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1113호
2019.01.13

지난 호 보기

구독하기
최신호 주요기사
최근 많이 본 기사
 
연재

사진으로 만나는 한국 토착 사상 기행 - 12 | 천지은 교도(원불교출판사 편집장, 남중교당)

“높고 낮고 크고 작은 것은 없습니다”

by 관리자 posted Jun 22, 2018
Extra Form

사상기행.jpg

 

  책을 읽다 보면 새롭게 보이는 문장들이 있다. 시대도 다르고 생각도 다르지만, 보편적으로 통하는 무언가가 분명 있다. 수운의 은적암 시절과 관련하여 여러 날 이런저런 책을 뒤적거리다가, 『(이야기동학비사) 만고풍상 겪은 손』(이윤영 지음)을 읽으면서 마치 심 봉사가 눈 뜨듯 나도 모르게 눈을 번쩍 떴다. 물론 다른 이들의 생각과는 별개로 내가 받는 느낌이 그렇다는 것이다.


  수운이 남원 은적암에 머물던 어느 날, 선국사의 송월당(松月堂)이라는 노스님이 찾아온다. 송월당은 그동안 수운을 지켜보면서 보통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어떤 인물인가를 시험도 하고 싶었고, 또한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도 궁금했다. 노승은 수운에게 묻는다.

 

  “선생은 불도(佛道)를 하십니까?”, “나는 불도를 좋아하지요.”, “그러면 왜 중이 되지 않으셨소?”, “중이 아니면서 불도를 깨닫는 것이 더욱 좋지 않습니까?”, “그러면 유도(儒道)를 하십니까?”, “유도는 좋아하나 유생은아니요.”, “그럼선도(仙道)는하십니까?”, “선도는하지는 않지만 좋아합니다.”, “아무것도 하는 것 없이, 다 좋아한다니 그러면 무엇이오?”


  이 말을 듣고 수운은 두 팔을 내밀면서, “대사는 어느 팔을 배척하고 어느 팔을 사랑하오?” 그때야 노승은 웃음을 지으며 “네, 알았습니다. 선생은 몸 전체를 사랑한다는 말씀이군요.” 이어 수운이 말하기를 “나는 유도 아니요, 불도 아니요, 선도 아니요, 그 전체의 진리인 천도(天道)를 사랑할 뿐입니다. 천도는 없는 곳이 없으니 그 전체를 사랑 할 수 밖에 없지요.”


  “그러면 유교와 불교, 선교 중에 어느 가르침이 그 이치가 높습니까?”, “높고 낮고 크고 작은것은 없습니다. 죽은 사자와 죽은 개가 어느 것이 더 무섭습니까? 한번 죽고 나면 사자나 개나 마찬가지입니다. 진리 역시 그러합니다. 무슨 진리든지 그 시대 사람에게 생혼을 불어넣지 못하고 그 시대에 맞는 정신을 살릴 수 없다면 그것은 죽은 송장입니다. 지금 이 시대는 예전의 묵은 것으로는 도저히 세상을 바로 잡을 수 없습니다. 죽은 송장 속에서 새 혼을 불러 일으킬 수 있는 무극한 운을 꽉 붙들고 새사람으로 거듭나야지요.”


  송월당과의 대화를 통해 수운은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는 낡은 진리와 제도의 실체를 똑바로 응시할 수 있었다. 그리고 서둘러 1862년 5월경, 수운은 남원 은적암을 떠나 경주로 돌아온다. 단순히 날이 따뜻해지고 여행하기 좋은 절기가 돌아왔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 사진 설명 : 남원 은적암 터 - 수운은 관의 탄압을 피해 1861년부터 1862년 사이 이곳 남원 교룡산성 내에 있는 덕밀암(德密庵)의 방 한 칸을 얻어 한 해 겨울을 보냈는데, 그 방의 이름을 ‘은적암(隱蹟庵)’이라고 불렀다. 수운은 그 방에서 <논학문> 등을 집필했고, 칼 노래를 부르며 칼춤을 추었다는 기록 등이 있다. 1894년 동학혁명 당시 김개남 장군이 전투를 치른 곳이기도 하다. 현재는 잡목만 무성한 채 공터로 남아 있다.


