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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교무의‘유림산책’儒林散策 ⑱ | 박세웅(성호) 교무(원광대학교 마음인문학연구소 HK교수)

내 안에 살아계신 님

by 관리자 posted Jun 22,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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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교무의 유림산책.jpg

 

  6월이 오면 슬픔이 온다. 우리를 위해 오셨다가, 우리를 위해 일하시고, 다시 우리를 위해 가신 과거·현재·미래의 모든 부처와 성인에게, 우매한 나조차 부처로 만들어주려 했던 영생토록 잊을 수 없는 그 은혜를 느끼기에, 그래서 그리운 슬픔이 함께 밀려온다.


  공자에게도 늘 그리워하는 성인이 있었으니 바로 주공(周公)이라는 분이다. 주공은 성이 희(姬), 이름이 단(旦)이며 숙단(叔旦)이라고 한다. 주나라 문왕의 넷째 아들이며, 무왕의 동생이다. 그는 무왕을 도와 폭군이었던 주왕(紂王)을 토벌하고 주나라를 세우는데 공을 세우고 이후 봉건제도를 정착시켜 나라의 기틀을 완성시킨 인물이라고 전해진다. 공자는 주공을 군자의 표본으로 삼아 숭배하는 동시에 당시의 혼란한 세상을 바로 잡는 방법을 주나라의 예법에서 찾고자 하였다.


  어느 날 공자는 한탄하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심하도다. 나의 쇠함이여! 내 다시는 꿈속에서 주공을 뵙지 못한지가 오래되었다.”(『논어』「술이」: 子曰甚矣라 吾衰也여 久矣라 吾不復夢見周公이로다.) 공자는 젊었을 때부터 자나깨나 마음에 늘 주공을 모시고 살아왔다. 얼핏 보면 몸이 늙어감에 따라 평소 그리워하던 주공을 꿈속에서 만나지 못하게 된 것을 한탄하는 것처럼 들린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쇠함이란 몸의 쇠함이라기보다 마음의 쇠함 다시 말해 서원이 약해지게 되었음을 스스로 반성하는 의미로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항상 주공의 도를 체받아서 주공의 도를 이 세상에 구현하고자 했던 자신의 의지와 서원이 강할 때에는 꿈속에서 조차 잊지 못했는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좌절하고 나약해지려는 자신을 “꿈속에서 주공을 만난 지가 오래되었다.”는 말로 되돌아보고자 하는 것이다.


  대종사가 만고일월(萬古日月)이면 정산종사는 만고신의(信義)로, 정산종사는 대종사가 어떤 일을 시킬지라도 오직 한마음으로 받들었고, 열반한 후에도 한 번도 그 분을 떠나본 적이 없다고 말한다. 대산종사 역시 대종사와 정산종사를 생전에는 자신의 생명과 같이 받들 뿐 단 한 번도 의심하지 않았고, 무슨 일을 할 때 혼자 하지 않고 반드시 대종사와 정산종사의 부촉을 받들어 하였으며, 스승님이 꿈에서 말씀하신 것 하나까지도 실천하지 못할까 염려했다고 말씀한다.


  사람이 재주가 늘고 힘이 생기면 스승을 자기 잣대로 재고 사사로운 마음으로 대하기가 쉽다. 그러면 정법의 법맥이 끊어지고 큰 사람이 되기는 어려운 것이다. 공자가 인류의 성인이 되신 이유는 어쩌면 더 이상 꿈에서 뵙지 못하는 스승에 대한 그리움 속에서 찾아야할지도 모른다. 대산종사는 교화사업을 좋아하나 힘이 부족하여 걱정한다는 어느 제자의 말에 다음과 같이 말씀한다. “힘이란 스승과 심심상련(心心相連)하는 데서 생기는 것이다. 나도 무슨 힘이 있어 종법사를 하겠느냐? 두 스승님들이 내려 주신 힘으로 살고 있다. 나는 일분 일각도 두 스승님을 떠나 본 일이 없다. 정산종사님께서도 대종사님을 떠나본 일이 없다고 자주 말씀하셨다. 나는 그 말씀에 깊은 감명을 받았으며 나도 그렇게 하고 있다. 나는 두 스승님이 돌아가셨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추모의 달 6월이다. 공자가 주공의 법통과 경륜을, 정산종사가 대종사의 법통과 경륜을, 대산종사가 대종사와 정산종사의 법통과 경륜을 꿈에서 조차 잊지 않고 받들어 드리고자 했던 그 신성과 서원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아야겠다.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고 했으니, 우리 모두가 6월의 어느 날 꿈속에서 그 분들을 다시 만나 뵙기를 바란다. 그럼 우리는 다음과 같은 사실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내 안에서 돌아가지 않으셨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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