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 중심적인 교당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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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 중심적인 교당으로
  • 한울안신문
  • 승인 2001.09.2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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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도정(찬정)강동교당"(주)그룹·원대표이사


주 5일 근무제가 도입될 예정에 따라 정부와 각 사회 조직은 물론 종교 단체에서도 앞으로 변화될 삶에 대한 대비가 있어야 한다는 준비의 목소리가 높다. 법회 시간과 훈련의 다양화, 문화 교화 확대 방안 등등...
각 교도집이나 대각전에 모셔져 있는 일원상도 원의 형상이고, 조명등이나 창호 모양에서도 똑같은 원의 형상을 찾아볼 수 있는데 왜 어느 것에는 경배를 하고, 또 어느 것에는 하지 않는가?
농작물 가득한 논밭은 곡식생산의 장이 되기도 하고 석양엔 관조의 대상이 되기도 하며, 부동산으로서 의미를 갖기도 한다. 자연은 그대로 인데, 관계나 상황에 따라 그 의미와 성격은 늘 변한다. 변화하지 못함은 곧 죽음이라는 말과 같이 변화하지 않는 공간은 쓸모 없거나 사람까지 답답하게 하는, 융통성 없는 공간이 된다. 교당은 단순히 법회 공간, 생활관으로만 구성되어서는 안 되겠다. 고정된 이미지의 법회 공간이 아니라 새로운 경험의 가능성을 열어 놓는 공간이 될 수는 없을까?
「시간의 변화」 「상황의 변화」에 따라 대응될 수 있도록 고려되어야 보다 많이 활용되고, 그 많은 노력과 투자의 의미가 살아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특정 기준에서 보면 덜 기능적일 수 있을 것이고, 목적하는 용도에는 충분히 만족될 수 없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보다 많은 것을 수용할 수 있는 보자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장차의 교당은 고정화되고 도식적인 「건축물」(=기능, 물질)만이 아닌 자연과 사람이 함께 하는 움직이는 「집」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세대간, 각 계층간의 소통을 실질적으로, 일상적으로 상호 교류시킬 수 있는 길을 적극적으로 모색해 나갈 때다. 시대화, 생활화, 대중화가 가장 비싸고 힘들게 진행되는 불사(佛事)에서 오히려 역으로 등한시되고 있지는 않은지 되새겨보자.
아름다움은 시각적인 것만이 아닌 자연 바람의 느낌, 자연의 소리, 자연의 냄새, 자연의 감촉까지 총 망라하는 것이기에, 그것이 함께 하는 교당은 교무님들의 노력과 서원을 더욱 크게 드러낼 수 있는 우군이 될 것이다. 아름답고 문화적인 교당은 교도나 일반인들이나 자연스런 참여를 유도할 수 있고, 특히 자라나는 청소년, 학생들에게는 절실한 자양분이다. 따라서, 건물 중심적 사고에서 상황 중심적 사고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현시대는 건물 설계 보다 치밀한 시간 설계를 요구하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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