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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환경회의 생명평화순례 _ 몽골을 가다┃기후변화 되돌려줄 ‘경계 너머 지구숲’

by 관리자 posted Jul 23,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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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목 조은혜(원불교환경연대 교육국장, 사직교당)

조은혜 국장.jpg

 

  몽골 순례길에 오르면서 몽골에 대해 들은 이야기는 두가지다. 하나는, 컴퓨터 윈도우 바탕화면에 사용된 파란하늘과 푸른 초원이 몽골의 풍경이라는 것. 끝없이 펼쳐진 탁 트인 시야의 초원과 “아~!”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파아란 하늘이 그림엽서 처럼 펼쳐져 있고, 말 그대로 별이 쏟아지는 밤하늘 때문에 평생에 한번은 꼭 가봐야 하는 곳 이라는 것. 또 하나는, 소고기, 양고기, 말고기 등등 방목해서 잡은 신선한 고기요리를 질리도록 먹고 또 먹을 수 있다는 것. 징기스칸의 후예답게 풀들이 무성한 초원에서 방목한 고기를 호방하게 뜯어먹는 유목민의 생활을 상상하며 대자연과 만나는 설렘에 들떠 4시간여 비행에 올랐다.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몽골이구나’싶게 칼칼한 햇살과 푸르른 하늘이 호방하게 펼쳐진 모습에 너도 나도 핸드폰을 꺼내 하늘 사진을 찍느라 다들 고개가 하늘로 젖혀졌다. 침침하던 눈도 절로 밝아지는 느낌에 몽골사람들 시력이 평균 2.0 이상인 이유를 알겠다며 몽골의 자연환경을 맘껏 부러워했다. 그러나 부러움도 잠시, 공항에서 시내로 쭉 뻗은 도로를 달리며 마주한 가로수 풍경에 마음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시야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파란 하늘의 탁 트인 싱싱함과 달리 듬성듬성 자리한 가로수들은 젓가락 같은 기둥에 금방이라도 후두둑 떨어질 듯 메마른 잎들을 매달고 있었다. 초록이라고 하기 에는 너무 안쓰러운 메마른 모습에 “아아….” 탄식이 절로 나오기 시작했다.


  “원래도 메마른 땅인데 최근 몇 년 사이 가뭄이 심해져서 나무들이 다 말라죽고 있어요. 여기저기서 나무심기 행사로 소나무니 버드나무니 많이 심긴 했지만 심기만 하고 살아남을 수 있도록 관리를 하지 않은데다 작년에는 거의 비가 오지 않고 가뭄이 극심해져 대부분 제대로 뿌리내리지 못하고 죽어가는 거죠”


  10년째 몽골에 거주하면서 몽골 사막화 방지를 위한 나무 살리기와 ‘은총의 숲’ 사업을 현장지휘하고 있는 최재명 몽골국립농과대학 교수는 “지구온난화로 지구온도가 평균 0.7도씨 상승했다고 하는데 몽골은 2도씨가 오른 셈”이라며 “나무 백그루를 심어서 살아남은 한그루를 번식시켜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재명 교수의 이어지는 설명은 푸르른 초원을 말 달리며 자유롭게 살아가는 유목민의 삶에 대한 막연한 동경을 여지없이 깨버렸다. 몽골의 땅은 대한민국 면적의 16배나 될 만큼 광활하지만 전 국토의 80%가 영구동토층으로 2~3미터만 파고 내려가면 얼어 있는 땅이 대부분이란다. 그래서 나무들이 뿌리를 내리기 어렵고, 땅 위쪽은 기후변화로 인한 사막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나무가 자랄 수 있는 수분도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게다가 거센 사막의 모래바람까지 견뎌야하기 때문에 숲이라고 해봐야 성인의 무릎 정도 밖에 자라지 못한 여리 여리한 나무들이 군락을 이룬 정도였다. 5대 종단(개신교, 불교, 원불교, 천주교, 천도교) 환경단체들의 연대모임인 종교환경회의 생명평화순례단의 첫 순례지였던 ‘은총의 숲’도 최 교수를 비롯한 은총의 숲 가꾸기 팀에서 수차례 시행착오를 거쳐 말똥과 소똥을 발효시켜 나무뿌리 주변에 심어주어 수분을 유지하는 재배법을 찾아내고, 비닐하우스로 육묘장을 만들어 몽골 토양과 기후에 견뎌낼 묘목을 길러내면서 10여년을 견뎌 겨우 지금의 숲 모양을 갖추게 되었다고 한다. 채소와 과일이 귀한 몽골에서 비타민 공급원이 될 수 있는 비타민 나무들이 곧 열매를 맺을 준비를 하고 있는 모습은 이름 그대로 하늘이 준 선물처럼 여겨졌다. 종교환경회의 순례단이 떠날 채비를 하는데 반가운 소나기가 쏟아졌다. 숲을 지키는 몽골인 부부가 귀한 선물을 가져온 분들이라며 얼싸안고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빗물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생명수로 제대로 대접받는 순간이었다.

