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상태바
칼럼
  • 한울안신문
  • 승인 2001.07.28 03: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하나로 되어야 할 건축


박도정(찬정)"강동교당"(주)그룹.원대표이사


지금의 세상은 참으로 복잡하고 다양하다. 지금의 건축도 각종 건축 기술자는 물론 여타 관련 전문가가 동원되어야 하는 복합체이다. 기술 발달과 사회의 변화는 수많은 전문가나 직업을 양산하고 있고 그 조직 체계를 떠나서는 존재하기 힘들게 변하고 있다.
건축도 모든 사회의 제 분야에 유기적으로 관련되고, 직접적인 기술 분야만 해도 토목, 도시 계획, 조경, 전기·통신 설비, 기계 설비, 상·하수도, 시공학, 재료 산업, 구조 공학 등 날이 갈수록 다양해지고 전문화되고 있다. 전문화의 진행은 또한 각 전문 분야끼리의 소통을 어렵게 하고 타 전문 분야 쪽으로는 문외한이나 햇병아리가 되기 쉽다. 단편적 사고와 일면에서만의 시각으로는 문제 해결이 어렵고, 나아가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우려가 많다. 건축에서 일반인들의 산술적인 경제성 비교의 관행은 아주 흔한 단편적 인식의 예이다. 계획적 프로그램이나 기준, 건축물의 라이프 사이클, 미래의 변화 등을 고려한 경제성 검토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무조건 싸거나 비싼 것에 대한 영향과 인식이 우선하는 경우가 흔하다.
세상의 변화에 대응하지 못할 건축물은 아무리 비싸게 지어봐야 낭비가 되며 어리석은 짓일 뿐이다. 하나만 보는, 자기 것만 생각하여 전체가 다 같이 악화되는 예는 광고물에서도 적나라하게 나타난다. 너나 없이 내 것만 드러내는 요란한 광고물은 실제로는 광고의 효과는 없이 시각 환경만 저하시켰다. 은연중 가만히 있어도 스스로 드러나는 절제미나 성숙미는 전체적이고 통찰적인 시각에서만 가능하다.
건축이 사회·문화의 총체적 집합체라는 것이 여전히 인정되고 있는 명제라면, 어떻게 의미있고 훌륭한 건축을 이룰 수 있을까? 또한 수많은 정보와 자료, 사람을 어떠한 기준에 의해서 정리하고 체계화 할 수 있을까?
이런 상황에서는 복잡한 시스템을 구성하는 하나의 단위만이 아니라 각 분야 단위들의 연계 원리와 그 타당성에 대해 종합적, 본질적 성찰이 필요하다. 그러려면 각 분야의 한계를 극복하고 열린 사고를 가진 전문가들의 네트워크 구성이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그 총체적 구성과 함께 그 경계를 넘나드는 관리 능력이 요구된다.
이제 건축은 하나의 단순한 물리적, 시각적 대상물-건물-로 보는 시각을 바꾸어 나-우리와 직결된 사회적 유기체로서의 시각으로 해석되어야 한다. 재화를 위한 수단이나 자기 과시적 대상물이 아닌 사람이 지켜나가야 할 환경 요소로서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따라서 이와 같은 기술적이고 건축적인 요소뿐만 아니라 나아가 민주성, 사회성, 역사성, 환경 친화성 등 각종 인문 사회적인 분야까지 망라되고 종합되어야만 한다. 그러므로 지금의 건축가에게는 제대로의 역할 수행을 위하여 이와 같이 건축의 제 분야의 기술적 지식뿐만 아니라, 세상을 보는 통찰력, 고정 관념을 가지지 않는 자유로움, 예술적 소양, 관련 분야의 조정 능력, 도덕성 등이 함께 요구된다. 하나로 되어가야만 한다는 원불교의 외침은 건축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