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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종교는 공동체의 행복부터 비는 것

by 관리자 posted Jun 23,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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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순례길’

 

고마워요시네마.jpg

 

  누가 종교가 뭐냐고 물어보면 살짝 겁이납니다. ‘원불교’라고 말하기엔 저 자신이 부끄럽기 때문입니다. 원불교의 좋은 이미지에 먹칠을 할까봐 “원불교인데요, 공부를 하지 않아서 급이 아주 낮습니다”라고 꼭 부연설명을 붙입니다. 흔히 종교를 봐야지 종교인을 보면 안 된다고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죠.


  인품이 좋은 분을 보면 그 분이 믿는 종교도 거룩해 보이고 비종교인보다 더 함부로 생활하는 사람을 보면 차라리 종교를 모르는 게 낫겠다 싶습니다. 언젠가는 저도‘진짜 원불교인’이 되고 싶은데 ‘영혼의 순례길(감독 장양)’을 보고나니 영영 그런 날은 오지 않을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듭니다.


  영화의 무대는 티벳의 작은 마을입니다. 화면만 봐도 얼마나 척박한 땅인지 히말라야에 두 번 원정을 해본 저도 조금은 알고 있기에 그들의 힘겨운 일상에 숨이 턱턱 막혀왔습니다. 하루하루 생존 조차 힘겨워 보이는 그들에게 무슨 꿈이 있을까싶지만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숭고한꿈이있습니다. ‘신들의땅’이라 불리는 성지 라싸와 성산 카일라스 산으로 순례를 떠나는 것입니다.


  좋은 아파트, 높은 지위, 자식의 출세처럼 계량화된 결과물이 아닌, 성지순례가 평생의 꿈이라니. 차를 타고 넘어도 막막할 고산지대를 오체투지(무릎을 꿇고 두 팔꿈치를 땅에 댄 다음 머리가 땅에 닿도록 절하는 불교의 예법)순례로 하겠다니 처음엔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답답했습니다. 게다가 꼭 가고 싶어하는 11명의 면면을 보면 살짝 한숨까지 나옵니다.


  죽기 전에 순례를 떠나고 싶다는 노인, 살생을 너무 많이 했다는 소백정은 알콜중독자이고, 출산을 앞둔 임산부와 어린소녀 등 오체투지 순례는커녕 일상생활도 어려워 보입니다. 결국 순례 중 아이를 낳는 장면에서는 이건 너무 민폐다 싶었는데 동행자들은 함께 기뻐해주고 더 배려를 해줍니다.

 

  더 놀라운 건 이 핏덩어리 아기와 함께 순례를 계속하는 겁니다. 여기까지는 그래도 그런가보다 했는데 영화는 점점 더 감동의 도가니로 저를 빨아들입니다. 짐을 잔뜩 실은 이들의 트랙터를 자가용이 들이받는 사고가 일어나는데요, 이들은 화를 내지 않습니다. 오히려 자가용 안의 여성이 위급하다고 하니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어서 병원으로 가라고 그냥 보내줍니다.


  가난한 이들에게 이 트랙터는 거의 생명 줄과 같은데도 말입니다. 도저히 회복 불가능한 트랙터를 버리고 손수레를 직접 끌어야하는 이들은 누구하나 몸을 사리지 않고 서로 힘을 모읍니다. 그리고 그 수레를 끌었던 거리만큼 뒤돌아가 다시 오체투지를 합니다.


  ‘어, 이 영화 뭐지? 아니, 이 사람들 왜이러지?’ 영화를 보다가 이 즈음부터 자리를 다시 잡고 화면으로 눈과 마음이 집중됩니다. 티벳 고원의 황량한 자연만큼이나 투박한 그들이 그 어떤 현자보다 위대해보입니다. 순례 길에서 만난 이들에게 기꺼이 나무 땔감을 거저 주는 사람, 차 한 잔 마시고 가라고 서로를 이끄는 사람들, 자기 집에서 자고 가라고 11명을 선뜻 받아주는 노인... 등장하는 사람들 한 명 한 명이 너무나 선량하고 지혜롭고 따뜻합니다.


  무엇이 이들을 이렇게 ‘훌륭한 종교인, 친절한이웃’으로만들었을까요. “진정한 순례는 타인을 위한 기도의 길이다”는 오랜 그들의 믿음대로 평생 살아왔기에 가능한 삶의 태도는 아닐까, 추측해봅니다. 공동체의 행복을 ‘먼저’비는 사람이 우리 주변에 몇 명이나 있을지,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어려움과 불행은 바로 그 지점부터 시작된 것은 아닌지 많이 부끄러웠습니다. 진정한 순례 길을 저도 일상에서 한 걸음 한 걸음 떼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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