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시작 아름다운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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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시작 아름다운 만남
  • 한울안신문
  • 승인 2001.11.02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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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서울외국인센터 안우석(종로교당 교도, 중앙청운회 상임간사)


안우석"종로교당 교도


하늘 빛이 신나도록 참 좋습니다. 푸르고 맑은 빛에 빠져 더러 하늘만 볼 때가 있습니다. 한적한 산길이나 들길을 걷고픈 유혹에 빠져보기도 하지만 잰 발걸음은 늘 일터에 닿아 있기 마련입니다. 오늘은 낯선 이들을 만나기 위한 낯선 길로 떠났습니다.
화곡동 언덕, 한적한 주택가에 최서연교무님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외국인 노동자들이 편히 등 기댈 언덕 ‘원불교 서울외국인센터’가 문을 열고 아름다운 시작을 알렸습니다. 그리 넓지도 화려하지도 않지만 ‘원불교 서울외국인센터’는 낯선 이국 땅에서 살기 힘든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참으로 ‘맑고 밝고 훈훈한 자리’가 되기에 충분한 곳이라고 믿습니다. 길에서 만나던 외국인들의 어두운 표정과 이 곳에서 만난 외국인들의 밝고 활기찬 모습은 대조되어 마음에 남습니다. 혈심으로 애쓰신 최서연 교무님의 노고에 감사 드리고 고생 조금 더 하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산업기술연수생제도를 통해 한국을 찾은 이들은 대부분이 중소규모의 공장, 흔히 우리가 말하는 3D업종에 종사하고 있습니다. 외국인 노동자들은 단지 경제적 풍요만을 찾아 이 먼 길을 오지는 않았으리라 생각합니다. 사실 그들은 엘리트로 대학을 나와서 전문직에 종사하던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자신들의 나라에 되돌아갔을 때 그 사회에서 당당히 한 몫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외국인 교화는 꼭 외국 현지에서만 이루어지는 일은 아니라고 봅니다. 또한 외국인 교화는 불가능한 일도 어려운 일도 아니라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한 교화는 바로 외국의 현지에서 하는 교화와 다를 바 없습니다. 어려울 때 도움을 주는 친구가 참된 친구인 것처럼 우리는 그들을 돕는 참 좋은 친구가 될 수 있고, 그렇게 되어야 합니다. 이것이 교화를 떠나서 종교인 본연의 의무가 아닐까요? 희망을 찾아 온 이들은 그간 사실 우리가 흔히 아는 노동현실과는 동떨어진 매우 거칠고 황량한 곳에서 힘들게 살아왔습니다. 외국인 노동자들은 그것도 물설고 낯설어 말 통하지 않는 이국 땅에서.
종종 언론을 통해 국내 거주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해 사회의 이야기 거리가 되었던 일은 흔합니다. 그러나 그 속에는 우리 민족의 자존심 하나가 썩어 가고 있습니다. 우리 민족은 절대 타민족을 괴롭힌 일이 없다는 사실입니다. 예로부터 평화라는 화두를 가장 크고 소중하게 보듬고 살아왔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들에게 얼마나 큰 고통을 주고 있는지 이제는 정말 알아야 할 때이고 반성할 때입니다. 우리 민족의 업보로 쌓일 이 일들이 올곧은 자리에 서지 않는 한 우리 민족은 결코 자유를 얘기할 수 없습니다. 우리가 그들에게 행한 모진 폭력을 어떻게 하면 용서받을 수 있을까요? 몸 다치고 마음 상한 그들에게 108배를 하면 용서받을 수 있을까요, 1000배를 하면, 3000배를 하면 그들의 마음이 돌려질까요?
그렇기에 이 “원불교 서울외국인센터”는 참으로 소중합니다. 평화의 텃밭이 될 이곳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이국 땅에서 낯선 이들에게 생채기 씹히며 그들의 피부색만큼이나 타 들어갔을 그 마음들이 편히 쉬고 위로 받으며 삶의 희망을 되찾아 줄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입니다. 12월초 출산을 앞둔 스리랑카 노동자 산티(Shanti)씨의 마치 친정집에 온 듯 편안한 표정에서, 그들이 손수 한 달 동안 애써 만들었다는 법신불 일원상에서 저는 그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원불교 외국인센터”에서는 이처럼 아름다운 만남이 이어져 평화의 씨앗들이 마구마구 심어질 것입니다. “원불교 외국인센터”가 튼실하게 자리를 잡도록 돕는 일은 교화의 씨앗, 도덕의 씨앗, 평화의 씨앗을 심는 일이고 교단이 ‘밖으로 미래로 사회로 세계로’ 나아가는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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