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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만나는 한국 토착 사상 기행 - 23 | 천지은 교도 (원불교출판사 편집장, 남중교당)

어쩌면 후천시대는 오는게 아니라 만들어야 하는 시대인지도 모르겠다

by 관리자 posted Oct 23,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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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창한 가을날 일부 김항의 묘소에 다녀왔다. 1898년 73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일부는 충남 논산시 양촌면 남산리 산 41-1에 전형적인 유학자의 무덤 양식으로 자리를 잡았다. 묘 입구에는 현재 후손이 살고 있다는 건물이 있고, 묘 아래 왼쪽에 어울리지 않는 비닐하우스 한 채가 있다. 일행이 묘소 주변을 기웃거리자 어떤 사람이 와서 비닐하우스로 안내했다. 일부의 기념관이라는 비닐하우스 안에는 너무 젊어서 어색한 일부 선생의 초상화와 컴퓨터 글씨체로 제작한 조잡한 팔괘도, 그리고 한시가 적힌 싸구려 액자가 즐비하게 걸려 있었다. 이곳이 후천개벽의 사상체계를 ‘정역(正易)’으로 완성한 성지라고 하기에는 너무 초라했고 조잡하기 짝이 없었다.


  인터넷에서 접할 수 있는 일부의 전기(傳記)는 학산 이정호 선생과 유사종교에서 전해오는 내용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를 두고 원광대 임병학 교수는 “일부 선생의 행적에 대한 정확한 규명 없이 와전되거나 왜곡된 내용을 그대로 서술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심지어 신비적으로 묘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직까지도 우리사회에서 정역을 인식하는 정도가 이렇다 보니 불교도 아니고 그렇다고 유교 서원도 아닌 일부의 유적은 사람들 관심 밖에 놓여 도와주는 사람도 없어보였다.

 

  나는 지난 호에 ‘후천개벽시대가 되면 지구의 자전축이 바로 서게 된다는 말이 있다’고 적었다. 그런데, 정역과 관련한 책 「일부 전기와 정역 철학(류남상, 임병학 공저)」을 살피다가 ‘정역’에는 그런 말이 없으며, 일부 선생이 그런 표현을 한 적도 없다는 이런 내용을 발견했다. 정역을 단순히 우주원리의 물리적 현상으로만 보았던 그동안의 나의 인식을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철학적 의미까지 정역을 확장해 보아야 제대로 이해하게 될 텐데 나는 아직 그럴만한 실력을 갖추지 못했다. 나는 연구자나 학자가 아니라 사진을 찍는 사람에 불과하다. 어쨌든 정역에서 말하고자 하는 후천시대는 음양이 조화로운 세계라는 것인데, 그 조화가 어떻게 드러나고 있는지 살펴보면 아득하기만 하다. 후천시대는 아직 오지 않은 세상인 것이다. 어쩌면 후천시대는 오는 게 아니라 만들어야 하는 시대인지도 모르겠다.


  묘소의 안내석에 이런 글이 있는데 철학적 의미를 뒷받침하는내용으로보였다.“ (중략) 양은 떠받들고 음은 억누르는 억음존양(抑陰尊陽)의 피라미드 구조의 사회상에서 앞으로는 모든 사람이 조화를 이루는 원형구조의 사회상을 주장하며 기존 중국의 주역과는 패러다임이 다른 조양율음(調陽律陰)의 사상으로 호호무량(好好无量)의 이상향을 제시했다.(하략)”


  일부 김항의 ‘정역’사상에 대해서 함부로 말하기란 매우 조심스럽다. 일단 너무 복잡해서 어설프게 아는 척했다가는 망신당하기에 십상이다. 또 주역을 비롯해 유학, 도학 등 여러 사상이 얽혀 있어서 섣불리 이야기를 꺼냈다가 끝도 없는 논쟁에 휘말릴 수 있다. 나는 다만 텍스트로서의 정역에 관심을 기울이기보다는 사상의 거처와 풍경을 사진에 담는 사람일 뿐이다.


  그래도 굳이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원불교 교당 활동 외에 후천개벽사상의 길을 열심히 따라가는 것도 소태산 대종사의 길을 잇는 아주 중요한 방법의 하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 분명 소태산 대종사는 후천개벽 시대에 상식적인 종교의 형식으로만 마음공부를 못 박아 놓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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