  1. [1113호]  행복의조건 | 204. 새해, 마음챙김

    글.그림 이수현

    Date2019.01.17 Category만평 Views7
    Read More
  2. [1113호]  "이럴 거면 왜 만들었어요? 세상엔 종교도 많은데 …”

    사진으로 만나는 한국 토착 사상 기행 - 29 | 천지은 교도 (원불교출판사 편집장, 남중교당)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시골에서 어르신을 만나면 “아이고 젊은 양반이 이런 곳까지 뭣하러 왔어? 밥 안 먹었으면 이리와 앉아. 밥은 함께 먹어야 맛있지”라는 말을 격의 없이 주고 받았다. ‘...
    Date2019.01.17 Category연재 Views18
    Read More
  3. [1113호]  마음을 잘 씁시다

    박교무의 ‘유림산책’儒林散策 (32) | 박세웅(성호) 교무(원광대학교 마음인문학연구소 HK교수)

    성균관대학교에서 대학원을 다니던시절, 유학과의 한 교수가 수업시간에 “공자·맹자·주자 등 성인들의 말씀은 참 좋은데 그래서 그것을 어떻게 실천하자는 것인가를 구체적으로 파고들면 쉽게 ...
    Date2019.01.17 Category연재 Views27
    Read More
  4. [1113호]  아하! 원불교 | 법신불 일원상

    문현석 교무 · 번개교당

    원불교의 상징인 저 동그라미 일원상의 의미가 궁금해요. 우리 주변을 보면 원을 활용한 디자인, 조형물들을 자주 만날 수 있죠. 원불교에서 만나는 동그라미(원)는 법신불 일원상 혹은 법신불 사은이라합니다. 우선...
    Date2019.01.17 Category연재 Views13
    Read More
  5. [1113호]  혁신·평화 그리고 회복

    황상원교무의 글로벌 스피크 아웃(Global speak out)

    기해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교도님들과 교무님들 그리고 모든 이들의 가정에 법신불 사은의 은혜가 가득하길 염원드립니다. 제가 지금껏 받은 모든 은혜에 대한 ‘보은’의 마음으로 이 글을 시작하고자 ...
    Date2019.01.17 Category연재 Views12
    Read More
  6. [1112호]  행복의조건 | 203. 성인의 욕심

    글.그림 이수현

    Date2019.01.14 Category만평 Views4
    Read More
  7. [1112호]  12월의 끝자락에서

    박교무의 ‘유림산책’儒林散策 (31) | 박세웅(성호) 교무(원광대학교 마음인문학연구소 HK교수)

    2018년 한 해도 얼마 남지 않았다. 이때가 되면, 한 해를 잘 마무리 하고, 새해의 계획을 잘 세우고자 하는 마음이 누구에게나 들 것이다. 특히 마음공부에 뜻을 둔 사람은 ‘서원’과 ‘참회’...
    Date2019.01.14 Category연재 Views5
    Read More
  8. [1112호]  일원상과 삼학

    길튼교무의 정전산책 (完) ㅣ 방길튼 교무(나주교당)

    <정전> ‘교법의 총설’을 보면 “법신불 일원상을 수행의 표본으로 모시고 수양·연구·취사의 삼학을 수행의 강령으로 정한다.”는 대목이 나옵니다. ‘일원상’은 수...
    Date2019.01.14 Category연재 Views8
    Read More
  9. [1111호]  행복의조건 | 202. 안녕, 2018년!

    글.그림 이수현

    Date2019.01.07 Category만평 Views10
    Read More
  10. [1111호]  낡은 사상으로는 새 세상을 만들 수 없다

    사진으로 만나는 한국 토착 사상 기행 - 28 | 천지은 교도 (원불교출판사 편집장, 남중교당)

    산 정상에 어미가 아이를 안고 있는 듯한 바위가 있어, 이름이 모악(母岳)인 산 아래에 저수지가 하나 있다. 금평저수지인데 김제시 금산면 금산리와 청도리에 걸쳐 있으며 1961년에 축조되었다. 모악산 근처의 여러...
    Date2019.01.07 Category연재 Views9
    Read More
  11. [1111호]  설레는 마음으로 2019년을 기다리며

