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시아 종교와 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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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시아 종교와 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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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3.07.27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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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곤 " ACRP 사무총장
동서양 모두에서 ‘하늘에 사는 우주의 주재자(主宰者)’란 개념이 중요한 종교적 개념인데 동양의 “상제(上帝)”와 서양의 “신(天主)”은 상당히 차이가 있다. 서양 특히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 등에서 말하는 신이란 인격적 유일신으로 우주를 창조한 창조주이시고 인간의 역사를 주재하며 선악의 행위에 대한 심판관의 역할을 한다. 그리고 그 어떤 다른 신의 존재를 용납하지 않아 이들 서양종교에서는 다른 종교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고 배타적 심지어는 호전적이기까지 하다. 종교간의 충돌이 잦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동북아시아의 상제(上帝)라는 개념은 하늘에 계시면서 인간사(人間事)를 간섭하는 서양의 신 즉 하나님과 유사한 의미도 있지만 상제라는 개념은 천(天), 혹은 도(道)라는 개념으로 발전하면서 동양종교 혹은 동양철학의 가장 중요한 개념이 된다. 즉 도라는 것은 우주의 원리이기도 하고 자연의 법칙이며 인간이 지켜야 할 도덕을 의미함으로서 天地人 三才가 모두 道에 귀일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이 道는 우주 만유 어디든지 존재하는 것으로서 서로 상충되지 않고 조화된다. - 마치 세계의 모든 길이 서로 통하게 되어 있듯이. 따라서 종교에 있어서도 유교의 道나, 불교의 道나, 도교의 道나 결국은 하나의 道로서 서로가 통하게 되어 있고 이를 간단히 말하면 “敎三 道一”이라고 한다. 즉 가르침은 셋이지만 궁극적인 진리는 하나라는 뜻이다.
물론 동북아시아에서도 종교간의 갈등이 없었던 것이 아니다. 특히 유교와 불교간에는 심각한 대립이 있었다. 그러나 서양에 비하면 동북아시아의 종교들은 훨씬 융합적이며 서로의 가치를 인정했고 한 사람이 여러 종교를 믿는 다해도 이것이 모순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리고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면서 새로운 동양 철학이 발전하였다.
이제 세계가 하나의 지구촌을 만들어가면서 여러 민족, 여러 종교가 점점 많은 교류를 하고 한 지역에 공존하면서 불가피하게 함께 살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서로의 종교가 자기 종교의 절대성을 주장하고 상대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게 된다면 종교간의 갈등은 깊어지고 이것이 오늘날 지구상의 평화를 위협하는 중요한 원인의 하나가 되고 있다. 그러나 동북아시아에서처럼 모든 종교가 결국은 하나의 道로서 가르치는 방법이 다를 뿐이라면 종교를 이유로 대립하거나 전쟁을 치를 이유가 없다. 여기에 동북아 종교가 세계평화의 이념을 제시할 수 있는 중요한 근거가 있다.
그럼 서양에서의 유일신(唯一神)도 역시 도의 한 표현으로 인정할 수 있을까? 신의 철학적인 개념을 살펴보면 일자(一者)이면서 무소부재(無所不在)하고 인간의 어떤 언어로도 표현할 수 없는 무한자(無限者)의 뜻이 있으니 이는 동양의 道와도 무척 유사한 개념이다. 그리고 서양의 신(神)의 한 종속개념인 ‘로고스’(Logos)는 동양의 도 혹은 이와 거의 같은 개념이다. 단지 동양의 도(道)와 서양의 신(神) 사이에 중요한 차이가 있다면 동양의 도는 비인격적이요, 포괄적인데 반해 서양의 신은 인격적이요 배타인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신이란 개념 역시 도의 의인화의 한 방법으로 간주한다면 신과 도로 통하지 않을 바가 없다고 생각하나 서양의 기독교인들이 이것을 수용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끝으로 현대는 과학의 시대다. 이는 다시 말해 합리적이고 보편적인 법칙으로 우주의 모든 현상을 설명하는 시대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서양의 신이라는 개념보다 동양의 도라는 개념의 보편적 자연의 법칙과도 훨씬 잘 통하는 개념이다. 그리고 자연의 현상 뿐 아니라 사회의 현상도 이러한 보편적인 법칙으로 설명할 때만 세계 인류의 공감을 얻을 수 있으며 세계평화 역시 이러한 보편적인 도덕에 근거할 때에만 전 인류의 동의를 얻을 수 있다. 여기에 동북아시아 종교의 중심개념인 도가 향후 세계 평화를 이루어내는데 의미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는 이유가 있다. 세계평화에의 길, 그것이 “도”에 있다.
Tao(道), it’s the Way to pe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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