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1101호
2018.10.07

지난 호 보기

구독하기
최신호 주요기사
최근 많이 본 기사
 
연재

사진으로 만나는 한국 토착 사상 기행 - 16 | 천지은 교도 (원불교출판사 편집장, 남중교당)

지식을 구하지 말고 나를 닦으라!

by 관리자 posted Jul 23, 2018
Extra Form

사상기행.jpg

 

  ‘찾아올 테면 찾아와 봐’라는 얄궂은 속셈처럼 도무지 나타날것 같지 않던 적멸굴은 천성산을 한 시간쯤 올랐을 때 느닷없이 형체를 드러냈다. 그야말로 단박에 깨달음에 이르는 ‘돈오’의 경지처럼 갑자기 우리 앞에 나타났다.


  빽빽한 대나무 숲 사이에 숨어 있어서 밖으로부터는 사람들에게 그 모습을 언뜻 드러내지 않았지만, ‘원효대사 수도처’라는 안내표식이 박힌 동굴입구는 호랑이가 포효하는 듯한 입의 형상이고, 동굴 내부는 꽤 품이 넓은 공간으로 석간수가 고인 작은 물웅덩이가 있었다. 수운은 여기에서 단을 쌓고 49일 동안 기도했다. 기도의 내용은 무엇이었을까? 기록에 없으니 짐작조차도 할 수 없다.


  앞서 수운은 을묘년 3월 울산 여시바윗골에서 비몽사몽간에 금강산 유점사에서 왔다고 하는 한 노 선사로부터 책 한 권을 전해 받았다. 이를 동학에서는 을묘천서(乙卯天書)라 한다. 그 책의 요지에 대해 학자들의 주장은 ‘기도를 하라’는 내용이었을 거라고 한다.


  을묘년의 이러한 체험은 무엇보다도 수운이 종래의 책을 읽거나 세상을 떠도는 방식을 청산하고, ‘기도’라는 새로운 방식으로 구행의 방법을 전환하게 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시 말해 을묘천서 이전에는 대체로 외부에 있는 어떤 대상이나 문장을 통해서 구도를 하려고 했다면, 을묘천서 이후에는 비로소 자신의 내부는 물론이고 우주의 본질과 직접 대면하는 방식으로 구도의 방향을 전환했다는 점이 매우 중요하다. 그 출발이 바로 적멸굴인 것이다.


  그리고 수운의 천성산 적멸굴 49일 기도 이후, 동학에서는 49일 수련 또는 49일 기도가 독특한 수련 방법으로 정착해 온다. 그렇다면 수운은 이곳에서 무엇을 구하고 무엇을 얻었을까?


  사실 이때까지 수운은 아무것도 한 일이 없다. 가업을 일으킨 일도 없고, 도를 얻지도 못했고, 뜻을 이루지도 못한 채로 굶주림과 홀대와 괄시 속에서 이것 저것 하는 일마다 모두 어그러져 되는 일은 하나도 없고 가까운 사람도 없이 이 세상을 굴러다니다가 고향에 돌아왔던 것이다.


  어쩌면 수운의 이러한 처지는 당시 민중들의 일반적인 모습과 그대로 대응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바로 이것이 새로운 깨우침, 세상에 대한 진정한 깨달음에 이르는 조건이 된 것은 아닐까 싶다.


  그러나 수운은 적멸굴에서 깨달음을 얻지 못했다. 즉 깨달음은 지적인 인식이 아니라 지식을 쌓아 올린 인식에서 생과 사, 우주의 변화를 단박에 깨우치는 돈오이다. 돈오는 어느 순간 문득 단박에 온다. 하지만 돈오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실패와 방황이 적공으로 쌓이지 않았다면, 돈오는 결코 오지 않는다. 따라서 수운에게 적멸굴에서의 기도수행은 깨달음이라는 완전한 경지에 이르게 하기 보다는 끊임 없이 자연, 우주의 본질과 소통하고자 하는 몸부림이었을 것이다. 그것을 통해 욕망을 조절하고 부조리한 현실에서 최선의 지혜를 발휘할 수 있는 ‘삶의 기술’을 터득하는 과정은 아니었을까, 생각해보는 것이다.


  * 사진 설명 : 천성산 적멸굴 - 1856년 4월 최제우의 나이 33세. 양산 천성산(千聖山) 내원암(內院庵)에 들어가 49일간 기도를 시작했다. 이 기도는 숙부(최섭)가 돌아가시는 바람에 47일 만에 중단하게 되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1857년 6월에 수운은 적멸굴(寂滅窟)로 갔다. 적멸굴은 내원암 조금 아래쪽 계곡을 건너 북쪽 능선을 따라 거의 정상 부근까지 올라간 곳에 자그마한 대나무숲속에 자리 잡은 자연 동굴이다. 원효대사가 기도를 했던 수행처로 알려져 있다. 동굴 입구는 호랑이가 포효하는 듯한 입의 형상이고 안에는 석간수가 고인 작은 물웅덩이가 있다. 수운은 여기에서 단을 쌓고 49일 동안 기도했다.


