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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떼제

by 관리자 posted Sep 27,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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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견문록.jpg

 

# 저녁교회종소리
  저녁 시간을 훌쩍 넘겨도 유럽의 해는 길기만 하다. 프랑스 파리에서 자동차로 4시간 거리를 우리네와 비슷한 시골길로 굽이굽이 달려 다음 목적지를 향한다. 끝없이 펼쳐진 지평선 만큼이나 길게 드리운 노을은 순례객의 발길을 붙잡는다.


  주차를 하고 한숨 돌리니 정문 종각에 위치한 큰 종이 ‘뎅그렁 뎅그렁’울린다. (사진 1) 저녁 8시 하루를 마무리하는 기도 시간을 알려주는 신호다. 이제야 비로소 하늘에서 눈을 떼어 종소리에 귀 기울인다. 이곳은 ‘떼제 공동체’다.


  떼제 공동체 (The Taize Community)는 프랑스의 부르고 뉴 지방 남부의 손에로와르(Saone-et-Loire)에 있는 떼제(Taize)에 위치했다. 1940년 로제 수사에 의해 창설된 에큐메니칼(초교파) 성격의 기독교 수도회다. 로제 수사는 개신교인 이었으나, 가톨릭이나 정교회 등 특정 교파에 구애받지 않았다. 현재 공동체에는 25개국 출신의 남성 수도자(국내에도 모임이 운영됨)들이 모여 기도와 묵상을 중심으로 공동생활을 하고 있다.


  1950년대부터 매주 떼제에서 열리고 있는 젊은이들의 기도모임은 전 세계에서 수천 명의 젊은이가 함께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일행이 방문했을 때에도 2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이곳에 머물며 하루에 세 번 기도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갖가지 프로그램을 자유롭게 이어간다.


  대강당은 칸막이로 막아 공간을 구분해서 쓸 수 있지만 개방하면 전체가 통으로 연결이된다. 숙소 또한 전혀 화려하지 않고 소박하게 아니 상당부분 불편을 감수해야 할 정도며, 가장 중요한 제대(祭臺) 역시 너무나 간소하게 마련돼 있다. (사진 2)


# 염불인듯염불아닌
  떼제 공동체의 기도 모임에서 사용되는 찬양 양식은 마치 우리의 주문(呪文)이나 염불처럼 일정한 가사(주로 성서의 구절)를 아름다운 음율에 담아 지속적으로 반복하는 형태로 구성되어 더욱 친근하게 느껴진다.


  저녁 8시 기도에 참석한 필자는 한 수사가 선창하고, 수천 명의 대중이 따르는 ‘키리에 엘레이손(자비송)’을 듣고 그만 가슴 속에 뜨거운 것이 올라와 눈물을 뚝뚝 흘리고 말았다. 옆에 앉은 중년의 프랑스 남성도 몸을 웅크린 채 조용히 흐느낀다. 그가 어떤 큰 짐을 이곳에 부려 놓았는지 궁금했다.


  한국에서 볼 수 있는 열광적 기도와는 다르게 자극적이지 않고 담백한 아니 심심하기까지 한 이곳의 기도, 어떤 이는 무릎을 꿇고, 어떤 이는 엎드린 채, 어떤 이는 좌선하는 자세로 찬양과 묵상을 이어간다. 한 마디의 설교조차 곁들이지 않은 고요함이 기도시간 내내 이어진다. (사진 3)


  떼제 현지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의 기독교 공동체에서도 떼제 찬송을 활용한 예배 모임이 열리고 있다. 창시자인 로제 수사가 2005년 8월에 불의의 사고로 선종(善終)한 뒤, 현재는 천주교 수도자 출신인 알로이스 수사가 원장을 맡고 있다. (사진 4)


  평복으로 우리를 맞이하다가 기념촬영을 한다고 하니 얼른 수도복으로 갈아입으며, 어린아이처럼 웃어 보인 그에게 떼제공동체의 성공 요인(?)을 물었다. “원칙이 있다. 누구든 이곳에 한정 없이 머무르게 하지는 않는다. 일주일 정도 머문 이상에 모두 떼제를 떠나야 한다. 우리는 청년들이 이곳에 오래 머무르기 보다는 자신이 속한 지역의 교회나 공동체에 자리잡기를 원한다.”


  붙잡고자 한다면 먼저 놓아주라는 말인가? 일견 이해하기 어렵지만 당연한 원칙이다. 누구나 자신만의 고유한 개성(個性)이 곧 조화로운 불성(佛性)일 터.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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