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젊었을 때 정말 예쁘셨겠네요’
상태바
‘할머니, 젊었을 때 정말 예쁘셨겠네요’
  • 한울안신문
  • 승인 2001.07.05 05: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현묘연 " 개포교당


오늘은 수락산 시립요양원에서 돌아가신 노인들을 위한 특별천도재와 시립요양원 할머님 목욕 시켜드리는 날이다.
손목을 수술한지 얼마되지 않아 웬만하면 가지 말아야 겠다고 생각했는데 워낙 인원이 부족해 할 수 없이 집을 나선 것이다. 이제는 아이들도 다 자라 자기 일은 알아서 하니 늦게나마봉사 활동에 전념하여 보람과 긍지를 찾아야 겠다고 마음 먹었는데 갑자기 손목에 무리가 온 것이다. 정말 속상했다. 하지만 어쩌랴 아픈 손목을 이끌고 시립요양원에 도착했다.
많은 교도님과 천도재 지내고 공양을 끝냈다. 드디어 할머니 목욕시켜 드리는 시간이다. 그런데 강남교당 교도님과 우리 개포교당 교도님 인원이 너무 모자랐다. 이렇게 인원이 모자랄 때마다 항상 도와주는 불암초등학교 「녹색어머니회」 네 분이 또 오셨다. 만약 「녹색어머니회」 회원들이 오지 않았다면 8명이 30여명의 할머님을 목욕시켜드려야 했다. 「녹색어머니회」 덕에 그래도 12명이 30여명의 할머님 목욕을 시켜드리려고 하니, ‘어휴...’ 그나마 걱정이 덜 됐다.
내가 이런 생각을 하는 동안 녹색어머회 네 분은 진심어린 모습으로 봉사를 했다. 목욕시키는 자세부터 달랐다. 사랑하는 식구에게, 친할머니한테 하듯 따뜻한 물에 손부터 넣고 “할머니 시원하시죠? 젊었을 때는 정말 예쁘셨겠네요”하고 말을 건넸다. 녹색회원들이 할머니들에게 말을 건넬 때마다 긴장하셨던 할머님은 빙긋이 웃으시고 좋아했다. 할머니의 몸을 보니 앙상하게 뼈만 남으셔서 살이 하나도 없었다. 그 모습을 보니 나도 모르게 눈물이 고였다.
나 역시 눈물을 닦고 손목이 아픈 것도 모르고 열심히 하다보니 정신없이 시간이 흘렀다.
정말 녹색어머니회 회원님은 너무나 젊고 마음까지 예쁘다. 이런 일이 쉽지는 않았겠지만 너무나 당연히 하시는 그분들을 볼 때 ‘나는 왜 진작 젊을 때부터 하지 못했나’하는 생각이 들어 못내 후회스러웠다.
정말 다시 태어난다면 일찍부터 이런 봉사활동을 해야겠다고 늦게나마 다짐해본다. 「녹색 어머니회」 회원님들, 그분들은 우리보다 더 빨리 성불제중(成佛濟衆)하실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