  1. [1101호]  가을 하늘에서 온 메시지

    박교무의 ‘유림산책’儒林散策 (26) | 박세웅(성호) 교무(원광대학교 마음인문학연구소 HK교수)

    요즘 가을 하늘이 참 좋다. 높고 푸름이 절정을 이루어서 그 동안 미세먼지로 고통 받았던 일상들이 치유되는 기분이다. 가을은 베란다에 들어오는 햇살을 등 뒤로 하고 좋은 책 한권을 읽는 여유로도 좋고, 선선한 ...
    Date2018.10.08 Category연재 Views3
    Read More
  2. [1101호]  좌선과 그 공덕

    길튼교무의 정전산책 (125) ㅣ 방길튼 교무(나주교당)

    좌선은 마음에 있어 망념을 쉬고 진성(진여의 본성)을 나타내는 공부이며, 몸에 있어 화기를 내리게 하고 청정한 수기를 오르게 하는 방법입니다. 망념은 눈앞의 경계에 끌려 다니는 잡념 상태라면 진성(眞性)은 단...
    Date2018.10.08 Category연재 Views3
    Read More
  3. [1101호]  wonglish | 대종경 서품 4장(개교표어)

    권상은 교도(영등포교당)

    “물질이 개벽(開闢)되니 정신을 개벽하자” “With this Great Opening of matter, let there be a Great Opening of spirit” * Great Opening : 개벽(開闢) 크게 열린다는 뜻입니다. ‘...
    Date2018.10.04 Category연재 Views8
    Read More
  4. [1100호]  “왜 일부는 정역을 만들고 전하려고 했을까?”

    사진으로 만나는 한국 토착 사상 기행 - 22 | 천지은 교도 (원불교출판사 편집장, 남중교당)

    ‘주역’은 공자가 가죽끈이 세번이나 끊어질 정도로 읽었다는 동양고전의 으뜸이다.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만든 원리가 ‘역’의 음양오행에 따른 것이라는 게 1940년에 발견된 해례본에 설명...
    Date2018.10.01 Category연재 Views3
    Read More
  5. [1100호]  초라하면 초라한 대로 찌질하면 찌질한대로 소중한 내 식구

    「고마워요, 시네마」 ㅣ 조휴정(수현, 강남교당) KBS1 라디오 ‘박종훈의 경제쇼’연출

    ‘고령화 가족’ 곧 추석입니다. 언젠가 저희 방송에 출연했던 외국인이 ‘명절을 이렇게 싫어하는 나라는 처음 봤다’고 할 만큼 벌써부터 ‘남자는 남자대로 여자는 여자대로 스트레스 ...
    Date2018.10.01 Category연재 Views6
    Read More
  6. [1100호]  원불교와 마음챙김(mindfulness) ③

    내 생애 처음 만나는 명상(40) ㅣ 박대성 교무(본지 편집장, 길용선원 지도교무)

    # 유·무념(有·無念) 유념(有念)하는 공부가 마음 대중과 챙김으로 일심을 갖자는 공부라면 무념의 공부는 무착(無着)으로 모든 경계에 흔들리지 않는(不動) 공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논리적으로 유념...
    Date2018.09.27 Category연재 Views17
    Read More
  7. [1100호]  wonglish | 대종경 서품 18장中

    권상은 교도(영등포교당)

    “우리는 재가와 출가에 대하여 주객의 차별이 없이 공부와 사업의 등위만 따를 것이며” “we will be concerned only with the rank of practice and work without discriminating between laity a...
    Date2018.09.27 Category연재 Views12
    Read More
  8. [1099호]  유가와 원불교의 성품에 대해

    박교무의 ‘유림산책’儒林散策 (25) | 박세웅(성호) 교무(원광대학교 마음인문학연구소 HK교수)

    맹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누구나 기본적으로 알고 있는 내용 중의 하나가 바로 ‘성선설(性善說)’이다. 성선설이란 한자그대로 우리의 성품이 본래 선하다는 말씀이다. 보이지도 않고 냄새 맡을 ...
    Date2018.09.18 Category연재 Views15
    Read More
  9. [1099호]  정신수양과 공격성

    길튼교무의 정전산책 (124) ㅣ 방길튼 교무(나주교당)

    『정전』 「정신수양의 목적」을 보면 “자기에게 있는 권리와 기능과 무력을 다하여 욕심만 채우려 하다가 결국은 가패 신망도 하며, 번민 망상과 분심 초려로 자포자기의 염세증도 나며, 혹은 신경 쇠약자도 ...
    Date2018.09.18 Category연재 Views11
    Read More
  10. [1099호]  wonglish | 대종경 서품 17장中

    권상은 교도(영등포교당)

    “부처님께서는 우주 만유가 다 부처님의 소유요, 시방 세계가 다 부처님의 집이요 일체 중생이 다 부처님의 권속이라 하였으니” “the Buddha called all things in the universe his possessions,...
    Date2018.09.17 Category연재 Views9
    Read More
  11. [1098호]  변화에 대한 희망으로 정역을 생각한다

    사진으로 만나는 한국 토착 사상 기행 - 21 | 천지은 교도 (원불교출판사 편집장, 남중교당)

