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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애 처음 만나는 명상(41) ㅣ 박대성 교무(본지 편집장, 길용선원 지도교무)

배움의 네 단계

by 관리자 posted Oct 23,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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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성 편집장.jpg

 

  우리가 무엇(그것이 학습을 통한 지식이든, 명상을 통한 지혜이든)을 배우기 위해서 거쳐야하는 네 가지의 단계가 있습니다. 그것을 ‘의식의 네 단계’라고 부르기로 하겠습니다. 그 중에 첫번째 단계는 ‘무의식적(無意識的) 무지(無知)’입니다. 말 그대로 아무것도 모르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무엇이 필요한지, 무엇을 배워야할지 구분이 전혀 없는 백지와 같은 상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필요를 발견하지 못하니 별로 아쉬울 것도 없고, 뭘 구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입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뱃속 편하고 자유로운 상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원초적 무지의 상태는 어린아이가 자신에게 닥친 위험한 상황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과 동일합니다.


  두 번째 단계는 ‘의식적(意識的) 무지’입니다. 자기가 모르는 것이 무엇인지를 겨우 아는 상태입니다. 「논어」를 살펴보면 ‘공자’는 “아는 것을 안다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 하는 것 이것이 곧 아는 것(知之爲知之不知爲不知是知也)”이라고 했습니다. 여기에서는 자신의 무지를 인식하는 단계를 의식적무지라고 볼 수 있습니다.


  자신의 무지를 자각하는 순간, 다음단계로 진입하기 위한 무수한 과제들이 생겨나기 때문에 이 단계가 되면 마음이 급해지기 시작합니다. 반면에 이 고개를 넘어서지 못한 채, 도전은 고사하고 그냥 주저앉아 현실에 안주하는 경우도 생기게 됩니다. 사실 거의 대부분이라 볼 수 있습니다.


  세 번째 단계는 ‘의식적 지식(知識)’입니다. 무지의 껍질이 벗겨지고 드디어 앎(知)이 발현하는 단계입니다. 그러나 이 단계에서 알아차림과 주의심 챙기는 마음을 놓치게 되면, 지식(지혜)은 곧장 퇴보하게 됩니다. 이때는 의지를 끌어올려서라도 자신의 마음을 이끌어가야 합니다. 이 단계에서 노력은 필수가 됩니다. 법위단계를 놓고 본다면 법(法)과 마(魔)가 서로 전쟁을 벌이는(相戰) 상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살을 빼고자 헬스클럽을 등록하고 야식을 끊는 의식적인 노력으로 며칠 또는 몇 달은 버틸 수 있다. 그러나 의식적 단계에서는 무의식에 자리 잡은 끈덕지고 지속적인 습관과 유혹을 물리칠 수가 없습니다. 일반적인 앎과 지혜가 이 단계에서 무릎을 꿇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마지막 단계가 ‘무의식적 지식’입니다. 이 단계는 능수능란함이 극치에 다달은 상태입니다. 애써서 무엇을 하지 않아도 저절로 그렇게 되는 단계이다. 도가의 ‘무위지치(無爲之治)’함이 없이 저절로 다스려지는(그것이 조직이든, 마음이든) 경지이며 유가의 ‘종심소욕불유구(從心所欲不踰矩)’하고 싶은대로 해도 법도에 어긋나지 않은 경지이기도 합니다.


  스스로를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어서 따로 무슨 인위적인 노력을 요구하지도 않게 됩니다. 자신의 무의식에서 자리잡은 영감이 풍부하게 발달되었기 때문에 그런 것입니다. 무지(無知)와 무욕(無欲)에서 오는 행복이 아니라, 일상생활에 행복감이 충분하게 전달되기 때문에 따로 구하지 않게 되는 것이기도 하다.


  선하는 공부인이거나, 학습을 통한 지식의 축적, 부(富)를 추구하는 일. 무엇이든 상관없습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신 독자의 의식은 어느 단계에 머물러 계시는지? 바로 이것이 수행자의 화두가 된다면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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