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1101호
2018.10.07

지난 호 보기

구독하기
최신호 주요기사
최근 많이 본 기사
 
연재

「고마워요, 시네마 ㅣ 조휴정(수현, 강남교당) KBS1 라디오 ‘박종훈의 경제쇼’ 연출

진정한 종교는 공동체의 행복부터 비는 것

by 관리자 posted Jun 23, 2018
Extra Form

 

‘영혼의 순례길’

 

고마워요시네마.jpg

 

  누가 종교가 뭐냐고 물어보면 살짝 겁이납니다. ‘원불교’라고 말하기엔 저 자신이 부끄럽기 때문입니다. 원불교의 좋은 이미지에 먹칠을 할까봐 “원불교인데요, 공부를 하지 않아서 급이 아주 낮습니다”라고 꼭 부연설명을 붙입니다. 흔히 종교를 봐야지 종교인을 보면 안 된다고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죠.


  인품이 좋은 분을 보면 그 분이 믿는 종교도 거룩해 보이고 비종교인보다 더 함부로 생활하는 사람을 보면 차라리 종교를 모르는 게 낫겠다 싶습니다. 언젠가는 저도‘진짜 원불교인’이 되고 싶은데 ‘영혼의 순례길(감독 장양)’을 보고나니 영영 그런 날은 오지 않을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듭니다.


  영화의 무대는 티벳의 작은 마을입니다. 화면만 봐도 얼마나 척박한 땅인지 히말라야에 두 번 원정을 해본 저도 조금은 알고 있기에 그들의 힘겨운 일상에 숨이 턱턱 막혀왔습니다. 하루하루 생존 조차 힘겨워 보이는 그들에게 무슨 꿈이 있을까싶지만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숭고한꿈이있습니다. ‘신들의땅’이라 불리는 성지 라싸와 성산 카일라스 산으로 순례를 떠나는 것입니다.


  좋은 아파트, 높은 지위, 자식의 출세처럼 계량화된 결과물이 아닌, 성지순례가 평생의 꿈이라니. 차를 타고 넘어도 막막할 고산지대를 오체투지(무릎을 꿇고 두 팔꿈치를 땅에 댄 다음 머리가 땅에 닿도록 절하는 불교의 예법)순례로 하겠다니 처음엔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답답했습니다. 게다가 꼭 가고 싶어하는 11명의 면면을 보면 살짝 한숨까지 나옵니다.


  죽기 전에 순례를 떠나고 싶다는 노인, 살생을 너무 많이 했다는 소백정은 알콜중독자이고, 출산을 앞둔 임산부와 어린소녀 등 오체투지 순례는커녕 일상생활도 어려워 보입니다. 결국 순례 중 아이를 낳는 장면에서는 이건 너무 민폐다 싶었는데 동행자들은 함께 기뻐해주고 더 배려를 해줍니다.

 

  더 놀라운 건 이 핏덩어리 아기와 함께 순례를 계속하는 겁니다. 여기까지는 그래도 그런가보다 했는데 영화는 점점 더 감동의 도가니로 저를 빨아들입니다. 짐을 잔뜩 실은 이들의 트랙터를 자가용이 들이받는 사고가 일어나는데요, 이들은 화를 내지 않습니다. 오히려 자가용 안의 여성이 위급하다고 하니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어서 병원으로 가라고 그냥 보내줍니다.


  가난한 이들에게 이 트랙터는 거의 생명 줄과 같은데도 말입니다. 도저히 회복 불가능한 트랙터를 버리고 손수레를 직접 끌어야하는 이들은 누구하나 몸을 사리지 않고 서로 힘을 모읍니다. 그리고 그 수레를 끌었던 거리만큼 뒤돌아가 다시 오체투지를 합니다.


  ‘어, 이 영화 뭐지? 아니, 이 사람들 왜이러지?’ 영화를 보다가 이 즈음부터 자리를 다시 잡고 화면으로 눈과 마음이 집중됩니다. 티벳 고원의 황량한 자연만큼이나 투박한 그들이 그 어떤 현자보다 위대해보입니다. 순례 길에서 만난 이들에게 기꺼이 나무 땔감을 거저 주는 사람, 차 한 잔 마시고 가라고 서로를 이끄는 사람들, 자기 집에서 자고 가라고 11명을 선뜻 받아주는 노인... 등장하는 사람들 한 명 한 명이 너무나 선량하고 지혜롭고 따뜻합니다.


  무엇이 이들을 이렇게 ‘훌륭한 종교인, 친절한이웃’으로만들었을까요. “진정한 순례는 타인을 위한 기도의 길이다”는 오랜 그들의 믿음대로 평생 살아왔기에 가능한 삶의 태도는 아닐까, 추측해봅니다. 공동체의 행복을 ‘먼저’비는 사람이 우리 주변에 몇 명이나 있을지,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어려움과 불행은 바로 그 지점부터 시작된 것은 아닌지 많이 부끄러웠습니다. 진정한 순례 길을 저도 일상에서 한 걸음 한 걸음 떼어보겠습니다.


