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아빠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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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아빠 사랑해요
  • 전재만
  • 승인 2001.05.14 14: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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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아빠 엄마 보세요.
제가 아빠 엄마께 사랑한다고 말하는게 무척 오랜만이네요.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하
는 것이 어려운 일도 아닌데 제가 너무 부모님의 사랑을 당연하게 받아 들였던 것 같아 부
끄럽고 마음이 아픕니다. 부모님 품 안에서 21년 동안 보호받으며 감싸안겨 있다가 이제 스
스로 서기 위해 사회에 첫 발을 내딛었습니다. 사회에 처음 들어선 이후 석달이 흐른 지금
까지 제일 생각나는건 부모님의 얼굴이었습니다. 어린이 집에서 교사들, 학부모님들, 아이들
과 하나 하나 관계 맺어가면서 아빠 엄마의 커다란 은혜를 새삼 느끼게 됩니다.
이곳에 오기 위해 자기 소개서를 썼는데 소개서 내용의 3"1이 부모님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어쩌면 아빠 엄마의 타인에 대한 배려나 봉사정신을 제게 이점이 되도록 이용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원장님께 ‘저희 부모님께서는 이런 분들이시니 나도 잘 봐주세요’라는 뜻이었
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아빠 엄마의 모습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제 삶의 표본으로 해도
그릇된 일 없을거라 판단했기 때문에 언제 어디에서든지 부모님의 모습을 보여주고 저도 본
받으려고 합니다. 다행히 부모님의 그런 훌륭함을 높이 평가하시고 저에게 호감을 가져주신
원장님에 의해 어렵지 않게 사회에 들어와 조심스레 뿌리를 내리고 있습니다.
제가 전무출신하기를 간절히 기원하시는 아빠 뜻을 외면하는 저의 마음은 항상 불편했습니
다. 아빠께서 저에게 원불교 인연을 더욱 깊게 하시려고 제가 원광대에 가기를 바라셨지만
저는 그것에 반발심만 일으켰던 것 같습니다. 아빠의 전무출신에 대한 서원이 얼마나 깊은
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아빠 뜻에 따르지 못하는 제 자신을 자책하게 됩니다. 하지만
아빠께서도 조금 이해해 주셨으면 합니다. 아직은 제가 세운 목표를 향해 가보고 싶습니다.
어느날 그 목표에 회의를 느끼게 되면 그 때는 아빠 뜻에 따르겠습니다. 아빠 뜻을 따르지
못해 죄송합니다. 요즘 힘들어 하시는 아빠 모습을 볼 때마다 저 혼자 울기도 합니다. 아빠
는 항상 크고 씩씩하실거라 생각했는데 요즘 아빠의 늘어나는 흰머리나 건강상태, 가끔씩
축 늘어지는 아빠의 어깨를 보면 그런 아빠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편지 1장 쓰지 않는 저
의 모습에 더 화가 나기도 하고 속이 상해 울기도 합니다. 바쁘다는 핑계로 어깨 한 번 주
물러 드리지 못하고 한 번 안아드리지 않던 딸을 그래도 사랑해 주시는 은혜에 제 자신이
더욱 수그러지게 됩니다.
아빠 엄마!!!
제가 사회인이 되고 보니 부모님께서 쌓으신 덕이 다 저희에게 돌아온다는게 보이더라구요.
취직 할 때도 아빠 엄마의 봉사정신에 도움 받았고, 또 인간관계도 부모님의 영향을 받아
좋은 인연들만 맺게 되는 것 같습니다. 아빠 엄마께 창피하지 않고 자랑스러운 딸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거리의 박스를 주워 좋은 일에 쓰시는 아빠 모습이나 다른 사람에게 봉사할 기회를 만들어
주시고 같이 적극적으로 임하는 엄마의 모습 모두 저에게는 자랑스럽습니다. 저 또한 그런
아빠 엄마를 닮아가도록 하겠습니다. 아빠 엄마…… 사랑해요. 그리고 제가 이렇게 아빠 엄
마의 은혜를 느낄 수 있게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
큰 딸 미라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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