    「고마워요, 시네마」 ㅣ 조휴정(수현, 강남교당) KBS1 라디오 ‘박종훈의 경제쇼’연출

    프랭크 시나트라 ‘마이웨이’ 모든 것에는 끝이 있죠. 지겹고 힘들었던 직장생활, 죽고 못 살았던 사랑, 계속 될 것만 같았던 삶도 결국 끝이 납니다. 그걸 알면서도 하루하루 충만하게 살기가 쉽지 않습...
    Date2019.01.07 Category연재 Views7
    Read More
  12. [1111호]  신간 | 스타트업 버티고 9+1

    ‘실패를 줄이는 선배 CEO들의 리얼한 창업 분투기’

    「스타트업 버티고 9+1」은 창업인들에게 실패를 줄일 수 있도록 선배 CEO들의 리얼한 창업 분투기를 풀어낸 인터뷰집이다. 20여 년 컨설턴트와 전문 멘토로 활동하며 다양한 기업인들의 애로사항을 들어온 저자 김...
    Date2019.01.07 Views6
    Read More
  13. [1111호]  wonglish | 대종경 서품 제18장中

    권상은 교도(영등포교당)

    “우리는 재가와 출가에 대하여 주객의 차별이 없이 공부와 사업의 등위만 따를 것이며” “we will be concerned only with the rank of practice and work without discriminating between laity a...
    Date2019.01.04 Category연재 Views13
    Read More
  14. [1110호]  행복의조건 | 201. 다른 걱정

    글.그림 이수현

    Date2019.01.04 Category만평 Views5
    Read More
  15. [1110호]  증산의 큰 뜻은 대중화되었을까?

    사진으로 만나는 한국 토착 사상 기행 - 27 | 천지은 교도 (원불교출판사 편집장, 남중교당)

    어떤 종교적인 건축물 안으로 들어가면 그 종교의 신자가 아님에도 옷깃을 여미게 되고, 평소 감지하지 못했던 숙연한 감정을 느낄 때가 있다. 나에겐 모악산 금산사에서 보냈던 시간들이 그랬다. 심리적으로 위안을...
    Date2019.01.04 Category연재 Views9
    Read More
  16. [1110호]  나는 어디로 가게 될까?

    박교무의 ‘유림산책’儒林散策 (30) | 박세웅(성호) 교무(원광대학교 마음인문학연구소 HK교수)

    교단에서는 교정원이 새롭게 구성됨에 따라 곧 전무출신들의 대대적인 정기인사가 단행될 예정이다. 인사는 ‘전무출신인사임면규정’과 ‘전무출신인사임면시행규칙’을 기준으로 진행되며 지...
    Date2019.01.04 Category연재 Views8
    Read More
  17. [1110호]  신간 | 한국근대의탄생, 개화에서개벽으로

    원광대 원불교사상연구원 조성환 책임연구원, 신간 출판

    원광대학교(총장 김도종) 원불교사상연구원 책임연구원 조성환 박사가 ‘한국 근대의 탄생: 개화에서 개벽으로(모시는사람들, 2018년)’를 출간했다. ‘한국 근대의 탄생: 개화에서 개벽으로’...
    Date2019.01.04 Views4
    Read More
  18. [1110호]  심신작용 처리건과 시비이해

    길튼교무의 정전산책 (128) ㅣ 방길튼 교무(나주교당)

    『정전』수행편 제6장「일기법」중 ‘정기일기법’의 한 조목으로 ‘심신작용의 처리건’이 등장합니다. 심신작용의 처리건은 학원이나 선원에서 훈련을 받는 공부인이 정기로 기재하는 일기 방...
    Date2019.01.04 Category연재 Views9
    Read More
  19. [1110호]  wonglish | 대종경 서품 제17장中

    권상은 교도(영등포교당)

    “부처님께서는 우주 만유가 다 부처님의 소유요, 시방 세계가 다 부처님의 집이요 일체중생이 다 부처님의 권속이라 하였으니” “the Buddha called all things in the universe his possessions, ...
    Date2019.01.04 Category연재 Views5
    Read More
  20. [1109호]  행복의조건 | 200. 진정한 힘

    글.그림 이수현

    Date2018.12.27 Category만평 Views19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150 Next
/ 150

로그인

회원가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