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몸뚱이는 도둑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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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몸뚱이는 도둑놈
  • 전재만
  • 승인 2002.01.1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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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종정 혜암 스님


불법(佛法)은 대도무문(大道無門)이라고 합니다. 대도는 문이 없습니다. 즉 문이 없는 것으로 법문을 삼아라 이 말입니다. 어떤 것이 도 아닌 것이 없기 때문에 문이 있다고 할 수도 있지마는 문이 없다고 할 수도 없는 것입니다.
일체 모든 법이 나지 않고 일체 모든 법이 없어지지 않으니 모든 부처님이 항상 어느 곳에든 나타납니다. 그래서 불법을 대도무문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문 없는 문을 타파하기 위해 모든 수행자나 재가불자는 죽을 때까지 공부해야 합니다. 머리를 들어 하늘을 볼 때도 화두의 의심, 땅을 볼 때도 화두의 의심, 산을 쳐다볼 때도 화두에 의심만 하여가면 하늘을 보면 하늘이 아니요, 땅을 보면 땅이 아니요, 산을 보면 산이 아니요, 물을 보면 물이 아닙니다.
일년이 만년이요 날이 오래고 달이 깊어지면 화두를 오래하여도 저절로 들리며 자나깨나 간에 공부가 거침없어 자연히 세상의 경계는 들어오지 못하고 참 경계가 날로 더하여 운명이 점점 파괴되고 역량이 충실하면 의단이 부서집니다.

한 이름도 없는 그 물건
먼저 죽음에 대해 한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자연의 법칙, 즉 이 법은 나고 병들고 죽고하는 원칙입니다. 죽고 아프고 병드는 것이 원칙인데 뭐 애통할게 있습니까. 안 아프려고 안 죽으려고 하는 것이 다 중생심입니다. 자연의 이 법은 거스를 수 없다는 것을 먼저 생활 속에서 알아야 합니다. 공부를 하든 한 재산을 모으든 모든 삶의 지혜가 이 법에서 싹튼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그런데 부처님은 “우리 마음은 나고 죽는 것도 아니고, 오고 가는 물건도 아무 관계도 없는 것이고, 선도 악도 아니고 옳고 그른 것도 아닌 것이다.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니고 이름을 지을 수도 없는 것이고, 모양이 있는 것도 아니”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나 그 물건을 꼭 찾아야 생사의 관문을 타파라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도인은 자기 마음을 마음대로 부려먹을 수 있는 사람입니다. 앉아서 죽고, 서서 죽고, 거꾸로 죽고, 이러는 것을 손바닥 뒤집듯 할 수 있습니다. 자기 몸뚱이 자기 마음을 자재로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을 바로 도인이라고 합니다.

공부 안하면 모든 것이 죄
공부해 가는데 제일 두려운 것은 고요한 경계에 탐착하는 것입니다. 고적한데 빠져서 느끼지도 알지도 못하는 경계는 태만에 빠지게 합니다. 시끄러운 경계는 대개 사람들이 싫어하고 고요한 경계는 사람들이 흔히 싫어하지 않습니다.
수행하는 사람이 항상 떠도는 장소에 처해 있다가 한번 고요한 경계를 만나면 엿이나 꿀을 먹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것에 탐착하게 되지요. 그러면 공부는 없는 것입니다.
중생이든 수행자든 우리 모두 한테는 보물이 있습니다. 한국재산 한국 땅을 다 팔아도 우리 마음 보물을 절대 사지 못해요. 미국 땅 아니라 천하 재산을 다 모아도 우리 마음속에 있는 보물 하나 가치도 못 됩니다.
이렇게 부자 보물이 나한테 있는데 가난한 줄 알고 바깥에서 모든 것을 구하려고 합니다. 세상에서 보잘 것 없는 재산, 허망한 재산을 모으려고 큰 재산을 다 내버리고 살아요.
내 마음을 잘 쓰면 하나님도 되고, 대통령도 되고, 내 마음을 잘 쓰면 부처님도 되고, 도인도 될 수 있습니다. 영원히 살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살 수 있는데 얼마나 큰 부자입니까. 공부를 안하면 모든 것이 다 죄가 됩니다.
그러니까 이 몸뚱이는 도둑놈입니다. 이 도둑놈을 편안히 먹여 살려 봤자 어떤 대로 따져봐도 이익이 없습니다. 이것을 먹이고, 입히고, 살려봐야 이익이 벗어 죄만 많아지지.
그렇기 때문에 먹는 것도 도 닦기 위해서 먹어야 되고, 시장을 가도 도 닦기 위해서 가야되고, 농사를 짓는 것도 도 닦기 위해서 농사를 지어야 되고, 옷을 입고 목욕시켜주는 것도 도둑놈을 건강하게 만들어 가지고 도를 닦아야지 이 세상에 와서 수지맞는 장사를 하는 것입니다. 다른 생각으로 이 놈 살려봐야 죄만 더 커지지 하나도 도움이 되질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해요. 그래서 도 닦는 것이 귀중한 것입니다.
중도 모르면 천하가 불타는집
모든 중생들은 중도의 이치를 알아야 합니다. 편벽되게 모든 것을 따로 보는 분별심이나 차별심은 여러분들의 마음을 고생시키는 것입니다.
선과 악, 사랑과 미움, 증오와 차별, 옳고 그른 것 이 모든 것이 다 한 물건이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만견의 상대적 세계를 벗어나지 못하면 대도의 진리를 깨우치지 못할 것입니다.
중도의 참진리를 모르면 개인주의가 횡행하고 도덕과 윤리가 완전히 파괴되어 서로 서로 대립되어 끊임없는 투쟁과 쟁탈만을 벌이게 됩니다. 천상 천하가 화택(火宅)이 됩니다. 서로가 한 몸이라는 것을 알지 못하면 어떤 국가나 어떤 민족도 고난 속에 살 수밖에 없습니다.
반대로 만견의 상대적 경계를 벗어난다면 그 나라와 민족은 문화가 발전하고 누구나 다 복전을 일구며 살 수 있는 큰 나라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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