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사이가 더 원수? 8.15와 韓日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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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사이가 더 원수? 8.15와 韓日관계
  • 한울안신문
  • 승인 2001.08.17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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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진산 김관도


곧 광복절이다. 나라를 빼앗긴 어둠 속에서 해방의 빛을 찾은 날이다. 오랜 역사 속에서 쌓인 한국과 일본의 구원(舊怨)의 관계가 2002 월드컵 공동개최로 새로운 동지의 관계가 되는가 했더니 “교과서 왜곡” 문제로 다시 불편해졌다. 가까운 이웃의 나라가 언제까지 원수로 지내는 것보다는 친구로 지내는 것이 좋으니 풀긴 풀어야 하는데 어떻게 푸나?
개인간에도 그렇고 나라 사이에서도 그렇고 원수지간은 먼 인연보다는 오히려 가까운 인연
에서 생기는 법이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인도와 파키스탄, 아일랜드와 영국, 베트남과
중국 등 싸움은 가까운 사이에서 자주 생기지 먼 나라와는 싸울 일도 별로 없다. 남한과 북
한 사이의 대립도 한 집안에서 같은 형제로 살다보니 생긴 혈족간의 싸움 아닌가?
필자가 국민학교 학생일 때 3년 아래의 동생이 태권도를 배우기 시작했다. 너 태권도 배워
서 누구를 먼저 패주고 싶냐고 물었더니 바로 형이라고 한다. 그만큼 나와 싸우면서 많이
맞았으니까 하는 얘기일 것이다. 그러나 그 동생이 지금은 가장 가깝게 필자를 돕고 있고
오히려 더 어른스럽다. 철이 들면 사람은 자연히 그렇게 되는 법인 모양이다
민족간의 관계도 언제인가는 이렇게 되리라고 믿는다. 실제로 문화, 체질 인류학적으로 보면
한국과 일본은 가장 가까운 민족이다. 무엇보다 언어가 비슷하고 두개골의 형상이 유사하
다. 생활 습관도 비슷한 것이 많다. 지형적으로 근접해 있고 같은 한자 문화권 속에서 살았
으니 이런 체질적, 문화적 공유가 특별히 이상한 일도 아닐 것이다.
일본도 아직 철이 들지 않은 모양이다. 힘이 좀 세다고 형제를 두들겨 패고도 미안한 마음
이 덜한 모양이다. 또 일본의 그러한 모습에 너무 발끈하는 우리의 모습도 과연 최선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일본을 꾸짖기 전에 과연 우리는 다른 민족의 인권을 얼마나 존중하고
그들에게 피해주는 일이 없었는가 반성해볼 일이다. 과연 우리는 외국인 노동자에게 공정하
게 하며 우리 땅에 사는 화교(華僑)들에게 형제 국가답게 잘 하고 있는가?
우리의 역사에 대한 반성 없이 일본의 역사 왜곡만을 규탄한다면 우리는 한(恨)의 역사만
가질 뿐 고통을 통한 자기 성숙의 기회는 갖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우리 스스로의
역사에서 반성하고 부끄럽게 여길 때 일본도 오히려 스스로 부끄러워하고 고치려고 할 것이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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