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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태산의 개벽을 다시 묻다”

by 관리자 posted Mar 06,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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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목 사진으로 만나는 한국 토착 사상 기행 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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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이 바뀌고 있다. 다시 봄이다. 이미 바람과 햇살 안에 봄이 담겨있다. 부지런한 농부는 새벽바람 끝에 실려 오는 봄을 아마 알아챘을 것이다. 지난겨울, 땅속에서 얼고 풀리기를 반복했던 온갖 씨앗들이 칠칠하게 올라오며 봄을 노래할 것이다. 생명 살림 계절이 온 것이다.


소태산 박중빈은 봄에 탄생했다. 정확히 말하면 1891년 5월 5일(음 3.27)에 전라남도 영광군 백수면 길룡리 영촌 마을, 초가에서다. 길룡리는 법성포에서 들어오는 조수를 영광 읍내로 끌고 가는 물길 와탄천이 지나는, 갯벌을 낀 마을이었다. 어떤 인물이 됐건 한 인간의 출생 배경은 그 생애를 두고 막대한 영향을 끼치게 마련이다. 특히나 한 종교의 창시자라면 그가 세상에 태어난 시대와 장소는 각별한 의미가 있을 수밖에 없다.


현재 생가는 1981년에 소태산 탄생 90년이 되던 해를 기념해 복원했다. 대지 148평에 건평이 16평인 초가 네 칸 겹집이다. 방 둘에 마루가 있고 부엌과 외양간이 붙어 있다. 이 무렵엔 부친 박성삼의 살림 형편이 좋아져 소도 키우며 농사를 지을 만큼 여유가 있었다 하나 소박하기 이를 데 없는 농가 모습이다. 이 집에서 소태산은 구호마을로 이사할 때까지 유년시절을 보냈다.


탄생지의 위치와 형태를 놓고 풍수적으로 해석이 구구하지만, 굳이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소태산의 뜻과는 거리가 먼 일일 듯해 여기서는 생략한다.


다만 탄생가는 단순히 소태산이 태어나고 자라고 도의 추억이 깃든 아늑한 정서를 일으켜 주는 장소일 뿐 아니라, 무엇보다도 고향에서 고향 사람과 함께 살고, 함께 일하고, 함께 나누면서 자신의 포부를 펼쳤다는 중요한 의미가 담겼다. ‘우주’라는 글자는 ‘집 우(宇)’ ‘집 주(宙)’로 구성되어 있다. 선조들은 집을 우주로 보았다. 그런 면에서 성자의 탄생가는 집이면서 우주인 것이다.


수운과 증산의 사상은 그 ‘실현방법’이 구체적이지 않아 한쪽은 혁명으로 다른 한쪽은 신비주의로 도피했으나 소태산은 현실의 개벽을 추구하는 후천개벽 사상을 추구했다. 소태산은 리얼리스트였다. 19세기의 조선에서 그런 삶이 유지되었다는 것 자체가 하나의 기적으로 보인다. 더구나 전라도 변방 바닷가 마을에는 그런 갈구에 도움을 줄 어떤 스승도 없었을 텐데, 그럼에도 소태산은 그가 닿고자 했던 곳에 닿게 되었다.


다시 세상이 바뀌고 있다. 소태산이 태어났던 그 시절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변화의 폭과 깊이는 훨씬 더하다. 세계는 타인의 생각과 물건에 뒤덮여 버렸다. 물신적 지배가 짓누르고 있는 세계에서 개인의 자아는 자폐적으로 ‘오직 자아’만 추구하고 있다. 이것은 개벽이 아니라 오히려 퇴행이다. 


우리 인간은 아무리 똑같은 상황에 처해 있어도 다른 식으로 존재할 수 있다. 우리에게 주어진 조건 즉 나이, 성별, 신분, 국적, 언어에 기반해서 각기 나름의 역할을 얼마든지 창출해 낼 수 있다. 이제는 세계의 변화에 발맞추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직 나만의 자아’만 추구하는 서양적 물신숭배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다. 이미 소태산은 그것을 100년 전에 우리에게 여실히 보여줬다. 하지만 우리는 보았을 뿐, 개벽을 실현하지 못하고 있다.


다시 개벽이 필요한 까닭이 여기에 있다. 지금이 어떤 시대이고, 우리는 이 시대와 어떻게 호흡할 것인지에 대해 다시 묻지 않을 수 없다.

 

 

 

천지은 교도(원불교출판사 편집장, 남중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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