 

몽골순례.jpg

 

  은총의 숲에서 숙소로 가는 길목에 사막화가 진행되고 있는 초원을 만났다. 너무 고와서 건축자재로도 쓸 수 없다는 모래언덕은 작은 벌레들이 지나간 발자국까지 선명하게 남아 있을 정도로 풀 한포기 찾아볼 수 없는 ‘순결한 모래밭’이었고, 가도 가도 끝없이 펼쳐지는 모래언덕은 한참을 앞서간 순례팀의 한 무리를 한눈에 찾아낼 수 있을 만큼 거칠 것이 없는 가시거리를 확보해주었다. 땡볕이 내리쬐는 사막에는 힘겹게 고개를 들고 있는 엉겅퀴와 사막의 나무라 할 수 있는 소하이 군락이 간간히 푸른색을 더했지만 성인 키의 절반에도 이르지 못해 그늘을 기대할 수 없는 덤불에 불과했다.


  이렇게 사막화가 진행되면서 300만 명에 불과한 몽골인구 절반 이상이 수천 년 이어온 유목생활을 포기하고 울란바토르에 모여서 도시빈민촌을 형성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기형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울란바토르에는 탁트인 시야를 가로막는 고층빌딩이 우후죽순 들어서고, 말과 낙타 대신 자동차를 타게 된 도시 몽골인들은 걷느니만 못한 교통체증에 갇히기 시작했다. 울란바토르 시내 어디에서도 잘 보이는 우뚝 솟은 화력발전소 굴뚝과 도시 전체를 가로지르는 난방 파이프를 보면서 겨울이면 앞이 보이지 않게 미세먼지로 뿌연 하늘이 된다는 몽골 가이드의 설명에 도시문명으로 모여든 사람들의 운명은 미세먼지로 인한 고통분담일 수밖에 없는지 마음이 답답해졌다.


  4박 5일 순례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떠오르는 몽골은 두 얼굴이다. 아르갈란트 캠핑장과 테를지 국립공원에서 탁 트인 들판에 늘어선 몽골인의 전통가옥 게르 천막에서 숙식하는 동안 저절로 숨이 트이고 마음이 열리는 치유의 시간을 갖게 해준 자연의 경이로움은 그리움의 얼굴이다. 반면, 찝찔한 소금기 머금은 사막의 모래바람과 메마른 나무들, 듬성듬성 탈모 증세를 보이는 갈색 초원은 하루 빨리 숨 쉬는 지구 숲을 만들기 위해 다시 찾아야 한다는 약속의 얼굴이다.


  순례 마지막 날, 21명의 순례단은 오랜 시간 공들여온 은총의 숲이 종교의 울을 넘어 몽골 사막화를 막아내고 우리 모두를 숨 쉬게 할 ‘지구 숲’이 될 수 있도록 협력하자고 약속했다. 숲은 누구의 소유도 아니고, 천지만물 뭇 생명 모두의 생명수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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