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난 동아시아 여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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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난 동아시아 여성들
  • 전지만
  • 승인 2001.04.14 14: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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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되어 살아가는 모범


1994년부터 동아시아 여성들의 네트워크를 위한 ‘동아시아 여성포럼’(East Asia Women Forum) 이 4회째 진행되고 있습니다.(한국은 2회 포럼 개최)
여성 포럼은 한국, 일본, 대만, 홍콩, 필리핀, 몽골, 러시아, 티벳의 여성 NGO 활동가들이 모
여서 동아시아 여성들의 문제를 공유하고 함께 해결해 나가는 자리입니다.
지난 4회 대만대회(2000년 9월) 때 중요한 행동계획(Action Plan) 가운데 하나가 정보기술
(ICT-Imformation Communi- cation Technology"또는 IT)을 통해서 EAWF의 편하고 빠른
정보교환과 온라인 작업, 사이버 포럼 등의 비젼을 추진해 나가자는 것입니다. “정보화와
여성”이라는 화두가 우리에게 많이 익숙해졌지만, 아직도 교육의 기회를 가지지 못해서 세
계 문맹율의 상당부분을 여성들이 차지하고 있는걸 보면, 현실의 장벽은 만만하지 않습니다.
정보화 시대만큼은 막차를 타지 않으려는 여성들의 노력과 전략이 깃들어 있는 것이며, 이
는 단순히 일하는 여성이나 여성 활동가들에게만 해당되는 문제는 아닙니다.
이런 취지 아래 2003년에 열리는 5회 포럼(홍콩)까지 그 진행상황을 나누고 발전시켜 나가
고 있습니다. 중간점검과 함께 5회 포럼을 준비하기 위한 모임이 지난 3월 25일부터 28일
까지 일본 나고야에서 개최되었는데, 이 워크샵에 한국 측에서는 저와 여성회의 박인광 간
사, 숙명여대 아·태 여성정보통신센타의 연구원(이혜진)이 함께 참석했습니다.
현재 한국은 95년 북경모임 이후 한국여성NGO들이 네트워크를(www.wngonet. or.kr) 만들
어서 총 122개 단체들이 가입해 있는 상태이며, 그 가운데 원불교 여성회 회장님께서 코디
네이터를 맡고 계십니다. 그간에 여성운동의 성과로, 여성부까지 신설되면서 한국은 여성문
제에 있어서 해결의 좋은 틀거리들을 상당 부분 획득했습니다. 이 좋은 그릇에 어떤 음식
을 담아낼 것인지가 관건이라고 보여지며, 교단에서도 여성회와 함께 더 많은 관심과 의지
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요번 워크샵에서는 홍콩포럼에 대한 구체적인 의견교환과 함께 사이버 포럼을 위한 이슈들
과 콘텐츠들을 나누고 인터넷 보급률과 여성과 주부들을 대상으로한 싸이트, NGO 단체들
의 현황과 홈페이지들을 공유했습니다. 또한 가정내 폭력과 성 산업의 유통구조등 상황은
조금씩 다르지만 공통된 문제들에 대해서도 논의했습니다.
사실 국제회의는 처음이었습니다. 주눅들지 말고 당당하게 하자고 결심했지만 그들의 영어
실력 앞에 주춤한 게 사실입니다. 일년동안 공부한 여성학 지식을 총동원하고, 발표내용을
미리 준비해서 한국의 상황을 전달하고 의견을 개진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여유있는 모습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마지막날은 스텝들이 제게 마무리하는 간단한 의식을 맡아 달
라고 했습니다. 모두 둥글게 서서 묵상을 통해 동아시아 여성들을 위해 기도하고 돌아가면
서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는 따뜻한 포옹을 나누었습니다.
비슷한 피부색을 가졌지만, 얼굴도 말도 다 다른 여성들이었습니다. 연조와 힘이 느껴지는
각국의 여성학자와 노장 활동가들 그리고 미래의 비젼을 만들어갈 젊은이들까지 그들에게
서 많은 것을 배우고 깨치고 돌아왔습니다.
부족한 제게 배움의 기회를 주시고 격려해주신 교단의 어른들께 감사드립니다. 공적으로나
사적으로나 먼길에 비행기를 타본 경험은 많지 않지만 저는 그때마다 “너희들 호강하는 모
습 내가 다 어떻게 보겠느냐”하셨다던 스승님 성안을 떠올려보곤 합니다. 더욱 쉼 없이 준
비하고 실력 갖춰 나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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