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은님! 용기와 희망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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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은님! 용기와 희망 주소서
  • 한울안신문
  • 승인 2001.06.0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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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진 교도"중구교당


작년말 그렇게도 염려했던 남편의 음주 습관은 기어이 한집안이 풍비박산 될 정도의 큰 사고를 내고 말았습니다. 만취한 상태로 운전대를 잡았으니 어느 누군들 사고가 나지 않겠습니까. 넉달이 훨씬 지난 지금까지 오른팔을 쓰지 못하고 상대방은 상대방대로 다치게 하고, 정말 순간의 실수 아니 음주라는 계문을 어긴 죄는 상상할 수 없는 고통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늘 나름대로 검소하고 욕심 내지 않고 열심히 살아왔다고 자부하며 살았는데, 그 사고는 도대체 인과적으로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답이 나오질 않았습니다. 무조건 남한테 당한 것도 아니고 천재지변도 아니고 본인이 계문을 어기고 부지불각간에 저지른 사고로 남한테 피해주고 본인다치고, 그로 인해 물질적으로 보상해주고 어디 한군데 보상받을 길 없고 하소연 할 수 없는 상황을 어떻게 이해를 해야할지 남편이 원망스럽기만 했습니다.
애기를 낳은 지 백일도 안된 상황에서 벌어진 일라 그만큼 더욱더 힘겹게 다가오는 역경, 아무리 인생을 살면서 크고 작은 고비를 겪는다지만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문득문득 들고 신앙인으로서 무엇을 참회하고 무엇을 기도해야 할지 막막했습니다.
순간 ‘아, 우리가 참으로 교만하며 살았구나’ 싶었습니다. 나름대로 성실했다고, 검소했다고 이만하면 죄짓지 않고 잘사는 거라고 자부하면서 얼마나 삶을 느슨하고 만만하게 보았는가 싶었습니다.
연말의 들뜬 분위기와 새해를 맞는 설레임 따위는 남의 일이 되어버렸습니다. 남편의 음주 운전사고로 언제 새해가 되어서 언제 봄이 이렇게 왔는지 조차 모를 정도로 숨가쁘게 하루하루를 살아왔습니다. 막내를 낳고 한 달 만에 터진 사고는 우리가족 모두를 긴 아픔속으로 몰아 넣었고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긴 터널은 불안과 공포로 한걸음씩 떼어 나가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그 터널의 중간쯤 온 것 같은 상황에서 그래도 우리 가족모두 건강하게 잘 견디어 올 수 있게 도와주신 사은님께 감사올립니다.
어려운 일을 당하고 힘이 되어 주신 분들이 교당 교도님들이었습니다. 황성덕, 황정인 두 자매 교도님이 제 눈에 눈물이 멎게 희망을 주고 동병상련의 아픔을 겪으면서 본인들도 어려운 상황에서 어느 날 50만원을 보내 주시었습니다. 그것은 저희에게 5천만원 아니 5억 이상의 값진 돈이었습니다. 남에게 도움을 주면 주었지 도움을 받고 살진 않겠다고 늘 다짐했던 제가 이렇게 도움을 받게 될 줄은 정말로 몰랐습니다. 이후에 두 교도님의 무상대도를 저도 반드시 실천하며 살겠습니다.
지금 저희 부부는 아이들과 떨어져 수원 우체국에서 함께 출퇴근을 하며 한사람 몫의 일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거의 우체부 역할을 하고 있는데 그 일을 하면서 깨닫는 것이 한 두 가지가 아니더군요. 그 별볼일 없이 귀찮기만 하던 우편물들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많은 손들을 거쳐 본인들 손까지 갈 수 있는지. 이 사회는 모든 것이 동포은이 이니면 살수 없겠구나 하는 깨침, 그리고 남편 역할을 직접 뛰어들어 체험을 하니 그 동안 얼마나 남편이 힘들었을까 싶었습니다. 이번 일로 전화위복이 되리라시던 교무님 말씀을 기억하면서 이제 삶을 사는 자세를 바꾸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되었습니다. 좀더 굴기하심의 자세로 겸손하고 겸허하게 살아야겠다는 것과 원망생활을 감사생활로 돌리는 일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원불교인이라면 지켜야 할 보통급 십계문을 반드시 철저히 죽기로써 지키며 살아야겠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습니다.
사은님 이제 가슴속에 피눈물을 흘리며 참회하고 반성하고 있사오니 용서하시고 다시 일어서려는 저희에게 용기와 희망을 잃지 않도록 도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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