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두풀기
상태바
화두풀기
  • 승인 2002.01.09 0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 스님이 제자와 길을 가다 지팡이로 땅에 원을 그리고 화두를 주었다. 안에 있어도 30대 밖에 서 있어도 30대를 맞는다. 어떻게 해야 맞지 않겠느냐? 그러자 제자는 얼른 ‘금에 서면 안맞죠!’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스님은 그러면 합이 60대라고 말했다.
고등학교 때 한 선생님께서 이런 불교의 화두를 주면서 “만약 여러분 중에 이 화두를 맞추는 사람이 있다면 그동안 내가 모은 모든 재산을 반으로 나누어 주겠다”고 공언을 하였다. 그러자 반 아이들은 저마다 이 화두를 풀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하였으나, 그 해가 다 가도록 이 화두를 푸는 아이는 없었다.
필자는 그 ‘화두’를 계기로 진리에 대한 궁금증이 더욱 커져 그 다음 해에 ‘원불교’를 찾았다. 그런데 놀라운 일은 요즘 아이들에게 옛날 생각을 하고 그 화두를 주었더니,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정답을 말해 버리는 것이다. 어쩌다가 명석한 아이 한 둘이 아니고 요즘 아이들은 물어보는 즉시 정답을 말해 버린다.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일까? 요즘 아이들은 정말 초견성(初見性)은 아예 하고 이 세상에 나오는 것일까?
연말에 원학제를 했다. 시간이 되어 취재를 위해 5층 대법당을 열고 들어서려다 거의 까무러질뻔 했다. 길게는 한 달 전부터, 짧게는 일주일 전부터 원학제를 준비하던 학생들만 해도 꽤 많았는데, 문을 열고 들어서니, 거의 휑하니 비어 있는 것이다. 10여년 전 원학제를 할 때는 5층법당이 꽉 차다못해 복도까지 틈틈이 앉아서 원학제를 했는데, 그 때 그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간 것일까?
얼마전 조계종 포교원은 ‘청소년 종교의식조사’(전국128개 학교 3,123명, 표본오차율1.75%) 결과를 발표했는데, 65%의 청소년이 종교를 갖고 있으며, 이 가운데 26.2%의 청소년이 불교를 신앙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995년 당시와 비교하면 무려 7.7%가 급증한 것이다.
이번 원학제를 보면서 또 큰 충격은 ‘청소년 교화’에 대한 관심이 극도로 저조하다는 점이다. 예전에는 각 지구장님들은 물론, 청년회, 학생회가 있는 교당, 없는 교당을 막론하고 대부분의 교당 교무님들이 교구축제로 받아들였는데, 가만히 보니, 정말 교무님들은 10명이 안됐다. 무엇이 이런 결과를 만들었을까?
얼마전 대화문화 아카데미의 강원룡 목사는 원불교 교도수를 알게 되고 너무나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이렇게 작은 집단이 그동안 이렇게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었다’는 사실에 놀랐다는 것이다. 정말 숫자가 문제가 아니다. 청소년에 대한 관심! 예전의 청소년이 아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