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바로 교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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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바로 교화구나
  • 한울안신문
  • 승인 2001.08.17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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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을수 없는 가르침


김덕수 교무


「잊을 수 없는 가르침」이란 글씨를 적으니 일순간 가슴이 아른하며 눈물이 핑 돈다. 왜 일까?
6년 전, ‘한울안 생협’으로 발령이 났다. 교당을 벗어나 교당교화를 바라보고, 교단을 벗
어나 교단교화를 생각할 수 있는 시간과 안목을 가지게 된 것이다. 그러나 첫 해, 너무 힘이
들어 인사이동서를 쓰려고 했다. 그 때 경산교구장님(현 교정원장님)께서 “맡은 임지에서 1
년만에 떠나려고 그러느냐”며 눈물이 펑펑 쏟아지게 야단을 치시고 많이 격려해 주셨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참으로 감사한 가르침이었다. 그때 떠났다면 지금과 다른 나로 변했겠지
만 지금 봉공회와 인연 맺은 지 6년의 시간보다 더 성숙되고 보람차지는 않았을 것이라 본
다.
학교에서 수학할 때 교화는 당연히 교당교화로만 알아왔던 내가 서울에 와서 한울안 생협과
서울교구의 봉공회 담당교무가 되어 중앙봉공회장이신 장타원 김혜전님 이하 교구 봉공회
임원들을 만나고 월례회때 만나는 각 교당 봉공회장님들, 구치소 자원봉사자들 등 많은 분
들과 인연 맺으면서 교단과 교구, 교당에서 봉공회가 그 동안 해왔던 많은 일들을 자세히
알게 되었고, 그 분들에게서 또 다른 신심, 공심을 배우면서 무아봉공의 살아있는 실체로서
그 분들의 모습을 뵐 수 있었다. 그리고 숙연히 고개가 숙여졌다. “이럴수도 있구나. 나는
전무출신으로 나왔건만 저 분들은 재가의 입장에서 출가보다 더한 일들을 소리없이 해 오고
계셨구나”하는 감탄사를 불러 일으켰다.
서울은 원불교의 입장에서 서울교구만이 아닌 한국을 대표하는 도시이듯 아직 시일이 첨단
하여 원불교를 아는 이 극히 드문 이 시대 종교로서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면서도 어떻게 하
면 원불교라는 이름 세자를 나타낼 수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서울교구 모든 분들은 일해 오
셨다. 그것은 이 시대에 우리가 맡은 역사적 소임이라 생각해 본다.
그 동안 정부시책에도 맞고 또 현 시대 상황에 적합한 일거리를 찾기 위해 노력했다. 기억
에 남는 일은 한 해 걸러 있었던 파주, 연천의 물난리다.
신속한 재난 구조를 위해 생필품을 모집하고, 길이 뚫리는 대로 들어가기 위해 새벽까지 시
장을 보러 다니고 음식을 장만하는 봉공회 임원들. 그 분들이 있었기에 일사불란하게 움직
였고, 6개 지구별로 하루 2,000여 명 분의 국과 반찬을 제공하였다. 수해대상자뿐만 아니라
도움의 손길을 주러 오셨던 소방대원, 전자제품 서비스맨들, 동사무소 직원들에게 맛있는 식
사를 제공하고 감사하다는 인사를 받을 때 하는 실감을 할 수 있었다.
또한 IMF재난시 용산역에 급식소를 차리려고 여러모로 노력하였으나 결국 역장의 허가를
얻지 못해 서울회관에 급식소를 열고 쉼터와 함께 1년내내 매일 밥과 휴식장소를 제공했던
일. 이 일이 끝나면서 우리끼리 할 것이 아니라 정부에 우리가 하는 일이 보고되어 원불교
의 사회사업을 알려야겠다는 생각으로 사회복지법인 원 봉공회를 창립했다. 이러한 일들은
회장님 이하 임원들의 솔선수범이 없었다면 어려웠을 일이다.
그러나 문득 힘이 들고 몸이 아파오면 근본적으로 안에 내재되어 있던 ‘교당교화’에 대한
미련이 되살아났다. 그런 나의 표정을 보고 장타원님은 “지금 이곳에서 교무님이 하는 이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아시느냐”며 내가 맡고 있는 일에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독려해
주셨다.
이제는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교무님들께서 교당교화를 잘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저변교
화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치마, 저고리 입은 여자 교역자가 지나가면 ‘원불교 교무구나’하는 인식이 전제될 때 교
당 교화도 한결 손쉬워 질 것이다. 시민단체에 있는 여러 사람들을 만나면 ‘박청수 교무님
을 안다’고 한다. 서타원님 같은 분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원불교를 알리는 홍보대사
가 아니신가.
교당교화는 교도님들을 만나는 장이지만,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들이나 일반 사람들을 쉽게
만날 수 있는 길은 기관에 근무하는 교무님들이 아닌가. 그 분들을 통해서 일반인들은 원불
교를 바라보고 원불교를 알 수 있다.
봉공회에서도 몇 년 전부터 전국 봉공회임원 훈련 때, 이제는 각 교당에서도 교당뿐 아니라
그 지역교화를 위해 프로그램을 짜라는 말씀들을 많이 드렸다. 그 지역에 위치한 교당은 그
지역의 사회복지관이 되어 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한 두 가지 일이라도 계속 적극적으로
임하면 원불교의 인식도를 많이 높일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이 곳에서 보면 봉공회를 비롯한 여성회, 청운회의 단체들이 회장님들을 비롯하여 모든 임
원진들이 열심히 움직이고 있음을 본다. 재가 교도님들의 노력 하나 하나가 다 원불교의 위
상을 높이는 일이기에 모두가 소중한 분들이시다. 각 단체의 성향에 따라 맡은 역할을 달리
하면서 더욱 많은 일, 좋은 일을 통하여 서로가 복된 나날이 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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