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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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사람
  • 전지만
  • 승인 2001.04.0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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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되어 살아가는 모범


녹타원 조효경 교무"영동교당

우리 교당에는 신앙의 힘으로 업장을 녹여가며 경계 경계를 용케도 잘 극복하며 항상 밝은 인상과 넉넉하고 평화로운 마음을 유지하는 천사표 교도님들이 많다. 그 중 한 교도님의 이야기를 해 볼까한다.
이 교도님은 20여년 동안 대학촌에서 하숙을 치며 알찬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 그 집은 항상 열려 있고, 도시 속에서는 느끼기 힘든 시골 사랑방의 푸근한 정취를 느끼게 한다. 언제 가 봐도 가까이서 멀리서 모인 동네사람들로 그 집 응접실은 늘 가득하다. 주인 손님이 따로 없이 차 마시고 밥 먹고 누구나 가족 같다. 이렇게 모든 이들이 항상 편안하고 부담없이 모이게 하는 것이 이 교도님의 큰 기술이다. 하루는 내가 “때로는 귀찮지 않아요!”라고 물었다. 그리고 “이렇게 모든 사람이 먹어대면 어떻게 살아요”라고 했더니, “아니예요. 교무님. 사람들이 먹은 것 보다 주고 가는 것이 훨씬 더 많아요”라고 한다.
그리고 엄마는 놀기만 하고 공부는 안하는 것 같다며 걱정하는 딸에게 “야 너는 내가 노는 걸로 보이냐? 교화가 별 거 아니다. 도시에서 주부들이 허물없이 마음을 열고 대화하기 어렵잖냐. 내가 노는 것 같아도 내가 그런 자리 안 마련하면 그 사람들이 어디가서 이야기 하겠냐. 사람들이 그렇게 부담없이 서로 이야기 하다보면 스트레스도 풀리고 사람 사는 것 같단다”라고 말했단다. 이것이 이 분의 교화에 대한 지론이다.
이 말처럼 이 집에 모인 분들은 살아가는 이야기를 통해 자신들의 답답함을 해소하고 그 과정에 자연스럽게 원불교가 전해진다. 원불교 교도로써 품위를 잃지 않고 자연스레 몸에 밴 교법 탓인지, 아무튼 근본적인 신심으로 무장되어 있는 이 분의 집에서 하숙을 하게 된 S학생들은 상당 수가 자연스럽게 교당에 나오게 된다. 이 집에서 하숙했던 학생 중 교당의 학생회장과 청년회장까지 하게 된 경우도 세 사람이나 된다.
유창하게 설법을 잘하거나 학벌이 높고 유식한 것도 아닌데 그렇게 많은 사람이 따르고 편안하게 여기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그런데 ‘아하 그래서 그렇구나’하고 해답을 얻게 된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하숙하던 청년이 한 아가씨를 사귀어 결혼을 앞두고 있었다. 아가씨의 집안에 반대가 있었는지, 무엇 때문인지 아무튼 아가씨가 헤어지겠다고 했단다. 상심해 있는 청년 몰래 이 교도님은 그 아가씨를 불러 본인의 인생담을 들려 주고 손가락에 끼고 있던 5돈 짜리 금반지를 끼워주며 “둘이는 천생연분인 것 같으니 이 금처럼 변하지 말고 결혼하여 잘 살았으면 좋겠다”고 했단다. 그로 인해 아가씨의 마음이 돌아서 그들은 다시 만나게 되었고 결혼하여 지금은 쌍둥이 아들까지 두고, 우리 교당에 나오고 있다.
이번 정초 가정기원 독경때도 “교무님 그분 댁에 가서 기도 해 주고 점심은 저희 집에 와서 잡수세요. 그분은 기도하고 싶어도 생전 해 달라는 말 먼저 못할 것입니다” 한다. ‘좋은 일, 복 받을 일’은 자신이 먼저 하고 싶은 것이 보통인데, 이 분은 자신의 기도보다 다른 교도님의 기도를 먼저 챙기고, 그 후에 자신의 가정 독경을 하였다. 평소에도 이 분은 교당에서도 다른 사람이 하기 싫어 하는 궂은 일, 힘든 일을 앞장 서서 소리없이 하곤 한다. 하숙생이 17명이나 되니 힘이 들고 만사가 귀찮을 법도 한데, 그런 내색없이 항상 보살 마하살의 마음이다.
이렇게 늘 베풀고 사는 삶이다 보니 그 공도 또한 헛되지 않음을 보게 된다.
시골에 사시던 시아버님을 모시게 되었다. 무종교였는데 며느리가 좋아 원불교에 나오신다고 하시며 교당에도 나오셨는데, 작년에 돌아가셨다. 장례 때 동네 사람들이 내 일 처럼 모두 식당 일을 도왔다. 동네 사람 중 둘은 입교까지 하여 지금 같은 단의 단원이 되어 교당에 잘 나오고 있다. 또 천심을 쓰니 진리께서 천복을 주시어 작년에는 3층집 양옥까지 사게 되었는데 사람들이 내 일처럼 기뻐하며 축하해 주는 교도님들의 모습이 참 아름다왔다. 2년전에는 다른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하던 예쁜 큰 딸이 원불교학과에 편입하여 올해 원불교대학원으로 진학하게 되니 이것도 큰 경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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