    길을 막고 느닷없이 ‘도를 아십니까?’라는 질문을 들이대는 이들과 마주할 때가 있다. 생각해보니 길거리에서 만난 이들과 진지하게 ‘도(道)’를 논할 수 있다면 꽤 철학적인 세상이 될 수 ...
    Date2018.09.16 Category연재 Views6
    Read More
  12. [1098호]  잠시 머물다 가는 인생, 아름다운 퇴장을 꿈꾸며

    「고마워요, 유행가」 ㅣ 조휴정(수현, 강남교당) KBS1 라디오 ‘박종훈의 경제쇼’연출

    최희준의 ‘하숙생’ 얼마 전 친구가 강릉의 어느 식당에서 봤다며 글을 하나 보내줬습니다. 부모와 자식을 대하는 우리들의 이중적인 태도를 지적한 ‘허무’라는 제목의 글이었는데요, 제법 긴...
    Date2018.09.16 Category연재 Views12
    Read More
  13. [1098호]  원불교와 마음챙김(mindfulness) ②

    내 생애 처음 만나는 명상(39) ㅣ 박대성 교무(본지 편집장, 길용선원 지도교무)

    소태산 대종사는 마음 대중과 챙김의 중요성을 다음과 같이 말씀하고 있습니다. “사람의 마음은 지극히 미묘하여 잡으면 있어지고 놓으면 없어진다 하였나니, ‘챙기지(필자 강조)’아니하고 어찌 ...
    Date2018.09.16 Category연재 Views8
    Read More
  14. [1097호]  wonglish | 대종경 서품 17장中

    권상은 교도(영등포교당)

    “우리는 탐심이나 진심이나 치심에 끌려서 잘못하는 일이 많이 있는데 부처님께서는 탐·진·치에 끌리는 바가 없으시며” “We often commit wrongful actions under the influence of...
    Date2018.09.16 Category연재 Views3
    Read More
  15. [1097호]  향적산방 가는 길

    사진으로 만나는 한국 토착 사상 기행 - 20 | 천지은 교도 (원불교출판사 편집장, 남중교당)

    한국 토착사상사라는 하나의 장구한 궤적 위에 일부 김항을 올려놓는 순간 그가 몰입한 『정역(正易)』은 전혀 다른 차원의 것이 되었다. 일부 김항은 후천 개벽의 토착사상사에서도 아주 낯선 이름이었다. 특히 이 ...
    Date2018.09.13 Category연재 Views10
    Read More
  16. [1097호]  수위단원 선거에 즈음하여

    박교무의 ‘유림산책’儒林散策 (24) | 박세웅(성호) 교무(원광대학교 마음인문학연구소 HK교수)

    초등학교 5학년 반장선거에서 한 친구에게 후보자로 추천되었다. 전혀 생각이 없었던 나는 당황했다. 반장으로 선출되면 반을 어떻게 이끌겠다고 친구들에게 말해보라는 담임선생의 말씀에, 한 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Date2018.09.13 Category연재 Views13
    Read More
  17. [1097호]  좌선과 순연한 근본정신

    길튼교무의 정전산책 (123) ㅣ 방길튼 교무(나주교당)

    『정전』「정기훈련법」에서 “좌선은 마음과 기운을 단전(丹田)에 주(住)하되 한 생각이라는 주착도 없이 하여, 오직 원적무별(圓寂無別)한 진경에 그쳐 있도록 함이니, 이는 사람의 순연한 근본정신을 양성하...
    Date2018.09.13 Category연재 Views6
    Read More
  18. [1097호]  wonglish | 대종경 서품 17장中

    권상은 교도(영등포교당)

    “부처님께서는 지혜가 어두워지면 밝게 하는 능력이 계시고, 밝으면 계속하여 어두워지지 않게 하는 능력이 계시며” “The Buddha has the ability to illuminate wisdom that has been dulled and...
    Date2018.09.06 Category연재 Views15
    Read More
  19. [1096호]  코스모스 길을 따라서 너무나도 그리운 사람

    「고마워요, 유행가」 ㅣ 조휴정(수현, 강남교당) KBS1 라디오“‘박종훈의 경제쇼’연출

    장현의 ‘미련’ 갑자기 찾아온 서늘한 밤바람에 혹시, 가을인가? 마음이 먼저 달려 나갑니다. 재촉하지 않아도 와줄 가을이건만 올 여름에 너무 지쳐서일까요? 가을이 기다려집니다. 저는 정말 유난히 진...
    Date2018.08.30 Category연재 Views17
    Read More
  20. [1096호]  원불교와 마음챙김(mindfulness) ①

    내 생애 처음 만나는 명상(38) ㅣ 박대성 교무(본지 편집장, 길용선원 지도교무)

    90년대 초반에 본격적으로 유입되어 한국 불교에서 가장 널리 수행하고 있는 ‘간화선(화두(話頭)를 참구하는 참선법)’에 강력한 도전장을 낸 것이 흔히 동남아시아의 상좌부(上座部) 불교권의 대표적 수...
    Date2018.08.29 Category연재 Views16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139 Next
/ 139

로그인

회원가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