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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

by 관리자 posted Mar 06,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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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목 한울안칼럼

‘순순히 어두운 밤을 받아들이지 마오.’
2014년에 개봉한 영화, ‘인터스텔라 Interstellar’에서 인용한 시인 딜런 토머스의 시詩 제목이다. 점점 황폐해져 가는 지구를 대체할 인류의 터전을 찾기 위해 새로운 행성을 찾아 떠나는 우주인들의 모험을 그린 SF영화에서 나온 이 시는 당시 많은 영화 팬들의 마음을 단박에 사로잡았다. 이 시도 참 좋았지만, 필자가 더욱 매료된 부분은 ‘우린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라는 대사였다. 부당한 상황에 대해 합리적 의심을 던지고, 공동의 문제가 발생할 때 해결하기 위해 한 사람 한 사람의 질문과 답, 행동이 모이고 모여 인류의 역사는 계속되어왔다.


오는 3월 8일은 올해로 111주년이 되는 ‘세계여성의 날’이다. 세계여성의 날은 1908년 열악한 작업장에서 화재로 숨진 여성들을 애도하며 미국 노동자들이 궐기한 날을 기념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1975년부터 UN에 의하여 이날이 공식 지정되며 전 세계적으로 여성 인권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으나, 세계 곳곳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갖가지 차별을 넘어 안타까운 죽음을 맞는 여성들이 여전히 존재한다. 화재 사고로 숨진 여성 노동자들에게서 촉발된 세계여성의 날을 맞이하며 지난 1월 다녀온 네팔의 여성들의 얼굴이 자꾸만 떠올랐다.


15일간의 네팔 출장을 떠나기 며칠 전인 지난 1월 9일 한 네팔 여성이 차우파디(chhaupadi) 도중 추위를 못 견뎌 불을 지펴 몸을 녹이다, 헛간에서 두 아들과 함께 질식사했다는 안타까운 기사를 접했다. 1월 말, 네팔 서부 지역에서 또 다른 21세 여성이 연기가 가득 찬 오두막 안에 숨져있는 것을 가족이 발견했다는 기사를 다시 접했다. 월경 중이었던 그녀들은 차우파디 관습에 따라 집 바깥의 오두막에서 불을 피우고 자다 질식사 한 것이다. 차우파디(chhaupadi)란 힌두어로 ‘불경스러운 존재’라는 뜻이다. 차우파디로 숨진 네팔 여성들의 소식이 연달아 알려지며 여성 인권에 대한 그 심각성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힌두교 인드라 신의 설화에 바탕을 둔 이 차우파디 제도는 여성의 월경혈(月經血)을 부정하게 여기며 재앙을 몰고 온다고 여기는 힌두교의 종교적 관습이다. 월경 중인 여성이 음식과 종교적 상징물, 소, 남자와 접촉하는 것을 금지하며 집 밖 외양간이나 창고 등에서 자게 하는 풍습인데 가족을 비롯한 다른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허용하지 않는다. 문제는 그 견고한 악습으로 세계여성의 날을 111주년 맞이하는 2019년 3월 지금 이 시각에도 지구 반대편의 여성들이 인권침해는 물론 생명을 위협받고 있다는 것이다.


차우파디는 네팔에서 2005년도에 공식적으로 불법화되었지만, 여전히 많은 마을에서 관습적으로 공공연하게 시행 중이다. 즉, 법률 도입만으로 오랫동안 행해온 관습을 끝내기에는 역부족이며 인식 변화와 개선, 사회문화 조성 교육 즉, 결국은 의식 리모델링이 시급하다고 생각한다. 여성이 겪는 몸의 변화를 이렇듯 왜곡된 관점으로 혐오하며 생명의 위협까지 가하는 상황이 동시대에 어느 한 편에서는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는 현실이 답답하다. 네팔의 차우파디는 극단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으며 시대, 동서양을 막론하고 여성의 월경을 대하는 왜곡은 대부분의 문화권에서 일상적으로 흔히 발견된다. 전 세계적으로 월경을 의미하는 은어와 성적 표현이 5,000여 개일 것으로 추산된다고 하는데 대부분은 여성을 폄훼하며 부정적으로 표현한다. 그래서 꼭 네팔이 아니라도 “모든 여성은 자신의 마음속 저마다의 차우파디를 짓고 숨어 산다”고 어느 여성학자는 말했다. 네팔 여성들과 친구가 되어 함께 밥을 먹고, 웃고, 이야기를 나누고, 격려하며 히말라야를 걸었던 그 시간이 삶의 한 페이지를 채웠기에 그 안타까움이 짙은 것이리라. 내가,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 생각해 본다. 절망에 함몰되는 마음 대신 어떻게든 답을 찾고자 하는 다짐.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그녀들의 시계는, 멈춰 서 있지만, 그들이 남긴 질문은 여전히 세상에 유효하다. 나직이 읊조려본다. 우린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 차근차근 천천히.
 

 

김도경 교도 / 출판사 책틈 편집장(서울교당)

김도경 교도.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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