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파사 실습교육을 마치고-김성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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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파사 실습교육을 마치고-김성연
  • 한울안신문
  • 승인 2006.11.16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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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가정파견 봉사활동을 마치고
가정파견 자원봉사자 실습이 있는 날이다. 내가 꼭 지금 그런 봉사자가 되겠다는 마음보다는 가파사는 어떻게 봉사하는지 알고 싶은 마음으로 이론교육을 마치고 현장 실습을 하러 갔다. 교구 원봉공회실로 갔더니 벌써 오래전부터 계속해온 봉사자들이 많이 와 있었다. 선배들을 따라 현장으로 가는데, 장애인이 있는 가정이고 다른 가정보다 더 어려운 집이라 했다. 지하실 방으로 안내되었다. 먼저 다닌 봉사자 두 명과 함께 문을 여는 순간 가슴이 꽉 막혔다. 조그마한 마루 겸 주방엔 아침 식사를 하고 치우지 않은 상이 그대로 있고, 살림살이며 옷이며 온갖 것들이 뒤엉켜 있고, 방에는 1급 장애인인 큰 성인이 누워 있고, 방 하나는 애들 방 같은데 책과 옷들과 장난감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어디서 무엇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가만히 서 있는데 예전부터 해온 봉사자님들은 팔을 걷어 올리고 착착 주방부터 일을 시작했다. 마음을 추스르고 아이들 방으로 갔다. 기왕 왔으니 청소라도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책이 쌓인 곳으로 갔다. 동화책이며 교과서며 연습장이며 공책이며 모두가 뒤섞여 있었다. 우선 같은 종류부터 정리하기로 했다. 버릴 것은 한 쪽으로 치우는데 애들 시험지가 나왔다. 100점 맞은 시험지와 상장도 있었고 글씨도 예쁘게 썼다. ‘어른들의 무관심속에서도 저희들 할 일은 하는구나!’ 기특하기도 하고 대견스러우면서 어른들에 대한 원망이 일었다. ‘보살피지 못하면 보육원시설 같은데 잠시 맡기면 정상적으로 먹고 사회성과 예절 등 모든 것을 잘 배울 수 있을텐데.’청소년이 적은 우리나라로서는 커나가는 아이들을 방치한다는 것은 국가적으로 엄청난 손실일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메모를 남겼다. “공부도 잘하고 글씨도 예쁜데, 정리하면서 공부하면 공부가 더 잘 돼서 나중에 큰 사람 될거야.” 아이들이 있었으면 얘기도 나누고 치우는 법도 가르치고 할 텐데…. 다른 사람들은 주방과 방청소를 하고 빨래 등등 다 치우고 내가 하는 일까지 도와주었다. 보육원, 복지관 등에 가서 봉사활동을 하면 마음이 즐거웠었는데 가파사 봉사는 마음이 무거웠다. 실질적으로 정말 보호 받을 사람이 보호를 받게 했으면 하는 아쉬움을 뒤로 한채 돌아오는 내 마음은 무거웠지만 “불공으로 이웃을 살리자”는 좌산 종법사님의 신년법문 내용을 생각하면서 마음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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