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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만나는 한국 토착 사상 기행 - 26 | 천지은 교도 (원불교출판사 편집장, 남중교당)

“우주의 가을시대는 어디쯤 와 있을까”

by 관리자 posted Dec 24,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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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원사(大院寺)는 전북 완주군 구이면 원기리 산 997번지 모악산 동쪽 산 중턱에 위치한 절이다. 속설에 부처님의 후신이라는 진묵대사가 한때 머물렀는가 하면 스스로 미륵이라고 한 증산 강일순이 1901년 7월에 득도한 유서 깊은 절이다. 원불교의 정산종사가 도를 찾아 잠시 머물렀던 가람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도 몇 년 전, 건강상의 이유로 휴직하고 있을 때 가끔 찾던 곳이다. 평일 낮 혼자 산에 가도 전혀 이상하지 않고 높이도 적당하여 자주 다녔다. 하루는 선뜻 산에 오르지 못하고 주변 찻집에 앉아 “산 정상에 저처럼 초보자도 오를 수 있을까요?”라고 푸념처럼 늘어놓자, 옆에서 듣던 주인은 “세상에 못 오를 산은 없어요. 사람이 도전하지 않기 때문에 못 가는거예요.”라면서 “일단 행동으로 옮겨보지도 않고 산 밑에서 이런저런 이유만 대면 평생 못 간다”는 일침에 곧장 엉덩이를 털고 일어났다. 이날 나는 크게 깨달았다. 세상 일도 마찬가지다. 아예 시작도 안 하거나, 끝까지 해보지도 않고 이러쿵저러쿵 온갖 핑계를 대며 중도에 포기한게 어디 한둘이던가.

 

 

  “변두리가 중심을 바꿀 것이다.”는 말이 있다. 이 진술은 대개의 노마디즘(유목주의) 철학자들이 애용하는 진술이다. 인류의 발전을 추구하며 16세기 즈음에 출발한 모더니즘(근대주의) 철학의 중심주의는 끝내 실패했고, 그 중심을 해체하며 대안으로 제시된 철학이 포스트모더니즘(탈근대주의)이었다. 그러나 탈근대만으로 근대의 중심주의는 해체되지 않았고, 세상을 바꿀 새로운 철학이 필요하게 되었다. 이때 등장한 것이 노마디즘이다.


  ‘근대의 기획으로 인해 인류는 서로 착취하며 학살했고, 발전이라는 이름의 파괴를 끊임없이 전개하여 결국엔 인류의 삶이 근본에서 망가졌으며 지구의 생태와 환경도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도록 했다’고 노마디즘 철학은 성찰했다. 중심을 해체하는 정도가 아니라 중심을 구성하는 변두리가 중심을 바꾼다는 노마디즘 철학의 근본은 그러나 유럽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라 아시아에서 시작된 것이었다.


  구한말 이 땅 변두리에서도 우리를 이끄는 영성적이거나 혁명적 리더들이 끊임없이 나타났다. 그 중에는 권력과 권위를 갖춘 리더도 있었다. 그러나 개인이든 조직이든, 진정한 리더는 창조적이면서 동시에 개벽적인 영감을 주는 리더다. 우리는 의무감이 아니라 스스로 원해서 그들을 추종한다. 그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자신을 위해서 따르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 리더는 ‘왜 이 일을 하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한다. 이 ‘왜’야말로 나에게 영감을 주고 그것을 통해 또 다른 이들에게도 확산되기 때문이다.


  그러한 리더 중에는 세상인심을 격발시키고 폭동 시키는 ‘동세개벽’의 수운 최제우와 동학의 사람들이 있었고, 세상인심을 안심시키고 편안케 하는 ‘정세개벽’의 증산 강일순도 있었다.


  그러나 그들도 사람인지라 생사의 변화를 모면치 못하고 떠났다. 다행히 그들이 떠난 자리마다 후천개벽의 사상이 남았다. 그 사상의 뼈대는 사람의 마음이다. 마음공부를 통해 태어난 자리의 첫마음으로 돌아가야 인간 세상에 후천의 새 하늘이 열리고 새 땅이 열리는 것이다. 원불교사상연구원 조성환 박사는 “개벽이 지향한 것은 ‘새로운 세상을 여는 것’이지만, 그것은 ‘세상을 보는 기존의 시각과 닫힌 마음을 새롭게 여는 것’에 의해서 가능하다”고 했다. 모악산의 가을은 깊어질 대로 깊어졌는데, 우주의 가을시대는 어디쯤에 와 있을까?

 

  * 사진 설명 “모악산 대원사 전북 완주군 구이면 원기리 산 997번지, 금산사의 말사(末寺)다. 증산은 30세가 될 때까지 조선 각지를 돌아다니며 수행을 했고 1901년 7월 5일 대원사에서 도를 이루었다.

  원불교의 2대 종법사인 정산 종사도 경상도 성주에서 전라도로 넘어와 대원사에서 지내다가 1918년 정월 정읍 화해리로 거처를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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