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 오른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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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 오른 사람
  • 승인 2002.07.0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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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법모 원부"부천교당"교사회


6월 10일
4교시에 교감선생님이 부르셨다. 인터넷에 뜬 글을 보여 준다.
교감 선생님의 질문에 어처구니가 없다. ‘마음공부를 왜 시키느냐? 원불교 교리를 학습과정에 왜 가르치느냐? 원불교 정신과정을 1학년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저의가 무엇이냐?’
머리가 띵하다. 어디서부터 잘못되었을까? 누구일까? 그것도 교육청 홈페이지에 강애자 이름석자 딱 띄워서…
열화가 끓는다. 제자 잘 되라고 인성교육시키는데 특정 종교의 정신과정을 가르치는 저의라니! 너무 황당하고 기가 막혀서 무어라 말 할 수가 없다.
‘저희 아들 인성교육 잘 되어 밝은 아이로 자라면 저가 이득이지 나 이득인가? 내가 원불교 교리를? 원불교 원자도 빼본 적이 없다’
인터넷에 내 이름이 오르다니! 35년 교직 인생이 무너지는 것이다. 나름대로 바르게 살려고 노력했고 열심히 아이들 지도하려 노력했던 인생인데….
내 교직 인생이 이렇게 허무하게 무너질 수가 있나? 부천 시내에서 그래도 이름께나 팔린 나인데…. 한번 소문이 나면 아무리 열심히 하고 바른 일을 했어도 그게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인데…. 어처구니 없고 황당하기 그지 없다. 그런대로 아이들에게는 표시 안하고 급식을 시키고 보냈다.
점심을 먹을 수가 없다. 입안이 너무 깔깔하여 밥이 넘어 가지 않는다. 답변서를 쓰라 하기에 마음공부 방법을 자세히 기록하고 우선은 인터넷에 이름이 올라 물의를 일으킨 것을 사과하였다.
그러나 마음 속에서는 전혀 잘못이 수긍되지 않는다. 내가 한 일이 결코 잘못한 일이란 생각이 안든다.
답변서를 쓰면서 마음에는 ‘ 아! 이 법이 드러날 때가 되었구나! 부천시내에서도 이 법이 드러나 이런 인성교육 프로그램이 있는 것을 알리기 위한 전초전이 되겠구나’
이것을 계기로 교육청 장학사들도 그게 뭔지 알 수 있도록 자세히 기록하며 내가 일시적으로 곤혹스러워도 이 법이 드러날 때가 되어 이런 일이 생겼나보다 원무발령 받은지 얼마되지 않아 이런 일이 생기는 걸 보니 때가 되었나 보다 하는 마음이 되었다.
답변서를 써서 교장선생님께 가니 읽어보시고 “이게 무슨 답변서냐? 자기 변명 밖에 안된다” 고 하신다. 교육청 장학사님께 쓰는 답변서인줄 알았는데 교장선생님은 학부형에게 직접 답변을 하는 줄 아시나 보다.
‘아! 교장 선생님도 이렇게 날 이해를 못하시나?’ 서운한 마음이 든다.
교장 선생님은 지금 학부형이 이 글을 읽으면 또 더 반발하고 나설 것이라 한다. 작년에도 음악 전담하면서 도덕 가르치는 시간을 너무 많이 할애하고 음악 선생이 음악이나 가르치지 웬 도덕이냐? 하셨단다. 학부형 입맛에 맞게 잘 못했다고 하란다.
‘그렇게 되면 이 법이 드러나기는 커녕 나만 잘못한 사람되고 말잖아’하는 마음. 수긍하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다. 내가 뭘 잘 못했는데? 하는 마음이 고개를 든다.
‘에이 똥이 더러워서 치우지 무서워서 치우냐?’
부처님의 능력은 교화 받는 사람으로 하여금 교화 받는 줄 모르게 교화한다는 데 내 능력이 이것 밖에 안되는구나!
‘부처님은 당신의 생명도 주셨다는데’ 하는 마음이 든다.
그래서 모든 사설 다 없애버리고 날 딱 죽이고 사과하는 답변서를 썼다. 내 방법이 나쁘다고 생각한다면 다시는 지도하지 않겠다는 서약서 비슷한 글을 써서 통과가 되었다.
그러자니 다른 사람들은 미국과 하는 월드컵을 보기 위하여 수업만 마치고 갔으나 나는 5시가 넘어 퇴근하게 되었고 마음은 굉장히 무거웠다.
가슴 가운데 돌멩이가 하나 들어 있는 느낌이다.
버스를 타고 집에 오면서 뿌리 없는 나무를 계속 궁글린다.
‘면벽 9년이요 복중 80년’을 계속 생각하며 집에 가서는 내색하지 않으리라 생각하고 집에 간다.
어머니가 걱정을 하겠기에….
집에 가니 성진이, 형진이(이 아이는 우리 손자아이 이름)가 반긴다. 어린 것들을 보며 처음에는 이 아이들이 이사를 오면 심란해 하리라 걱정을 했는데 이제 이 아이들로 하여 내 시름을 잊겠구나 싶은 생각을 하며 저녁을 보냈다.

6월 11일
2교시를 마치니 교장선생님께서 부르신다.
“강부장 문제가 아주 심각하네. 여기 오늘 또 올라 왔네. 읽어보고, 오늘 장학사가 좀 보자고 하니 무조건 잘못했다고 해! 어쨌든 마음대조니 경계니 하는 말은 다른 사람들에게는 좀 생소하고 불교나 원불교에서 쓰는 말 아니야?”
이건 황당하기 그지없을 뿐 아니라 사람을 짓밟아 깔아뭉겠다. 완전히 인격을 짓밟는 말이다.
정치적 종교적으로 중립을 지켜야 하는 학교에서 특정 종교를 학습시간에 가르치고 이제 유치원에서 학교에 들어 온지 3개월 밖에 안된 아이들에게 특정종교의 정신과정을 가르치는 저의가 무엇이며 모임을 만들려고 하는데 그런 단체를 만들 수 있느냐? 무슨 사이비 종교 아니냐? 급식시간에도 문제가 있다. 밥은 안 먹이고 자기의 마음에 안 맞으면 즉흥적으로 처벌하고 큰소리 치고 행동하면서, 자기 마음 하나도 다스리지 못하면서 어떻게 남의 마음을 가르치느냐, 이렇게 교사의 자질이 없는 사람이 어떻게 교사가 되었으며 우리 학교에 보냈느냐? 이런 사람을 계속 두고 있는 교장 선생님도 책임이 크다. 등등….
이건 정말 사람을 깔아 뭉개도 너무도 깔아뭉갠다. 기가 막히고 얼굴이 화끈화끈 뭐라 말할 수가 없다. 거기다 교장 선생님은 왜 밥을 안 먹였느냐고 하신다.
그리고 이 글을 보면 아이들이 굉장히 스트레스를 받겠다 하신다.
“그냥 이놈아, 왜그래 하고 말지 그랬어?”
참 기가 막혀서….
“교장선생님, 밥은 누가 안 먹여요? 제가 그런 사람으로 밖에 안 보여요?”
<다음호에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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