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신 교무가 들려주는 산속이야기
상태바
정인신 교무가 들려주는 산속이야기
  • 한울안신문
  • 승인 2006.08.10 1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여름, 뜨거웠던 만남


연일 내리는 장대비에 물바다가 되는 듯 했습니다. 깊고 깊은 축령산 골짜기를 타고 흐르는 물소리가 집안 가득하고, 산자락 골골이 피어나는 물안개는 산골에서만 볼 수 있는 아름다운 풍경이었습니다.
인간의 힘으로는 도저히 만들어 낼 수 없는 자연의 신비로움에 감탄하기도 하고, 또 뉴스를 통해 수해현장을 바라보며 몹시 안타까운 마음이었습니다.
여름! 생명의 에너지가 충만한 계절엔 만나는 사람들이 다양합니다. 장마와 무더위를 헤치고 휴가를 오기도 하고, 어린이·청소년·일반인들의 훈련도 있었지요. 그 중에 하나는 선사시대를 중심으로 한 어린이 역사캠프였습니다.
석기시대 사람들이 되기 위해 아이들은 활과 창을 만들고 장신구와 옷도 만들었습니다. 하늘과 땅, 사람은 어떻게 생겨났을까? 우주가 열리고, 하늘과 땅이 나누어지고, 만물이 생겨나고, 수 많은 신들이 내려와 마을을 다스려 가는 천지 창조에 대해 수채화를 그리고 느낌을 나누기도 했습니다.
동물과 사람과의 관계, 불을 구하는 일, 집을 만들고 짐승을 기르고 혼인을 하고, 처음 땅에서 살게 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둠별 역할극으로 준비를 했었죠.
아이들은 자기가 준비한 도구로 장식을 하고 어둠이 내리기를 기다려 캠프장에 모여 불을 당기고 북소리에 맞추어 둥글게 돌며 툼바이 툼바이 노래를 불렀습니다. 활과 창을 던져도 보고 소원 편지를 긴 줄에 끼워 불에 태웠습니다.
훈련을 마치던 날. 부모님께 편지를 쓰다가 원제가 엎드려 엉엉 울었습니다. 그동안 구김없이 뛰놀던 아이가 왠일인지 담임 교무님이 귀기울여 물으니 목메인 소리로 더듬더듬 “아빠가 아프니 엄마가 도와달라” 고 했습니다. 병원에 입원해 이별을 준비하고 있는 아빠를 기억하는 여섯 살된 원제의 아픔에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부모와 자녀와의 관계, 혈연의 뜨거운 만남을 가슴 깊이 느끼게 했습니다.
며칠 전에는 포천에 있는 장군이네 가족들이 영어 캠프를 왔습니다. 그 가족들을 초대하여 함께한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영어학원, 미술학원을 운영하며 자녀들을 유학보냈는데 그들이 돌아와 “아저씨는 웃을 줄 아는 별을 가지게 될 거예요.” 라는 제목을 달아 CD를 만들어 판매한 돈으로 마련한 캠프였습니다.
장군이네 집 아이들은 부모님을 모르고 살아갑니다. 그 아이들을 지극히 사랑하는 마음으로 고기와 과일도 실컷 먹이고 영어도 가르치고 노래도 부르고 게임도 하면서 가족의 울을 넘는 이웃사랑의 실천은 서로가 더할 수 없는 행복이었습니다.
“아이들의 미래는 우리의 미래” 장군이네 집 희망을 가슴에 담으며 “내 자녀 남의 자녀 다 가르치자”는 타자녀 교육 법문이 생각났습니다.
“정말 좋았어요. 우리 가족들만 모였다면 큰 의미가 없었을 거예요”? 장군이네 아이들이 있어서 보람있었고, 또 자녀들에게도 세상을 살아가는 일을 배우게 한 소중한 기회가 되었다는 부모님들의 말씀이었습니다.
헤어짐의 시간, 장군이네 집을 운영하는 큰아빠 큰엄마 큰 눈에 눈물이 가득 고였습니다. 아이들도 서로를 바라보며 눈가에 이슬이 맺혀 손을 맞잡으며 다시 만나자고 약속을 합니다. 그들을 바라보는 저의 가슴도 불볕더위 만큼이나 뜨거워졌습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서로 사랑하는 일이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지 다시금 깨닫게 하는 여름입니다.
오덕훈련원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