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당건축은 어떻게 시작되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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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당건축은 어떻게 시작되어야 하나
  • 전지만
  • 승인 2001.04.0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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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울림의 건축


박도정(찬정) 강동교당


그리스의 파르테논 신전이 왜 그러한 모습으로 둔덕의 고지에 있게 되었나? 잉카 제국의 도시가 그 고산의 정상에 왜 그러한 형태를 가지게 되었나, 그리고 우리의 영주 부석사가 왜 또 그러한 구성으로 거기에 만들어졌을까? 세상의 모든 일과 이치가 일원의 진리 속에서 이루어질진대, 그러한 건축적 유물들도 나름의 필연적 결과물들로 밝혀짐은 참 흥미롭다.
한국의 기와집이 멕시코의 고원에 놓인다면… 이집트의 피라밋이 우리 나라의 첩첩산중에
만들어졌다면 자연스럽고 원만한 모양일까? 아마 그렇게 되지도 않았을 뿐더러, 있더라도
우스꽝스럽게 여겨질 것이다. 부석사의 배치가 정토신앙과 화엄경의 이해와 그 지리적, 환경
적 특질의 절묘한 정합에서 불후의 명작으로 탄생하였던 것과 같이 장소성의 파악과 흐름을
전제하지 못하면 건축적 주제는 살리기 어려울 것이다.
건축은 정신적 영역이며 또한 지식의 산물이다. 파르테논이 그러한 기능적, 건축적 요구를
가지고 주변에서 다 바라다 볼 수 있는 구릉이 아닌 계곡 등지에 구축되었다면 그 투시도적
형태미나 스케일이 잘 살지 못했을 것이다.
건축물들도 각각의 몫과 자기 자리가 있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놓여져야 하고 지어져야 한
다. 거기에 있는 것이 원만스러워야 하고 마치 필연적인 이유가 있어 거기에 그렇게 있는
것처럼 연출되어야 한다. 교당 건축을 함에 있어서도 교당의 건축적 주제와 프로그램이 그
터와 잘 어우러지려면 먼저 그 터의 문맥과 성격(장소성)이 잘 파악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터에 맞는 주제가 선정되도록 함이 중요하다. 원불교의 특질인 은혜의 관계 맺음이나 은혜
로움을 발견하기는 건축에서도 적용되어야 하고 밝혀져야 한다. 바로 상생시키는 관계맺음
을 구성시키는 것이다. 서로 주변과 잘 정합되게 하는 방안을 찾아 나가는 과정인 것이다.
정산 종사께서 정관평 방언답 공사시 내려주신 법설에서 8가지 토전과 심전에 따라 적절한
대응 방법을 달리 알려주셨듯이 건축적 대응 방법도 그 터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 건축이란
그냥 적당히 건축물을 짓는 게 아니다. 그냥 그것만이 있는 게 아니라 어우러져 있어야 한
다. 장소성의 올바른 판단은 건축물의 고유성, 정체성의 첫걸음이며 건축적 공동성의 원만한
발현의 기초이다. 사람이 자기 자리를 찾아 여러모로 맞추어 제자리를 찾아 앉듯이 건축도
그렇게 맞추어져야 제격을 찾았다 할 것이다. 건축 계획에 앞서 필히 챙기고 살펴보아야 할
항목임을 주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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