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일근무제가 삶의 질을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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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5일근무제가 삶의 질을 높인다?
  • 한울안신문
  • 승인 2001.10.1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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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산 김관도(성곤)"종로교당 새삶회부회장


미국 같은 나라에서나 가능한 것처럼 여기던 주 5일 근무(수업)제가 우리나라에도 도입될 모양이다. 정부는 내년에 공무원부터 점진적으로 실시한다고 하며 학교도 내년부터 한 달에 1번씩 주 5일 수업제를 실시하여 3년 후에는 전면적으로 실시한다고 한다. 과연 주 5일 근무(수업)제를 실시하면 우리의 삶의 질이 높아질까? 아니면 더 악화되는 것은 아닌가?
이미 대기업 중에는 격주 휴무 혹은 주 5일제를 도입하여 실시 중인 곳도 있다. 44시간 일하던 것을 40시간으로 줄이니 일할 맛이 나서 생산성이 오히려 향상되고 목표달성에 문제가 없다고 한다. 분명 여유가 있는 사람들에게는 주 5일 근무제로 인하여 자기 계발의 시간도 가질 수 있고, 가족들과 같이 지낼 시간도 많아져 삶의 질이 높아질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사람이나 일용직 근무자들은 어떤가? 토요일 일하는 것에 초과 근로수당을 지불해야 하니 인건비가 상승되어 그만큼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요, 시간제로 일하는 사람들은 일할 시간이 그만큼 줄어드니 수입이 줄어들 것이다. 이러한 가정은 휴일이 좋기는커녕 더욱 짜증이 날 것이다. 부인이나 아이들은 어디 놀러가자고 졸라대도 오히려 수입은 줄어드니 말이다.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어떤 친구는 부모와 좋은 곳에 놀러 가는데 자기는 집에서 만화나 보고 있자니 5일제 수업이 오히려 더 괴로울지도 모른다. 더구나 토요일도 문을 열어야하는 자영업자 아이들은 부모 없는 집에서 불건전한 오락의 유혹에 빠질 수도 있다.
교육계에서 오랫동안 몸을 담았던 원로 교사에게 물었더니 주 5일 수업제가 되면 아이들의 여가선용 시간이 느는 것이 아니라 과외 시간이 더욱 늘 것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조금이라도 시험준비를 더 하려고 아이들은 학원으로 몰려들어 결국은 사교육 시장만 활성화 될 것이라는 것이다. 이와 같이 현재와 같은 경제 구조, 사회 구조 속에서는 주 5일 근무제는 더욱 더 삶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가속화시킬 것 같다. 또한 주 5일 근무제의 연착륙없는 주 5일 수업제는 아이들에게 더욱 많은 방황을 가져올 뿐이다.
필자는 주 5일 근무(수업)제를 원칙적으로 찬성하고 언젠가 도입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온 국민이 토요일에 제대로 쉴 수 있는 경제적, 사회적 여건이 뒷받침되지 않고는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악화시킬 수도 있다는 것을 지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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