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문 형무소 위령재를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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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문 형무소 위령재를 다녀와서
  • 한울안신문
  • 승인 2005.04.3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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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선(방배교당)
불법에 대해 아는바 없던 20여년 전 내가 입교원서를 자청해 썼던 계기는, 교당에서 우연히 들었던 49재 천도재 천도법문이었다.
“아, 그렇구나,... 다 같은 사람인데 저마다 성향이 다 다르고 빈부의 차이가 있는 것은 지은대로 받는 이치에 의한 거구나..."라는 것을 깨달은 순간 갑자기 눈앞이 밝아지고 기꺼이 원불교인을 자청하게 되었다.
그 후 나는 세상일을 바라보는 밑바탕에 ‘지은대로 받는다’는 인과의 이치를 두게 되었고, 모든 사람일에서 벌어지는 미묘한 차이도 천도법문을 근거로 나름대로 이해하고 수용하게 되었다.
서울교구의 서대문형무소 위령재에 참가해 사형장을 둘러본 느낌은, 불법을 믿지 않는 사람이라면 ‘뭐 저런 사람이 다 있어’라고 할 정도로 원불교도다운 감상이었다, 두려움과 괴로움이 큰 비를 담은 구름처럼 드리웠을 형무소에 엷은 햇살이 내려앉아 고요하고 아늑하기까지 한 공원길을 걸어 하얗고 노란 법복의 교무님들을 따라 들어선 사형장 마당.
지붕보다 훨씬 높이 자란 미루나무들이 담장 너머로 세상을 구경하는 흙마당엔 아무 소리도 흔적도 없어, 여느 조용한 학교관사에라도 와있는 듯한 기분. 다만,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죽어가야 했던 사람들이 마지막으로 앉아 유물처럼 남은 의자 하나와 누군가의 숨을 끊어야 했던 사람들이 착잡한 심정으로 앉았을 누런 의자 하나가 마주보고 앉아 침묵으로 슬픈 세월을 더듬는 사형장 내부를 보는 순간.
“나는 억울하다. 다만 내 산하를 지키고자 의분했을 따름이요”라고 마지막 가던 독립운동가들이 천지에 두고 호소했을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인왕산이 개나리로 흐드러지는데도 죽고 죽이는 일밖에는 한 일이 없는 늙은 건물의 오랜 업장이, 천도의 길을 염원하는 목탁소리와 간절한 기운으로 합장한 출가 재가자들이 올리는 성주로 조금씩 닦이고 있었다.
스스로 몸을 버린 일이 아니기에 지금쯤은 새 몸을 받기도 했을, 어두운 기운 덜 걷히어 중음에 머물러 있기도 할, 저 무서운 곳을 거쳐간 영가들은 독립공원 독립관 앞마당 허공으로 울리는 경종소리와 말없이 혼을 달래주는 진혼무 한마당, 그리고 절절이 가슴으로 파고드는 간절한 천도법문을 한 상 거하게 받았으니, 더딘 후생 길 힘붙어 뛰기도 하고, 날기도 했을 것이다.
“봄바람은 사없이 불어주지마는 산 나무라야 그 기운을 받아쓴다”는 대종사님의 말씀, 그날 그 공원에 있었던 수많은 사람 중 그 누구도 벗어날 수 없는 생사이치의 법문이 흐르는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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