석동에 있던 시기에는 점심시간에 커피 한잔을 들고 현충원을 가끔 산책하곤 했다. 장병들의 공간에서 장군의 공간으로 정치적으로 첨예한 상징의 장소인 역대 대통령들이 잠든 공간을 걸으며 삶과 죽음에 대해 사색했다. 근현대사의 격동기를 거치며 이곳에 묻힌 한국전쟁 당시의 어린 장병 개인의 삶과 역사에서 현재 대한민국의 격동기 역사까지 고스란히 품은 죽은 자들의 공간은 이미 그들만의 공간이 아니다.


  산 자들의 세상과 촘촘히 연결되어 끊임없이 뉴스로, 사람들의 입에 의해 소환되며 살아있는 자들과 함께 다시 역사가 쌓여나가는 공간이다. 다양한 크기와 형태의 묘들이 정렬하여 운집한 현충원을 산책하다 보면 죽음에서도 권력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음을 시각적으로 선명하게 볼 수 있다.


  죽은자는 사회로부터 사라져 가는 것이 아니라 산 사람과는 다른 모습을 지닌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존재한다고한다. 묘지는 살아있는 자들에게는 망자에 대한 기억을 소환하고 간직하는 하나의 대표적인 플랫폼이다. 누구나 피해갈 수 없는 일회적이고 보편적인 죽음을 장소성으로 상징하는 묘지는 삶과 죽음의 원형질을 품고 있는 공간이다. 즉, 죽음 앞에서의 존재임을 망각하지 못하게 하는 장치인 셈이다. 인생에서 누구나 마주할 수밖에 없는 죽음의 순간을 내 삶에서 어떻게 준비하고 마주 할 것인가.


  ‘죽음을 기억하라(Momento mori)’ 모든 생명은 죽는다. 이 말은 유한한 삶을 살아야 하는 인간에게 죽음 자체를 두려워하라는 의미가 아니다. 삶이라는 일회성이 적용되는 자리에 죽음의 의미를 선명하게 인식시키는 명제다. 죽음에의 사색을 통해 삶에 대한 겸손함과 나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관계들이 주는 삶의 가치를 더욱더 뜨겁게 찾아내고자 함이다. 타자의 죽음과 나의 삶은 동시에 이어져 연결되고 있다.


  합동향례인 육일대재와 명절대재에 참석하여 ‘법공의 노래’를 어설프게라도 따라 부르다 보면 어느새 나의 조상과 타인의 조상에 대한 구분과 경계가 무의미해진다. 그저 오롯이 산 자와 죽은 자가 전기가 서로 통하듯 감응(感應)하며 일치되는 시간으로 흘러간다. 그리고 그 시간에 더없이 깊고 숙연해진다. 돌아오는 12월을 여는 명절대재 후에는 오랜만에 서울현충원을 걸으며 2018년 한 해를 잠시라도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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