  1. [1101호]  가을 하늘에서 온 메시지

    박교무의 ‘유림산책’儒林散策 (26) | 박세웅(성호) 교무(원광대학교 마음인문학연구소 HK교수)

    요즘 가을 하늘이 참 좋다. 높고 푸름이 절정을 이루어서 그 동안 미세먼지로 고통 받았던 일상들이 치유되는 기분이다. 가을은 베란다에 들어오는 햇살을 등 뒤로 하고 좋은 책 한권을 읽는 여유로도 좋고, 선선한 ...
    Date2018.10.08 Category연재 Views3
    Read More
  2. [1101호]  좌선과 그 공덕

    길튼교무의 정전산책 (125) ㅣ 방길튼 교무(나주교당)

    좌선은 마음에 있어 망념을 쉬고 진성(진여의 본성)을 나타내는 공부이며, 몸에 있어 화기를 내리게 하고 청정한 수기를 오르게 하는 방법입니다. 망념은 눈앞의 경계에 끌려 다니는 잡념 상태라면 진성(眞性)은 단...
    Date2018.10.08 Category연재 Views3
    Read More
  3. [1101호]  wonglish | 대종경 서품 4장(개교표어)

    권상은 교도(영등포교당)

    “물질이 개벽(開闢)되니 정신을 개벽하자” “With this Great Opening of matter, let there be a Great Opening of spirit” * Great Opening : 개벽(開闢) 크게 열린다는 뜻입니다. ‘...
    Date2018.10.04 Category연재 Views8
    Read More
  4. [1100호]  “왜 일부는 정역을 만들고 전하려고 했을까?”

    사진으로 만나는 한국 토착 사상 기행 - 22 | 천지은 교도 (원불교출판사 편집장, 남중교당)

    ‘주역’은 공자가 가죽끈이 세번이나 끊어질 정도로 읽었다는 동양고전의 으뜸이다.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만든 원리가 ‘역’의 음양오행에 따른 것이라는 게 1940년에 발견된 해례본에 설명...
    Date2018.10.01 Category연재 Views3
    Read More
  5. [1100호]  초라하면 초라한 대로 찌질하면 찌질한대로 소중한 내 식구

    「고마워요, 시네마」 ㅣ 조휴정(수현, 강남교당) KBS1 라디오 ‘박종훈의 경제쇼’연출

    ‘고령화 가족’ 곧 추석입니다. 언젠가 저희 방송에 출연했던 외국인이 ‘명절을 이렇게 싫어하는 나라는 처음 봤다’고 할 만큼 벌써부터 ‘남자는 남자대로 여자는 여자대로 스트레스 ...
    Date2018.10.01 Category연재 Views6
    Read More
  6. [1100호]  원불교와 마음챙김(mindfulness) ③

    내 생애 처음 만나는 명상(40) ㅣ 박대성 교무(본지 편집장, 길용선원 지도교무)

    # 유·무념(有·無念) 유념(有念)하는 공부가 마음 대중과 챙김으로 일심을 갖자는 공부라면 무념의 공부는 무착(無着)으로 모든 경계에 흔들리지 않는(不動) 공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논리적으로 유념...
    Date2018.09.27 Category연재 Views17
    Read More
  7. [1100호]  wonglish | 대종경 서품 18장中

    권상은 교도(영등포교당)

    “우리는 재가와 출가에 대하여 주객의 차별이 없이 공부와 사업의 등위만 따를 것이며” “we will be concerned only with the rank of practice and work without discriminating between laity a...
    Date2018.09.27 Category연재 Views12
    Read More
  8. [1099호]  유가와 원불교의 성품에 대해

    박교무의 ‘유림산책’儒林散策 (25) | 박세웅(성호) 교무(원광대학교 마음인문학연구소 HK교수)

    맹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누구나 기본적으로 알고 있는 내용 중의 하나가 바로 ‘성선설(性善說)’이다. 성선설이란 한자그대로 우리의 성품이 본래 선하다는 말씀이다. 보이지도 않고 냄새 맡을 ...
    Date2018.09.18 Category연재 Views15
    Read More
  9. [1099호]  정신수양과 공격성

    길튼교무의 정전산책 (124) ㅣ 방길튼 교무(나주교당)

    『정전』 「정신수양의 목적」을 보면 “자기에게 있는 권리와 기능과 무력을 다하여 욕심만 채우려 하다가 결국은 가패 신망도 하며, 번민 망상과 분심 초려로 자포자기의 염세증도 나며, 혹은 신경 쇠약자도 ...
    Date2018.09.18 Category연재 Views11
    Read More
  10. [1099호]  wonglish | 대종경 서품 17장中

    권상은 교도(영등포교당)

    “부처님께서는 우주 만유가 다 부처님의 소유요, 시방 세계가 다 부처님의 집이요 일체 중생이 다 부처님의 권속이라 하였으니” “the Buddha called all things in the universe his possessions,...
    Date2018.09.17 Category연재 Views9
    Read More
  11. [1098호]  변화에 대한 희망으로 정역을 생각한다

    사진으로 만나는 한국 토착 사상 기행 - 21 | 천지은 교도 (원불교출판사 편집장, 남중교당)

