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산종사 수필법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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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산종사 수필법설
  • 한울안신문
  • 승인 2001.07.0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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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진심(嗔心)을 내지 말며
「진심이라 하는 것은 화를 내는 것이니, 어느 경우에 화를 내는 것인가. 타인에게 잘 못한다는 말을 들을 때나 모든 일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 진심이 많이 일어나게 되나니, 이 진심 중생은 의리도 모르고 예의 염치도 불고하며 전도(顚倒)의 행동을 하는 까닭에 어디로 가든지 환영을 못 받나니라. 그러므로 가장 가까운 부모·형제·처자에게도 배척이요, 사회의 어느 회집소(會集所)에서도 물론 말할 것도 없나니, 그래서 이것이 이른바 심중지옥(心中地獄)이니라. 더욱 우리 수도자로서 진심을 낸다면 수승화강(水乘火降)이 잘 되지 아니하여 정신이 산란해지며 그 형상의 얼굴이 붉어져서 인격(人格)과 지도력을 상실하게 되나니라. 그러기 때문에 보살육도(菩薩六度)의 하나인 인욕(忍辱)은 무엇이나 참으라는 것이니라. 이 진심은 혜광을 덮는 묵운(墨雲)이라, 진심이 성하면 예의 염치를 가리고 자행자지(自行自止)하는 것은 자성혜(自性慧)를 가린 것이니라. 삼대력을 득(得)하자는 목적에서 진심을 낸다면 행동으로나 수양상으로나 연구상으로나 막대한 장애가 되므로 진심을 내지 말라고 하였나니라.
참는 방법으로 말하면 ① 예수님의 격언데 “화가 나면 물을 입에 머금고 있으라”하셨고 또 어떤 불교의 신자가 진심을 참는 방법을 물으니, 스님이 “그 놈을 잡아오너라”한 즉 그 신자가 말하기를 “아무것도 없습니다”하자, “본래 없던 것이 어느 곳에서 진심이 일어났는가”하였다 하나니, 진심이 일어날 때에는 본래 공한 자리를 비쳐보면 이 진심을 참을 수 있어서 결국 본래의 목적을 달성할 것이요, 참지 않으면 중생을 면하지 못할 것이니라.
진심 중생은 후생에 지옥보를 받나니 이와 같은 중죄는 짓지 말 것이니라.」

(10)치심(痴心)을 내지 말며
「치심은 무명(無明)이라 하나니, 불견성자(不見性者)는 대소유무(大小有無)와 시비이해(是非利害)에 어두운 자이기에 치심을 내지 않을 수 없나니라. 그러면 사람이 꼭 몰라서만 치심을 내는가. 그렇지 않나니, 대개는 알고서도 치심을 내기에 우(愚)와 구별하나니라.
모르는 자는 물론이어니와 유식자는 좀 안다는 것이 있어서 그로 인하여 진보할 줄을 모르며, 또는 불합리한 차별에 끌려서 응당 배울 것도 안 배우는 등 이러한 것이 치심이니라.
또 무권자(無權者)가 권리 있는 체, 무재자(無財者)가 재산 있는 체, 무식자가 지식 있는 체 하는 등 이러한 자들은 진보가 없고 점점 어두워지나니라. 그래서 남에게 잘 보이려 했던 것이 벌써 상대방에게는 어리석어 보이는 것이니라. 이 치심으로 인하여 일체 시비를 알지 못하게 되는 까닭에 만악(萬惡)을 짓게 되나니, 이러한 무명심(無明心)으로 살아감으로써 결국 축생보를 받게 되나니라. 맹구우목(盲龜遇木)·천재난우(千載難遇)의 인간 몸을 받아 불법(佛法)의 대도회상에 참예한 우리 수도인으로서 악도(惡道)에 떨어져 어찌할 것인가 명심하고 명심할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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