    길을 막고 느닷없이 ‘도를 아십니까?’라는 질문을 들이대는 이들과 마주할 때가 있다. 생각해보니 길거리에서 만난 이들과 진지하게 ‘도(道)’를 논할 수 있다면 꽤 철학적인 세상이 될 수 ...
    Date2018.09.16 Category연재 Views6
    Read More
  12. [1098호]  잠시 머물다 가는 인생, 아름다운 퇴장을 꿈꾸며

    「고마워요, 유행가」 ㅣ 조휴정(수현, 강남교당) KBS1 라디오 ‘박종훈의 경제쇼’연출

    최희준의 ‘하숙생’ 얼마 전 친구가 강릉의 어느 식당에서 봤다며 글을 하나 보내줬습니다. 부모와 자식을 대하는 우리들의 이중적인 태도를 지적한 ‘허무’라는 제목의 글이었는데요, 제법 긴...
    Date2018.09.16 Category연재 Views12
    Read More
  13. [1098호]  원불교와 마음챙김(mindfulness) ②

    내 생애 처음 만나는 명상(39) ㅣ 박대성 교무(본지 편집장, 길용선원 지도교무)

    소태산 대종사는 마음 대중과 챙김의 중요성을 다음과 같이 말씀하고 있습니다. “사람의 마음은 지극히 미묘하여 잡으면 있어지고 놓으면 없어진다 하였나니, ‘챙기지(필자 강조)’아니하고 어찌 ...
    Date2018.09.16 Category연재 Views8
    Read More
  14. [1097호]  wonglish | 대종경 서품 17장中

    권상은 교도(영등포교당)

    “우리는 탐심이나 진심이나 치심에 끌려서 잘못하는 일이 많이 있는데 부처님께서는 탐·진·치에 끌리는 바가 없으시며” “We often commit wrongful actions under the influence of...
    Date2018.09.16 Category연재 Views3
    Read More
  15. [1097호]  향적산방 가는 길

    사진으로 만나는 한국 토착 사상 기행 - 20 | 천지은 교도 (원불교출판사 편집장, 남중교당)

    한국 토착사상사라는 하나의 장구한 궤적 위에 일부 김항을 올려놓는 순간 그가 몰입한 『정역(正易)』은 전혀 다른 차원의 것이 되었다. 일부 김항은 후천 개벽의 토착사상사에서도 아주 낯선 이름이었다. 특히 이 ...
    Date2018.09.13 Category연재 Views10
    Read More
  16. [1097호]  수위단원 선거에 즈음하여

    박교무의 ‘유림산책’儒林散策 (24) | 박세웅(성호) 교무(원광대학교 마음인문학연구소 HK교수)

    초등학교 5학년 반장선거에서 한 친구에게 후보자로 추천되었다. 전혀 생각이 없었던 나는 당황했다. 반장으로 선출되면 반을 어떻게 이끌겠다고 친구들에게 말해보라는 담임선생의 말씀에, 한 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Date2018.09.13 Category연재 Views13
    Read More
  17. [1097호]  좌선과 순연한 근본정신

    길튼교무의 정전산책 (123) ㅣ 방길튼 교무(나주교당)

    『정전』「정기훈련법」에서 “좌선은 마음과 기운을 단전(丹田)에 주(住)하되 한 생각이라는 주착도 없이 하여, 오직 원적무별(圓寂無別)한 진경에 그쳐 있도록 함이니, 이는 사람의 순연한 근본정신을 양성하...
    Date2018.09.13 Category연재 Views6
    Read More
  18. [1097호]  wonglish | 대종경 서품 17장中

    권상은 교도(영등포교당)

    “부처님께서는 지혜가 어두워지면 밝게 하는 능력이 계시고, 밝으면 계속하여 어두워지지 않게 하는 능력이 계시며” “The Buddha has the ability to illuminate wisdom that has been dulled and...
    Date2018.09.06 Category연재 Views15
    Read More
  19. [1096호]  코스모스 길을 따라서 너무나도 그리운 사람

    「고마워요, 유행가」 ㅣ 조휴정(수현, 강남교당) KBS1 라디오“‘박종훈의 경제쇼’연출

    장현의 ‘미련’ 갑자기 찾아온 서늘한 밤바람에 혹시, 가을인가? 마음이 먼저 달려 나갑니다. 재촉하지 않아도 와줄 가을이건만 올 여름에 너무 지쳐서일까요? 가을이 기다려집니다. 저는 정말 유난히 진...
    Date2018.08.30 Category연재 Views17
    Read More
  20. [1096호]  원불교와 마음챙김(mindfulness) ①

    내 생애 처음 만나는 명상(38) ㅣ 박대성 교무(본지 편집장, 길용선원 지도교무)

    90년대 초반에 본격적으로 유입되어 한국 불교에서 가장 널리 수행하고 있는 ‘간화선(화두(話頭)를 참구하는 참선법)’에 강력한 도전장을 낸 것이 흔히 동남아시아의 상좌부(上座部) 불교권의 대표적 수...
    Date2018.08.29 Category연재 Views16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139 Next
/ 139

로그인

회원가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